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일상의 황홀

좋은 친구의 기준은 무엇인가-네가 있어 감지덕지다

패션 큐레이터 2013. 4. 6. 16:20


최근 제겐 좋은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사실 같은 나이대의 친구는 

아닙니다. 파버카스텔 코리아의 이봉기 대표님과 동네친구인 세바스티안입니다. 

지난 주, 함께 갤러리에 갔습니다. 함께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이 대표님과 

세바스티언은 저의 좋은 공연 관람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 대표님 덕에 교향악단 공연도 보고, 

음악회를 좋아하시는 덕에 사실 오페라나, 발레, 연극을 중심으로 공연평을 쓰던 제겐, 하나의 장르가 

더 늘었습니다. 저도 표를 구해서 한번 모시고 가려고요. 5월쯤에 발레를 볼까 생각 중입니다. 



갤러리 관람을 마치고, 함께 차를 타고 온 곳은 경리단 길 초엽의 

베이커스 테이블이란 레스토랑입니다. 독일인 제빵사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럽 출장이 잦던 시절, 독일로 갈 때 아침에 실컷 먹을 수 있는 빵맛을 저는 기억합니다.

프랑스 빵이 좋다고 말하는 분도 있고, 독일 빵이 더 맛나다고 말하는 분이 

있습니다. 유럽은 빵맛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빵값도 의외로 착합니다. 저는 파리 바게트를 비롯한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나온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규모의 경제학을 누린다고 하기엔

터무니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죠. 작은 빵가게들의 매력을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운이 좋죠. 



에그 타르트를 비롯하여, 독일식 호밀빵도 좋았습니다. 호밀 함유가 75퍼센트라

다소 딱딱하고 뻣뻣한 미감입니다만, 유럽 빵의 장점은 씹을 수록 은은한 매력이 있다는 거죠.

여기에 한줌 씩 뜯어먹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포카시아와 바케트도 사왔습니다. 



디자이너 폴 스미스를 좋아하는 이봉기 대표님은 언제부터인가 제겐

적지 않은 용기를 주는 역할모델이 되고 계시죠. 암으로 투병하면서, 채식주의자로

삶을 바꾸고, 예술후원자로서 열심히 돕고 인생을 즐기시는 모습이 너무 좋습니다. 항상 제게

말씀하시죠. 저도 많은 CEO들을 만나봤습니다만, 이 분처럼 음악회를 보고, 정확한 평론을 말로 할 수 

있는 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음악을 좋아하고 실제로 학습하며 체화된 결과이지요. 

골프나 술은 일절 하지 않으시고, 오로지 다양한 예술체험을 하는 걸 젊은 시절 부터 

즐기셨다고 하더라구요. 좋은 공연가고, 그림보고, 산책하고 얼마나 좋은 

지요. 이런 멋진 시니어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샌드위치와 브로컬리 수프를 시켰습니다. 수프도 아주 진해서 

한 그릇만 먹어도 속이 든든하더라구요. 



빵도 발효의 시간과 제열의 시간을 걸쳐야 달보드레한 먹을 거리가 되죠.

친구도 그럴 것입니다. 저는 페이스북으로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 이전에는 

블로그가 그런 작용과 매개를 했죠. 사람들은 결코 홀로 떨어진 섬으로 살아가지 못하기에

엉키고 만나고, 매듭을 묶으며 인연을 맺고 살아갑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의외로 관습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살아가면서, 취향, 취미, 세상을 느끼는 리듬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때 행복함을 느낍니다. 그가 교수여서, 혹은 사장이어서, 잘나가는 누구여서

가 아니라, 그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리지만 내가 그 옆에서 호흡을 가파르게 

쉬지 않고도 따라갈 수 있으며, 그와 나누는 생각들이 대단한 철학자의 

그것을 담지 않아도, 삶 자체로 자신의 소중함을 드러내는 이들. 



며칠 전, 입사한 지 15년이 넘게 친구로 지내고 있는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대같은 친구가 있어 내겐 감지덕지다"라고요.

감지덕지는 감성과 지성, 덕성, 지경의 약자입니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그를 통해 우리의 삶의 경계가 확장되고, 세상을 바라보고 배려하는 따스한 시선을 

가지게 될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살아오는 동안 상처받은 일도 많습니다. 글로 쓰지 

않으니 모르셨던거죠. 당한 적도 많고, 그저 제가 가진 작은 미약한 힘이나라 이용해먹기 위해 다가

오는 분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어차피 사회에서 만나는 모든 만남은 필요에 의한 만남이 많지요.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좋은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여기엔 항상 취미가 

같은 경우가 그것이지요. 하긴 칸트로 이야기 했다잖아요. 이해타산이 없이 미에 대한 

이해, 공감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취미라고. 소중한 사람들이 있어 감지덕지 입니다. 친구 덕에 

비루하고 부족한 인생의 지경이 확장되는 경험, 오늘도 그런 만남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수밖에요. 

여전히 시행착오가 많겠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효와 제열의 시간을 감내하는 빵처럼, 

그렇게 묵묵하게 한걸음씩 가야겠지요. 행복한 한주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