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런웨이를 읽는 시간

블루 앤 블랙, 세상을 전복하는 강력한 두 개의 빛

패션 큐레이터 2011. 9. 28. 01:53

 

 

가렛 퓨이의 2011 가을/겨울 컬렉션을 보는 시간

왠지 섬뜩하다. 인간의 역사에서 청색과 검정의 투쟁은

빨강과 검정의 투쟁만큼이나 그 역사가 길다. 두 가지 색깔을

모든 옷에 현란하게 펼쳐놓아, 시각적으로 두렵기도 하다. 1981년생

치기어린 젊은 패션 디자이너의 열정만으로 해석하기엔, 그의 옷엔 왠지 모를

설명하기 힘든 힘이 깃들어 있는 게 사실이다. 알렉산더 맥퀸의 뒤를

이어 패션에 퍼포먼스의 힘을 불어넣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의상이다.

마치 일본 검객의 옷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실제 검도 경기

복식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듯한, 부풀려진 보호대의 이미지가 옷에 가득하다.

 

 

패션 매거진 스타일닷컴은 가렛 퓨이의 옷을

존 갈리아노와 80년대의 비비엔 웨스트우드의 펑크 문화까지

연결시킨다. 그의 옷은 영국적 하위문화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충만하다.

그는  옷의 실루엣과 형태, 양감을 실험한다. 인간의 신체를 왜곡하고 때로는 조각처럼

굴곡시켜버리는 의상이 등장하는 이유다. 멋진 실험이 아닐 수 없다. 밍크와 아프리카산 합성모,

축구선수들이 보호를 위해 사용하는 수지 등 다양한 소재를 통해 옷의 가능성을 열어간다.

그는 자신의 컬렉션에 제목이나 혹은 영감의 출처를 명기하는 작가가 아니다.

모든 것은 처음부터 시작된 자신의 아이디어가 물처럼

흘러 모든 시즌에 연결되는 것이다. 

 

 

그는 어찌보면 80년대란 가장 보수적인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영국 하위문화가, 30년이 지난 지금, 바로 그때와

다를 바 없는 영국사회의 잦아진 감성을 강타하기 위해 보낸 십자군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의상들을 하나같이 전투적이니 그렇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알렉스

복스의 고딕적 화장법도 이번 쇼의 분위기에 한방을 먹인 듯 하다.

 

 

그의 옷에서는 청색과 검정이 전투를 벌인다.

마치 중세 초의 건강했던 경제와 중세 말에 도달하며

점차 생산력이 둔화되고, 장원에 기반한 경제가 한계를 걷던 고딕시대가

오버랩된다. 청색과 검정은 바로 그런 시대의 정서가 담긴 색상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검정을 둘러싼 코발트 블루빛 케이프는 답답한 중세의 현실을 넘어 승리를

외치려는 인간의 외마치 비명처럼 들린다.

 

 

내년 부터는 본격적으로 밀라노와 파리, 뉴욕, 동경에서

열리는 패션 위크에 참여한다. 참관을 하면서 실시간 트위터로 중계를

할 생각이다. 그의 옷처럼, 두터운 보호대를 감싸는 유동적인 직물의 세계처럼

유연하되, 견고한 심지가 들어간 옷처럼 멋진 글로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