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한방 얻어맞은 날.......
복식사 공부를 시작하면서 인터넷 서점 아마존을 저보다 열심히 다닌 사람이 있을까 물어보곤 합니다. 매달 120여만어치, 패션 분야의 책들을 사서 컬렉팅 해왔습니다. 패션 분야는 번역도 잘 되지 않고, 특히 복식사를 비롯한 이론 분과들은 책이 대부분 원서여서 대학 내부의 라이브러리에 있는 인문학 논문들은 제 수업을 듣는 자원봉사자 조교에게 부탁을 해서 얻거나, 인터넷 구매를 통해 해결을 하죠. 물론 이 또한 완벽한 방법은 아닙니다. 인터넷으로도 구할 수 없는 것이 박물관 현지를 가야만 살 수 있는 한정판 도록입니다.
그래도 최근엔 해외 유수 박물관들은 온라인 샵을 속속 개설, 자신들이 편찬한 도록과 논문집, 아트상품들을 전략적으로 판매합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선두를 달리고 있죠. 최근에 검색해보니, 호주의 빅토리아 국립 박물관도 곧 온라인 샵을 열 거라고 하더라구요. 여기에서 발행된 도록 중 <Lace in Fashion>이란 책이 있는데 레이스의 역사를 너무나 좋아하는 저로서는 꼭 구매를 해야 하거든요. 호주에 아는 독자분이 계시면 부탁이라도 해볼텐데, 이것도 힘듭니다. 도록들 대부분은 해외출장이나 혹은 해외여행을 갈 때, 미술관을 자주 가는 지인을 통해 돈과 수고비를 주어 얻지요. 아마존이 생긴 이후로, 해외를 나가지 않아도 외국의 저명한 원서를 직접 골라 살 수 있다는 매력을 한껏 만끽한 것은 사실입니다.
아마존도 책과 표지, 내용 일부, 목차까지 살펴보도록 해서 구매에 도움을 주긴 합니다. 하지만 모든 책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특히 디자인 관련책들, 이미지들이 많은 책들은 이런 참조 내용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지 않아서 살 때 종종 속는 수가 있습니다. 기대했던 것과 내용이 완전히 다르거나 하는 것이죠. 지난 달에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구입한 책은 총 12권, 450불 이상이 들었습니다. 그 중에서 고전 의상의 디테일들만 모아서 화려한 사진으로 정리해놓은 Fashion in Detail 시리즈는 세계적인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에서 큐레이터를 했던 클레어 윌콕스와 발레리 맨데스 두 사람의 손을 빌어 정리된 내용입니다.
17-8세기와 19세기 패션의 디테일을 예전에 샀기 때문에 시리즈로 다 가지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아는 화가가 옷의 세부적인 것들이 잘 드러난 책이 필요하다고 해서, 인터넷으로 신청을 했었죠. 더구나 아래 보시듯, Frequently Bought Together라고 해서 이 책과 함께 구매하는 책이라는 항목으로 구매를 돕는데요 문제는 이 구매권유 로직에 넘어가 책을 산거였습니다. 두 권의 책은 내용이 동일했습니다. 발레리 멘데스나 클레어 윌콕스는 워낙 저명한 복식사가이고 저널리스트인데다, 표지도 완전히 다르고, 표제가 달라서 다른 책인 줄 알았습니다.
근대를 의미하는 모던이 20세기를 지칭한다는 건 알지만, 처음 이 책을 살 때는 그래도 클레어 윌콕스인데......하면서 모던 패션 인 디테일은 모던 후기까지 좀 더 증보해서 다룬 책이려니 하고 믿고 샀었죠. 하지만 두 책을 비교해보니, 페이지 페이지 모두 같습니다. 설명도 같고 내용도 같네요. 완전히 속았습니다. 너무 열불이 터져서, 아마존 가서 책 리뷰에 "너네 구매권유 보고 샀는데 속았다'고 평을 남겨놓고 리펀드 신청했습니다. 어찌나 화가 나던지요. 발레리 멘데스 너무 실망입니다. 말이 증보판이지 책 표지만 바꿔서 해마다 책 값 올려받는 나쁜 대학교수들의 교과서들을 목도하는 상황에서, 비슷한 일을 당한 것 같아서 기분이 아주 그렇습니다.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군요.
더욱 화가나는 건, 흔히 교차판매(Cross Selling)이라 불리는 상호참조방식을 이용할 때, 책의 경우 세밀하게 내용을 체크하지 않으면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겠죠. 상품의 데이터화가 판매지수와 맞물려, 구매를 권유하는 건 좋지만, 명확하게 책의 차이를 식별할 수 있는 마크 없이 사용한 탓에, 제가 이렇게 속은 것입니다. 국내 업체라고 다를바는 없지요. 이런 가능성은 언제든 물려있기 때문입니다. 블로거 중에 책 이야기를 쓰는 분들, 서평을 끊임없이 올리는 분들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물론 제가 구매한 책은 패션이론 분야의 깊은 이해를 원하지 않으면 살 필요가 전혀 없는 책이긴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이 두 권의 책을 사려고 하는 분들, 제가 고생한 내용을 읽어보시고 속지 마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