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치킨이 말해주는 몇 가지 비밀
S#1 롯데마트 치킨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들
신문기사에 낚였다. "롯데마트 치킨 품질-맛 의심스럽다" 란 표제의 제목이 다음 메인에 떠 있다. 들어가보니 뒤에 문장이 빠져있다. 동네 통닭집 한목소리....란 말이 배제되어있다. 지난 포스팅에서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횡포와 기존의 관행에 대해, 성찰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고 여기에 대한 다양한 반론들에 대해 나름의 입장을 말하기 위해 오늘 포스팅을 준비했다.
언론은 하나같이 롯데마트 치킨에 대해 단죄한다. 언론은 업주들의 단체행동을 '서민'의 저항으로 포장한다. 물론 대형마트가 출점할때마다 기존상권들이 무차별 깨지는 걸 수없이 봤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찬성하는 것도 아니다. 일본 조차도 대점법이란 걸 만들어서 대형마트의 공격적 런칭을 막았다. 이게 벌써 수십년 전이다. 우리는 아직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재벌의 강력한 법적로비가 유효한 탓일거다. 유통은 모든 상업의 혈맥과 같아서 결국 실체인 상품보다, 그것의 흐름을 쥐고 흔드는 자가 '부가가치'를 형성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온 산물이다. 일본의 유통방식들, 반품을 비롯한 악덕행위까지. 이 모든게 그 오래전 에도시대 이전부터 나온 관행들이다. 이런 관행을 여전히 지속시킬 수 있는 사회는 공정사회가 아니다. 이걸 고칠 생각은 안하고 정부는 언론 플레이만 즐기면서 '살짝 끼어들어 훈수둘' 타이밍만 살핀다.
S#2 가격은 원가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대글 입장이 하나같이 궁색하다 '착한기업' 운운하고 '대기업의 횡포' 이외에는 갖다 붙일게 없다. 말끝마다 영세업주라는데 프랜차이즈 닭집을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인데 함부로 영세업자란 말하는가? 프랜차이즈에서 선불금으로 뜯어가는 영업권, 브랜드 가치의 비용이 수천에서 억에 상응한다. 말장난 하지말라. 진짜 영세업자는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자칭 '웰빙과 양념'으로 버무린 공격을 통해 재래시장 내의 통닭집을 몰아내면서 시장에서 밀려난 분들이다. 이들을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영세업자'라 칭하는 건 모순이다. 비비큐니 교촌, 굽네 어느 기업이 영세기업인가? 논의는 이들에게 아무 말없이 동조해야만 하는 '점주'들에게만 맞춰있다. 이들은 그림자 무사와 다를게 없다. 가케무샤다. 이들을 욕하지 마라, 가치 사슬의 상부에 있는 더러운 프랜차이즈를 보라고 이 글을 쓰는 것이다.
S#3 영세업체들은 착한 기업일까?
롯데마트치킨이 서비스 자체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 말하지만,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에 대해선 언론은 철저하게 눈을 감는다. 한마디도 쓰지 않았다. 가격은 심리의 산물이다. 가격은 원가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기자들의 관점은 전통적인 '원가중심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8천원에 거래되는 테이크아웃 통닭 원가와 롯데마트 치킨의 원가를 보라. 생닭 조달가격을 보지말고, 최종가격을 구성하는 '가치 꾸러미'를 보라는 말이다. 배달을 비롯한 사이드 메뉴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 롯데마트 치킨은 이걸 각자 구매하도록 놔뒀다. 가치를 번들로 묶어서 18000원에 파는 치킨이 있는가 하면 하나씩 쪼개서 값을 내린거다. 참 이상하다. 벌크 구매, 대량구매를 위해 항상 묶음으로 파는게 할인점이 쪼개어 팔기를 하다니. 영세업자로서 가격을 낮추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해선 안된다. 방법을 모르는 것이고 해본 적이 없는 거다. 착한 기업 뒤엔 착한 소비자가 있다고 추켜세우지 말라. 공정무역의 허실을 보면 이 딴 소리 못한다. 공정무역 커피의 반이 바다에 그냥 뿌려진다. 그렇게 버리는게 폐기비용보다 싸기 때문이다.
