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닭들의 전쟁-서민은 없다 프랜차이즈만 울 뿐

패션 큐레이터 2010. 12. 9. 12:23

S#1 닭의 전쟁-서민은 없고 언론만 고아댄다

 

롯데마트의 기획상품, 통큰 치킨 때문에 연일 온라인이 뜨겁다. 신세계 이마트의 '피자전쟁'에 이어 롯데마트가 저가 프라이트 치킨으로 영세 골목상권을 잠식한다는 내용이다. 글쎄 과연 그럴까? 오늘부터 전국 82개점에서 닭 한마리를 5천원에 판매한다고 롯데는 선포했다. 중량도 900그램 정도니 일반 프랜차이즈 치킨점에서 파는 것보다 200그램 정도가 더 많은 양이다.

 

컨슈머 타임즈를 비롯한 언론사들은 일제히, 롯데의 치킨사업 출점을 '영세상권 죽이기'로 규정하고 총 공세다. 오늘 시작된 서비스를, 고객조사도 없이 '모두다 불평이다'란 식으로 프레임을 만들지 못해 안달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온라인 상에 치열하게 올라오는 댓글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언론의 프레임이 딱히 맞는것 같지 않다.

 

서민들은 환영일색이고 언론만 비판한다.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는 진부한 문구들만 등장한다. '영세업자들의 등골을 빼먹는' '골목상권도 이제는 다 내준다' ' 대기업 횡포, 상생은 어디에' 뭐 이런 제목들이다. 물론 이들의 주장에도 진실이 있고 귀 기울일 부분이 있다. 동전의 양면같아서 이들의 주장 또한 장기적으로 분명 그 효력을 발휘하리란 점. 결코 간과하지 않는다. 언론과 문화적 좌파들이 내놓는 한결같은 표현들. '대기업이 모든 걸 장악하면 손 쉽게 가격을 올린다'란 말. 이 말은 맞지만 한편으론 틀리다. 이건 수요가 어떤 성격을 띄고 있느냐를 생각하지 못한 결과다.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은 유통의 관점에선 기껏해야 유인상품 정도다. 흔히 로스리더라 불리는 것들이다. 더구나 예약하고 가서 장 시간 기다려야 하고 한 점포당 250-400마리 사이라면 이건 상시수요를 창출하기 보다, 매장 내 접객을 늘이기 위한 상술이라고 보는게 옳다. 롯데가 치킨 시장을 다 장악한다고? 이건 치킨이란 상품수요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논평이라고 밖엔 안 보인다.

 

S#2 앙리 4세, "일요일마다 닭을 먹게 하라"

 

프랑스의 앙리 4세는 1200년경 백년 전쟁 이후의 프랑스를 맡아 집권했다. 그는 "일요일마다 온 국민이 닭을 먹게하라"고 공표했고 선행정치로 이를 실천했다. 루이 14세는 하루에도 50마리의 닭고기를 먹을 정도로 대식가였다. 앙리 4세 이후 프랑스의 일요일은 닭요리가 차지하게 되었다는 점. 참 재미있다. 루이 14세 때의 프랑스는 이탈리아와 벨기에와 같은 유럽 국가들에 비해 경제적 빈국이었다. 상업을 주무하던 콜베르 수상과 럭셔리 산업을 부흥시켜 프랑스 경제를 되살리려 했던 왕의 소망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닭고기 소비를 늘이는 것, 닭은 단백질 보충원으로써 가장 저렴하고 서민적인 음식이었던 모양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와 뭐가 그리 다른가? 닭고기의 수요가 쇠고기나 돼지고기와 비교할 때 가격 탄력성이 더 크다. 여기에 치맥으로 대표되는 레크레이션 음식이다. 광범위한 수요는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도 하지만 치열한 업체간 경쟁도 있을거다. 상식적으로는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왜? 업체간 담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S#3 말끝마다 서민, 그러나 서민은 없다

 

