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블로거, 소비사회의 적들이 되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나는 파워블로거다
인터넷 공간이 뜨겁습니다. 네이버 생활/살림 분야 최고의 블로거인 베비로즈님이 진행한 공동구매건 때문이지요. 파워블로거 '베비로즈' H씨(47)는 지난해 9월부터 10개월 간 "과일과 야채 등을 오존으로 살균세척하면 좋다"며 ㈜로러스생활건강의 오존살균세척기 '깨끄미'의 공동구매를 진행했습니다. 문제는 이 제품을 블로거의 말을 신뢰하고 산 후, 두통과 구토 증상을 호소하고, 제품의 안전성에 문제가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후 지난 달 24일 한국 소비자원에서 해당 제품의 오존 농도가 통상 기준율을 초과한다고 발표하면서 리콜을 권고했지요. 이후 주부들의 환불 요청이 빗발쳤답니다. 문제는 36만원 상당의 고가 제품을 3천여개나 판매한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그녀였기에, 개당 7만원의 판매 커미션을 챙겨 2억원이 넘는 돈을 받았지요. 문제 발생 후, 기업과 블로거의 태도는 가관입니다.
환불은 불가능하고 부품교체만 해주겠다고 버티고 있고, 블로거는 커미션을 보상금으로 내어놓을 테니 '나눠가져라'고 했다가 이후 업체에서 구매자 리스트를 못받았다며 '너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고 넘어가고 있습니다. 업체는 PL(제조물책임법)을 모르는 건지, 테스트 과정이 잘못되었다고 변명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제조물책임법은 판매된 제품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로 인해, 구입자와 사용자, 제 3자가 신체상, 재산상의 손해를 입을 경우, 제조물의 제조 및 판매에 관여한 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입니다. 예전 미국에서 뜨거운 커피를 팔면서 '주의'문구를 쓰지 않은 탓에 화상을 입은 소비자가 해당 기업을 상대로 손배소송을 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법 때문이었죠.
저는 개인적으로 베비로즈님을 한번 뵌 적이 있습니다. 예전 블로그 컨퍼런스때 다음 본사에 모인적이 있었는데, 그때 제 옆자리에 앉아계셨죠. 수납의 여왕, 살림의 달인 등 수많은 표찰이 이분의 이름 뒤에 붙어다녔습니다. 당시 '한국의 마샤 스튜어트가 되시라'고 덕담까지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소식이 들려 안타깝기도 하고, 이번 계기로 블로그스피어에 잠입한 자본의 논리와, 그것이 만들어낸 '소비사회의 적들'인 블로그의 윤리적 책임기준이 좀 더 높아지기를 기대합니다.
파워블로거, 파워 브로커가 되다
소비자들은 상품 정보를 얻기 위해 다양한 원천을 사용합니다. 건강과 보건, 미용과 같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상품은 전문가 의견에 가중치를 두어 구매의사결정을 하죠. 이들이 제품의 안정성에 대해 3자 승인(Third Party Endorsement)을 내리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지식에 권위가 있다고 인정하기 때문이기도 하죠. 파워블로거는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3자 승인을 내려도 될만큼의 지식과 영향력을 가진 존재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공동구매건도 이러한 맥락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이번 깨끄미의 경우 제조사와 판매의 일련의 과정에서, 블로거 베비로즈는 깊게 관여되어 있고, 그녀 또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하시는데 그건 아닙니다. 깨끄미 관련 포스팅을 수십 회를 하고, 장점만 부각시켜,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판매를 위한 정보제공을 게을리 한점 등은 절대로 넘어갈 수가 없지요. 그녀 또한 판매과정에 개입되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면합의의 여부를 떠나, 판매당 커미션을 정액으로 받은 이상, '그녀 또한 피해자다'란 논리는 성립될 수 없습니다. 제조사가 18퍼센트가 넘는 판매 수수료를 책정할 때는, 판매 상 그녀의 영향력만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는지 살폈어야 합니다. 그것이 전문가고, 블로그 공간의 영향력을 이용해 판매대행을 하는 그녀가 취했어야 할 태도입니다. 이제와서 시아버지의 폐암이 어떻고 자신 또한 암에 걸려 어쩌고 하면서 동정론을 호소하는 건 못된 태도입니다.