S#4 통닭은 통닭일 뿐, 소녀시대는 필요없다
서비스를 팔자면서, 서비스를 포함하는 가치묶음은 무시한채, 제조원가만 공개하는 건 웃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치킨 광장점>치킨 주문 시 소녀시대 텀블러컵 증정행사합니다"라고 문자가 온다. 걸그룹을 마케팅에 사용하는 비용, 이걸 행사하는 회사는 '영세업체'가 아니다. 프랜차이즈 협회란 듣보잡 기관이 롯데를 상대로 공정위에 제소하겠단다. 웃긴다. 정작 공정위에 제소되어야 할 것들은 바로 이 대기업 프랜차이즈다. 텀블러 선물보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을 찾는 게 급선무다. 그리고 그 부담은 본사와 점주가 함께 부담하고 나눠야 한다. 이게 상생이고 나눔이다.
브랜드 유지비용을 점주에게 떠넘기고, 불가항력(본사화재 및 조류독감에 의한 살처분)에 의해 상승된 원가는 그대로 유지하고 , 점주 스스로 가치번들을 만들 수 없도록 '본사의 독점적 재료 조달권'을 이용해 차단한다. '10마리 먹으면 한마리 서비스' 쿠폰'은 미리 주문전 말해야 한다는 요구로 묵살되기 십상이고. 이런 내용은 새발의 피가 아닌가? BBQ 치킨의 (주)제네시스는 작년 4월 영세 영업장에 대한 부당 행위로 공정위로 부터 보완조치 명령을 받았다. 계약종료 후 겸업금지를 걸어 점포운영 노하우를 써먹지도 못한다. 외국산 닭과 국내산 닭을 섞어 팔아 원산지 표기위반으로 걸린 것도 수태. 프랜차이즈의 표준약관과 다른 독소조항을 삽입, 영세업장을 괴롭혀온 것이 바로 제네시스와 같은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이다. 그런데도 언론은 롯데의 횡포만 비난한다. 브랜드 치킨이 내세우는 양념값, 혹은 레시피 원가가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을 넘지 못하는 한, 이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중요한 건 가치사슬을 혁신하는 일이다. 그건 영세업주건 대기업이건 똑같은 숙제다.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예전부터 불거지던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터진 것 뿐이다.
S# 5 살고싶다면 프랜차이즈를 버려라
대안은 뭘까? 퇴직 후 자영업자 비율이 가장 높은 한국사회. 이 속에서 가장 손쉽게 채택하는 것이 '프랜차이즈'다. 너나할 것 없이 진입하니 점포수는 늘고 원재료 제공자의 입김만 거세진다. 프랜차이즈는 확장되는 점포수를 이용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었어야 했다. 대기업을 이길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다. 가격을 담합할 게 아니라, 중견규모의 프랜차이즈가 뭉쳐 값을 내리고, 원재료 업체를 자신의 우산속에 편입시켜 수평통합을 이루었어야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대신, 월드컵 이후 가격만 일제히 상승시킨 채, 시장질서를 유지했다. 자본축적만 하고 점주를 이용, 대리전을 시키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대한 비난은 없는 현실. 이것이 문제다. 정말 살고싶다면 지금까지 배운 운영원칙을 갖고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벗어나, 독립적인 자신의 브랜드를 만드는 수 밖에 없다. 이 또한 말만 쉬울 뿐. 비비큐 대학가서 몇 시간 교육받고 창업한 게 전부이니, 무슨 레시피를 갖고 도전하기도 어렵다. 점포수는 확장되지만 서비스와 상품 퀄리티의 통일성도 지켜내지 못했다. 소비자들의 원성이 커진 부분은 바로 점포영업 및 서비스 품질 자체에 있다. 그러니 뭉쳐서 '못살겠다 우리도 배고프다' 밖에 외칠 수 없는 그림자 무사가 된 그들에게 오히려 동조하지 않는 것이다.
프랜차이즈를 버려라. 차라리 지금 가맹점주들이 독립단체를 만들어서 본사에 원가압력을 넣든가, 구매와 조달(Procurement)의 사슬을 새롭게 재편성하자고 큰 소리를 쳐봐라. 이것도 쉽진 않다. 그만큼 통닭집을 차리는게 상대적으로 쉬워 진입장벽이 낮은 데다, 당신들이 아니어도 채워줄 다른 후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말은 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원가상승분에 대해 함께 분담하지 않는다면, 공정위에 제소하고 협력광고를 비롯한 부당한 마케팅 비용 전가에 대해서도 반드시 옳은 말을 하라. 당신들이 목소리를 내야 하는 건 바로 그들 앞에서다. 얍삽할 정도록 가격의 심리학을 꿰찬 롯데도 밉지만, 난 프랜차이즈가 더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