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의 역사를 배우는 이유
옷의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
자유예술캠프에서 복식사를 강의하면서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결국 복식사란 것은 옷의 역사를 넘어, 옷을 입어온 인간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라고요. 무엇보다 역사 속 사실과 내용에 대해, 옷이란 프리즘을 통해 'why'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대학교육이 어떻습니까? '노하우'와 '노 홧'은 잘 가르쳐도 '노 와이'는 가르치지 않습니다. 문제는 Why란 질문을 던지며 공부하지 않으면 반드시 쉽게 인식의 장벽에 부딛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왜'란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그 학문의 속살을 뚫고 내가 나가야 할 방향성의 본질을 묻는 다는 뜻이며, 존재론에 대해 성찰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패션이란 역동적인 실재를 읽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라크 라캉은 이야기 합니다. 실재(reality)를 탐색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식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받아들이며 적극적으로 타자의 의견과 세계를 껴안아 내야 한다고요. 가시적 세계와 비 가시적 세계,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의 세계까지 안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패션이란 현상이 이렇습니다. 소비사회의 총아로서, 개성의 총체로서, 문화적 아이콘으로서, 이외에도 다양한 빛깔과 형태를 가진 원환같은 이 패션이란 세계. 그 세계를 읽기 위해 많은 시간을 바쳐야 하는 저로서는, 작금의 패션 스타일리스트들이 쓰는 글들이 너무 싫습니다.
저는 속상합니다. 많은 이들이 복식사란 것이 단순하게 예전 시대의 옷의 형태와 스타일을 배우는 것 쯤으로 치부하는 것이 말입니다. 옷의 역사는 인간이 자신을 사회에 적응시키기 위해 외적인 피부를 입어온 역사이며, 그 외적 피부는 사회적 조건에 따라 변모해 온 것입니다. 그 사회를 이해하고, 시대를 이해해야만 복식에 대한 행동이 이해가는 이유입니다. 한자어로 저 '이해(Understanding)이란 것이 무엇입니까? 이성의 바다 속으로 끌여내려 용해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만이 옷과 인간의 관계맺기에 대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관계맺기의 이해에서 바로 옷에 대한 애정이 싹틉니다.
패션 디자인도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존립할 수 없습니다. 지금껏 소비자본주의의 활동 중의 하나 정도로만 치부해온, 사고에서 벗어나, 옷이 가진 다양한 가능성을 배우고 익히는 데는 지금껏, 옷에 관해 우리가 가져온 태도와 입장에 대해 공부해야 합니다. 옷의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지요. 복식사가 제인 애쉬포드의 Art of Dress는 바로 이런 점에서 사회와 복식의 관계를 끌어내는 내용들로 채운 책입니다. 패션현상이 출발한 중세 말기에서 부터 르네상스를 넘어 1914년까지 복식사의 주요한 시대와 시대별 특징 하나만 잡아서 깊게 해석 한 책입니다. 이런 책이 필요했습니다. 툭하면 시대별 헤어스타일과 옷 이름, 양식 모두 같다 붙여서 통사로 정리한 책들은 잡다한 지식은 주지만 혜안은 주지 못했죠.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찾는 일, 물론 모든 이들이 '내가 찾아낸 키워드'의 해석에 다 동의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시대별 그림을 그리는 독특한 관점은 얻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