4인가족을 기준으로 제품에 대한 가격 탄력성을 비교해 본적이 있나? 나는 기자들에게 묻고 싶다. 나 조차도 자칭 브랜드 치킨의 값이, 잘못 책정되었다고 믿는 사람이다. 가격결정구조에 대해서 할 말이 너무 많다. 말끝마다 서민이 죽어간다는데, 도대체 기자들의 프레임 속의 '서민'은 도대체 누구인가" 어떤 경제적 프로필을 가진 사람인지 나는 묻고 싶다. 모든 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다. 마케팅은 시장에서의 '수요관리'란 오래된 관점을 지지한다. 수요와 공급사이를 매개하는 것이 가격(Price)이다. 가격의 원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닭 가격이 2500원 선이란 것이 밝혀지면서 사람들은 치킨값의 거품에 대해 앙앙댄다. 틀린 말도 아니다. 이들은 어제 발표된 5천원이란 가격의 탄력성에 '가수요'가 된 사람들이다. 그만큼 가격에 민감한 층이라는 것과 적어도 싱글족 보다 가족을 동반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가격을 형성하는 것은 물론 원가 때문만은 아니다. 브랜드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경영행태를 보자. 조류독감이 퍼졌을 때 살처분 하느라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조류독감이 안정된 후 어찌했나? 불가결 올릴 수 밖에 없었다던 임시 가격은 '준거가격'이 되고 내려오질 않는다. 그렇게 몇 년새 닭 한마리의 가격은 앙등했다. 여기에 가열되는 브랜드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또한 가격 앙등에 영향을 미쳤다.

 

걸그룹의 광고 등장과 더불어 원가상승도 올랐을터. 마케팅 비용이 경상비에 들어가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닌가 말이다. 문제는 이렇게 오른 가격들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프랜차이즈들이 보여준 행태일 듯 싶다. 자칭 협력광고(Collaborative Advertising)의 비용을 본사 차원에서 다 처리했나? 미안하지만 오른 원가만큼 점주를 괴롭히고 그들에게서 뜯어간다. 어디 이뿐인가? 점주라면 재료비 관련하여 더욱 경쟁력있는 가격을 제시하는 공급업체를 찾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프랜차이즈란 유통 체계가 어디 이걸 허락하나? 모든 걸 '맛의 통일과 서비스의 균질성 보호'란 명목하에 벌크 구매를 해서 프랜차이즈가 직접 공급한다. 프랜차이즈 공급 가격 자체가 거품인데, 그걸 그대로 안고 사업해야 한다는 말이다.

 

롯데마트가 보여준 가격 구조가 현실적이지 않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에 대해, 난 분노한다. 천만에 가능한 가격구조다. 최근 피자헛이 사이즈를 늘여 판매하는 걸 봤다. 이마트가 미친 영향이다. 시장 내의 경쟁구조가 심해질수록 최종 소비자는 좋다. 이걸 무시하고 '윤리적 소비' 운운하면서 현재의 브랜드 치킨 매장들이 죽어간다고 옹호하는 건 순서가 잘못되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횡포에 대해서는 어떤 기자도, 어떤 언론도 한 마디 하지 않는다. 서민을 자처하는 골목상권의 치킨집 사장들을 괴롭히는 건 '롯데마트'도 들어가겠지만 정작 가장 큰 원인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고, 그들의 가격 담합이자, 점주들에 대한 무차별 흡혈이다.

 

S#4 자영업자들의 나라, 그러나 뿌리에 대한 대책은 없다

 

내가 짜증나는 건 좌파건 우파건, 깊은 뿌리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경우다. 롯데를 옹호할 생각 추호도 없다. 대형할인마트가 제조업체들을 어떻게 후려치는지 현업에서 바이어로 제조업체의 일원으로 오랜동안 경험한 나다. OECD 국가 중 자영업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다. 이 말이 무얼 의미하는지, 지금의 현상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풀어주는 기자는 한 놈도 못봤다. 퇴직하면 다들 음식점 체인을 하는게 이 나라다. 뒤집어 말하면 '모든 국민이 사장이 되는 구조'의 나라라서 좋은게 아니라, 그만큼 퇴직 후 자신의 지식과 지금껏 쌓은 기술을 재 창출할 수 없는 '직능시장 구조'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하나같이 '대기업과 영세상인'의 구조로 이 문제를 프레임 지어놓았다. 어디에도 최종소비자는 낄 여백이 없고, 가장 악랄한 짓을 해온 프랜차이즈 기업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은 쏙 빠져있다. 소비자는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사기 원한다. 5천원에 주는 대신, 배달 서비스 없고 기타 사이드 메뉴도 없다. 저가 항공이 대형 항공사들과 맞서 싸울때 하는게 뭔가? 핵심 서비스에 치중하고 가격을 내리는 것이다. 피자헛도 가격을 내리기 보단, 미디엄 사이즈를 빅 사이즈로 바꿔서 프로모션 하지 않나? 이 방법이 원가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으니 그런거다. 이 또한 이마트 피자의 영향이 아예 없었다고 볼 수 없다. 한 번 올린 가격 절대로 내리지 않는다.....의 원칙. 그들이나 대기업이나 뭐가 다른 건지. 이미 상장된 기업들로 가득한 프랜차이즈 업체가 '서민'이라면 5천원에 환호하는 우리 중엔 서민은 없다. 극빈자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