베비로즈와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파워블로거 베비로즈가 입은 심적 타격도 이해하고, 그녀의 수수료 부분에 대한 비판도 이해합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이 사안을 처리하려면, 공동구매 참여자들이 로러스를 상대로 대응하는 겁니다. 업체 가봤더니 불만게시판 닫고, 저네들은 책임없다란 식으로 자꾸 발뺌 합니다. 피해자분들이 구제를 받기 위해서는 업체를 물고 늘어져야죠. 자꾸 블로거를 갖고 비판하면, 업체는 과장광고의 책임은 블로거에게 있다고 떠넘길 겁니다. 수수료 1억을 토하되, 받은 수수료를 업체에게 가져다주고, 피해전액을 산정해서 업체에게서 받아내야 합니다. 이 업체 보니, 블로거에게 떠넘기고 자기들은 발을 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제조업을 하면서 이런 Fly by Night (먹튀기업 정도라고 번역해두죠)업체들 꽤 봤습니다. 특정 상품 카테고리가 인기를 끌때 금형 한 두개 파서 시장에 팔고 문제 생기면 나르는 거죠. 꼭 피해자분들이 물권관련해서 법적으로 제대로 치리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청지기 윤리가 필요한 블로그 스피어
저는 파워 블로거 베비로즈님의 변명과 처리과정을 보면서, 성서 속에서 동생 아벨을 살해한 카인에게 현현한 신에게 '내가 동생을 지키는 자이니까?'라고 뻔뻔스레 답하던 그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글을 쓰면서 타인의 공감을 자본처럼 얻을 때마다 묻습니다. 내가 이들을 잘 지키고 있습니까? 라고요.
요즘같이 취향이 극단을 향해 나뉘는 사회일수록, 상품 구매에는 주제를 선정하고 관련 제품의 안정성과 미학을 고려해 제안하는 큐레이터 소비가 자리하기 마련입니다. 누군가에게 '이 취향을 가져보라'고 권유할 때는 정말이지 신중해야 합니다. 저는 패션과 미술을 다룹니다. 그림 구매를 요청받기도 했습니다.
항상 거절합니다. 다른 이들보다 고관여 상품인 그림을 딜러 가격으로 사는 방법도 압니다. 하지만 사용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요청에 대한 대답은 NO 입니다. 패션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디자이너들을 발굴해서 전시를 통해 해외에 알리는 일. 좋은 해외 전시를 국내로 가져와 패션의 외연을 넓히는 일. 여기까지가 제가 할 일입니다. 이런 목적이니 블로그에 오는 인원도 한정될 수 밖에요. 12년을 썼는데 아직도 조회수는 미진합니다. 그래도 아쉬워한 적 없습니다. 중요한 건 공감을 얻는 것입니다. 저는 동생을 지키는 자가 될 겁니다. 그 마음으로 여러분에게 패션의 본질을 말하고 통어하는 블로거로 남을 겁니다. 이 땅의 파워 블로거들이 자꾸 소비사회의 적들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어찌되었든 한 길을 가는 블로거로 남고 싶습니다. 참 슬픈 저녁입니다.
***** 글을 써놓고 베비로즈 블로그와 피해대책 카페를 오가며 내용들을 살펴봤습니다. 베비로즈님, 정말 어쩜 이렇게도 무책임하게 면피만을 위해, 글을 지우거나 수정하는 일 이외에는 하시는 게 없는지요. 그 오래전 당신에게 했던 덕담의 시간이 후회될 것 같습니다. 아이가 죽었고, 암환자는 증상이 더 심화되고, 구매한 엄마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각자 살길을 찾자'는 식의 행동은 너무 화가 나는 군요. 양호교사로 요리 블로거로 활동하던 마이드림 블로거도 도마에 오르고(공직자 겸업금지의 의무 위반) 또 다른 블로거 문성실씨까지도 지금껏 해온 공구에 대해 비공개로 돌려놨습니다. 와이프로거분들, 왜 이렇게 변해갑니까? 제발 내려놓으세요.
두번째로 포털의 책임이 없다 할 수 없습니다. 왜 다음뷰는 베비로즈 관련, 아니 나아가 파워블로거들의 공동구매의 악영향에 대해서 베스트에 올리지 못할까요? 온라인 정보 중개업자로서, 다음은 다음뷰를 통해 준 언론사 기능을 획득했지만 실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은 지지도 않을 뿐더러, 온라인에서 제지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만, 그렇다고 책임이 없어지지 않지요. 네이버나 다음이나 다 똑같은 시스템이니 그렇지요. 가뜩이나 다음은 신입블로거 컨퍼런스 열면서, 문성실을 연사로 초대해 블로그의 4세대는 공동구매와 판매가 대세라며 운운하지 않았나요? 다음 포털 찔리지요? 네이버나 당신들이나 개진도진이에요. 툭하면 다음에 세들어 사는 입장이라 날카로운 비판을 못한다고 말하는 여러분들. 제가 보기엔 여러분이 깨이지 않는 한, 우리 안의 정화는 어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