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객석 29주년 행사에 다녀와서-클래식에도 아이돌이 필요한 이유
월간 객석 29주년 기념식과 객석평론가상 수상식에 다녀왔습니다.
중학교 시절, 집에는 객석이란 이름의 잡지가 항상 놓여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당시 음악동아와 같은 잡지들을 기억하실 겁니다. 저는 음악에 대해서는 조회가 깊질 못하고
당시 연극을 공부한 누나 덕에, 항상 연극에 관심을 갖고, 잡지에 나온 기사들을
잘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종종 걸음으로 따라가며 읽어내곤 했습니다.
29주년이란 시간,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이곳에서 주관하는
평론가 상을 통해 등단한 많은 예술 관련 평론가들을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긴 시간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월간 객석을 이끌어온 발행인 연극배우 윤석화님께서 축사를 했습니다.
윤석화씨와 친분이 있는 많은 배우들도 함께 해주었습니다. 송일국씨가
보이더군요. 차기작 준비는 하시는 건지. 드라마를 통해 보고 싶습니다.
연극배우 박정자 선생님이 GQ 편집장 이충걸씨를 남자친구라며
전 문화부장관이자 월간객석의 위원인 정병국 의원에게 소개를 하고 계시더라구요.
뜻깊은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빠듯한 예산 때문에 갤러리 정미소 2층의
갤러리 공간을 빌려, 수상식과 기념식 장소로 만들었습니다. 두 명의 평론가에게
우수상을 수여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파버 카스텔의 후원이 없었다면 힘들뻔 했습니다.
제가 파버 카스텔 코리아의 이봉기 대표님과 지인인데, 이번 행사 후원 건에 대해서는 칭찬을
많이 했습니다. 다른 것 떠나서, 어느 한 시대의 예술담론을 만들고 읽어주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런 점에서 평론가도 육성하고 키워야하기
때문입니다. 예술분과의 많은 매체들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이것이
오늘날의 현실임을 알기에, 더더욱 뼈저리게 아파옵니다.
수상식이 끝나고 클래식 음악계의 아이돌이라 불리는 클라라 주미 강과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연주가 있었습니다. 가죽바지를 입은 바이올리니스트는 연주회
에서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은 모습과 대조적으로, 힘차고 열정적으로 라벨의 곡을 연주합니다.
손열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KBS 교향악단 정기연주회에 갔더니, 콘서트 홀 내부에서
'스마트폰은 잠시 꺼달라는' 주의 멘트를 손열음 양이 하더라구요. 목소리도 좋고.
언제부터인가 이 땅에서 클래식 음악을 향유하는 집단이 철저하게
사회적으로 구분되는 형상입니다. 여전히 대중과의 거리는 멀고, 그 속에서
클래식은 특정한 사회내부의 위상을 가진 자들의 잔치처럼 보일 까 유감입니다. 금액을
이야기 하는 분도 있던데요. 대중 가수들의 콘서트를 가는 비용도 동일하게
엄청납니다. 사실 이 땅에서 클래식 음악이란게 서구, 그 중에서도
유럽 중심적인 음악인 건 맞습니다. 분명 이는 고쳐져야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CLASSIC)이란 어떤 의미에서 보면
교실(CLASS)에서 가르쳐야 하는 어떤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그만큼
보편성과 한 시대를 넘어, 다른 세대에 까지 호소력을 가진 예술의 힘을 유지하고
지탱시켜온 이들을 통해, 우리는 음악의 신전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손열음이 연주한 터키 행진곡은 그 어떤 소품보다 강력합니다.
재즈풍으로 변주된 힘이 넘치는 기교와 힘 앞에서 숨을
죽이고 연주를 들었습니다. 진짜 아이돌이더라구요.
함께 했던 이봉기 대표님과 독일 베스트팔렌 연방주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로 계신 김소연 선생님, 그리고 함께 해준
연극배우 윤석화씨의 모습입니다. 연극 배우로서의 평가는 저는 항상 유보적
이었습니다. 그가 학력위조로 스캔들에 휘말렸다는 것도 잘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예술매체의 운영을 위해 애써주고 헌신을 다해주신 것에 대해서는 항상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월간 객석이 유럽판으로도 나간다고 하네요.
우리의 음악도 많이 유럽에 소개되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