국립무용단 연습실 가던 날-몸의 정직함을 배우는 시간
금요일날, 오전 국립극장을 갔습니다. 국립무용단이 이번에 발표하는
작품 <단>의 연습장면을 담기 위해서였죠. 사실 무용에 대한 글을 오랜동안
써왔습니다. 발레와 현대무용에 한정되어 있는 부분이 있지만, 이번 작품은 제가 좋아
하는 안무가 안성수 선생님과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의 협업작업이라, 한번 쯤
보고 싶은 의향과 의지가 솟구쳤지요. 그렇게 극장 마실을 나갔습니다.
뚜벅이인 저는 원체 걷는 걸 태생적으로 좋아하기도 합니다만 사실
스튜디오에 처박혀, 혹은 사무실에서 일과 글쓰기에만 매진하다보면, 햇살보기
가 은근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산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절대로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동대입구 역에서 내려, 장충단 공원을 통해 남산로로 들어갑니다. 봄꽃이 환하게 피었
으면 좋으련만, 어찌 이리도 봄이 오는 걸 시샘하는 것인지, 명멸하는 한 철의 봄을 대변할
한 마디의 제비도 보이기는 커녕, 여전히 쌀쌀함만이 얼굴에 와닿습니다.
국립무용단 연습실은 국립극장 해오름의 뒤편에 있는 관리동에 있습니다.
여기 4층에는 연습실과 함께 이렇게 휴식공간이 있는데요. 널브러진 서울풍경을 볼 수
있어서 참 좋더라구요. 하늘빛이 진청색이었다면 참 좋았겠지요.
현대 무용에 끌리게 된 계기는 대학시절, 우연하게 피나 바우쉬의
표현주의 무용에 대한 작은 논문을 쓰게 되면서 부터였습니다. 연극학도였지만
우연히 한 평론가의 책에 실린 피나 바우쉬의 무용미학에 대한 글은 제 관심을 끌었지요.
요즘은 한국도 피나 바우쉬에 대한 인기가 높지만, 사실 그때만 해도, 예술의 전당 자료실에 힘들게
가서 VHS로 녹화된 공연 필름을 보고, 외국의 연극 및 무용관련 잡지들을 찾아보면 조각조각나
있는 자료를 찾아보며 힘들게 리포트를 썼습니다. 그때 한 가지 발견한 것은 무용은 결국
인간의 몸에 대한 정의와 재정의가 끊임없이 이뤄지는 장이구나 하는 것이었지요.
그래서인지 저는 무용수의 몸을 정말 사랑합니다. 가장 정직한 몸이거든요.
이번 공연의 제목은 <단 ALTAR>입니다. 단이란 종교와 권력의 상징으로
하늘을 향해 제사를 지내는 곳입니다. 권력자는 하늘의 권력과 땅의 권력을 연결
하는 일종의 매개자였지요. 이 단이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인간 사회에 권력이란 일종의
규율체계가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또한 그 단은 종교적 속성으로 인해, 인간과 인간 사이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를 결합시키는 기능을 하는 이중의 무대였다는 점입니다.
가장 궁금한 건, 무대 디자인과 의상을 맡은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의
작업이긴 했습니다. 슬라이딩 장치도 쓰고, 다양한 역동적인 무대가 만들어 질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무대가 화려하다고 다는 아니죠. 결국 무용은 짜여진 안무가
여전히 읽기가 어렵고 이해가 어려운, 무용이란 제전 속으로 어떻게 사람들을 초대하는 가를
살펴보는데 있습니다. 디자이너 정구호 선생님이 만드신 의상은 봤습니다. 무엇보다
색채상징을 통해 무언의 무용극에 의미를 전달하려는 시도가 보이더군요.
안무가와 디자이너 모두,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경향이라 두
코드를 통해 빚어낼 세계가 기대되는 것일 겁니다.
원래 국립무용단은 전통무용을 선보이는 곳이지만, 최근 창작무용의 양이
더 늘면서, 한국적 전통의 현대화란 화두를 가장 충실하게 풀어내는 곳이 되었습니다.
예전 국립창극단과 자주 교류하고 공연을 보러갈 때만 해도, 국립 산하 단체 이하의 노력들이
건강하게 보여져서, 참 좋았습니다. 그런 흐름들이 대세가 되고 일종의 흐름이 될 때 이 땅의 메시지들을
다양한 몸과 창, 혼등의 매체를 통해 표현할 수 있겠지요. 한국의 전통 시나위를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서곡을 접목시켜 풀어낸 무대이기에, 흐름과 리듬을 어떻게 풀어갈지
정말 기대됩니다. 동서양의 교차가 무대에서 아름답게 풀어헤쳐지길 기대합니다.
잠시 쉬고 있는 단원들 모습을 찍었습니다. 힘든 연습과정 내내 힘든 내색은 커녕
항상 몸에 배인 여유와 웃음이 보기 좋습니다. 공연 때 뵈야겠어요.
연습 끝나고, 안무가 안성수 선생님 사진을 찍었는데, 그만 눈을 감으신
모습을 찍어 버렸다. 죄송! 공연은 10일부터 15일까지
국립극장에서 합니다. 전통과 모던이 무용을 통해 표현되는 세계
여러분도 기대해주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