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본질을 묻는 책-패션의 인문학을 세우기 위해
Fashion
패션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르네상스적 인간이 된다는 것은
이번 달 패션 큐레이터의 서재에는 많은 책이 입고 되었습니다. 영국의 Berg 출판부에 주문한 세계복식백과사전 6권도 곧 도착할 예정이고 무엇보다 최근 발행된 Fashion-Critical and Primary Sources 권이 입고 되었습니다. 1056불이란 거금을 주고 계산했지만 후회없는 책입니다. 대학에 의상학 교육이 자리잡은 지 50여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제대로 된 이론서 하나, 복식사 책 하나 제대로 갖고 있지 않습니다. 복식사 책이 설령 나온다해도, 무슨 저자들이 보통 5-6명에, 공역을 해도 여러 명이 달라 붙는데 번역의 질은 형편없고, 하나같이 업적 만들기의 일부 정도로 치부하고 있으니 문제입니다.
70년대 후반에 서양복식사 책이 나오고 나서 아직까지 제대로 된 후속작 하나 없고, 말이 업데이트지, 저작권 허락도 받지 않고 인터넷에서 긁어모은 이미지를 붙여서 만든 책이 대부분이죠. 옷의 형태와 스타일에 대한 설명만 가득한 복식사책을 언제까지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버그 출판사에서 이번에 괜찮은 책이 나왔습니다. 패션에 관한 주요 저술들을 모아 앤솔로지 형태로 만든 것입니다. 미술사에선 이런 저술들이 많지만 패션 분야에서 나오게 된 것은 처음이란 마음이 설렙니다. 100여개의 주요한 에세이와 논문들, 그외에도 서유럽의 패션 외에도 아시아와 북 아메리카를 아우르는 관점과 무대의 다양성이 눈에 띕니다. 특히 패션사회학과 미술사, 문화사, 인류학, 사회학이론, 복식과 텍스타일 연구에 이르는 다양한 관점들이 녹아있는 핵심적 저술들을 읽어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인문학이 결합되는 게 요즘 모든 학문의 조류입니다. 어찌보면 이것이 트랜드가 아니라, 우리가 진작 걸어 갔어야 할 길이었습니다. 한국의 서양복식사 단행본들은 그런 의미에서 대폭 변화가 필요합니다. 옷의 이름과 스타일만 남발하고선, 그 배후의 정신과 시대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일에 익숙치 않았습니다. 이런 복식사교육은 디자이너들에게 아무런 상상력도 주지 못합니다. 역사는 아이러니하게도, 과거를 배움으로서 미래를 향해 가는 나침반과 같습니다. 미래를 향해 열린 창이며, 그 창을 통해 상상력이란 나무를 키워갈 수 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