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수원시미술전시관 강의를 마치고-미술, 예술을 품다

패션 큐레이터 2010. 10. 25. 18:23

 

 

지난 토요일 수원에 다녀왔습니다.

수원시 미술전시관에서 1년 프로젝트로 지속되고 있는

<미술, 예술을 품다>강좌에 미술 속 패션을 주제로 강의하고 왔습니다.

만석공원 속에 자리잡은 작은 미술관인데요. 주변의 풍광이 아주 곱더군요. 정조가 지은

수원화성을 중심으로 논 농사를 짓기위해 마련한 저수지가 중심이 된 공원이랍니다. 여기 저수지가

생기면서 쌀 생산을 만석 이상을 해서 만석거라고 불렀다네요. 담당 큐레이터가 이곳의 저녁

시간, 일몰의 풍경이 곱다고 해서 밥 먹고 잠시 나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똑딱이로 찍은 거라 화질이 좋지 않지만, 이쪽 부근 사시는 분들

부러울 정도로, 주변이 단아하고 곱더군요.

 

 

토요일 강의한 수원시 미술 전시관입니다.

 

 

느리게 책 읽는 공간이라는 일종의 설치예술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안에는 다양한 예술관련 서적들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전시관의 하반기 프로젝트였던 <미술, 예술을 품다>

강의 목록이군요. 반이정 선생님이나 박영택 선생님, 작가 최정화 선생님

모두 쟁쟁하신 분들이신데 리스트에 낀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합니다. 원래 11월 13일

강의인데, 제가 이 때 비엔나로 떠나야 할 것 같아서, 미리 강의를 당겼습니다.

건축가 문훈 선생님이 다행히 제 사정을 이해하시고 양해해 주셔서

그저 감사한 마음이었지요.

 

 

하여튼 두 시간 강의는 40분 정도를 오버해서

또 늦게 끝났습니다. 강의를 시작했다하면 시작하는 시간은

있어도 끝나는 시간은 없는 이상한 버릇이 자꾸 들어서 걱정이긴 합니다만

한분도 빠짐없이 재미있게 강의 들어주셔서 어찌가 감사한지요.

 

 

돌아오는 길, 석양이 짙어 제대로 찍어오지 못한

풍광들을 뒤로 하고 집으로 옵니다. 눈망울이 큰 예쁜 큐레이터랑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하고, 여전히 서울이란 광기의 도시를 제외하곤, 인근 경기지역의

열악한 문화예술사업의 수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갈아 엎어야 할 묵정밭이 너무나 넓지만

포기하지 않아야지요. 이 나라의 각 지역 지역에 문화예술을 향수하고 이로 인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육성하고 만들어가는 일. 며칠 전 배우 이순재 선생님이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에서 이 나라의 정치에 '원칙이 없고 청년들이 겪고 있는 모든 것들을 야기

시킨 건 다름 아닌 선배들'이라고 일침을 놓으셨다죠?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실 속으로 뜨끔합니다.

나 또한 이런 선배가 되어 뒤를 따르는 이들 앞에서 '왕년에는'

이란 말을 내뱉게 될까봐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싸워야겠지요.

요즘들어 점점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이상하리만치, 점점 더 젊어지고

있다는 생각이요. 젊음의 상태란 나이가 아닌 정신과 사고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반문합니다.

당대의 사고에 도전하고, 기존의 생각의 껍질을 벗도록 사람들을 이끌고, 새술을 담을 수

있는 새 옷을 직조해내는 이가 되는 것. 그것이 제가 작게나마 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식일거라고요. 그렇게 믿으며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