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어느 출판사의 황당한 답변-'책 주인이세요?"

패션 큐레이터 2010. 2. 2. 13:07

 

 

  

S#1 이미지는 '도용'하라고 존재하는 것(?)

 

최근 번역을 시작하면서 놀라운 일을 경험했다. <Famous Jewelry Collectors>란 책을 번역하면서 이 책의 많은 이미지들을 한국 내 출간된 보석 관련 미술책이 다량 도용한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너무 기가차서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더니, 처음 전화를 받은 편집자로 보이는 이는 '묵묵부답' 이후 담당 이사와 통화를 했더니 이 사람의 말이 가관이다. '저희도 알아보고 있습니다'란다. 책이 나온지가 7개월이 넘도록 아직도 권리관계를 알아보고 있다는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고있다.

 

대부분 이런 경우 한국 내 이미지 저작관리회사들의 로고와 함께 계약을 체결했다는 표현이 책의 서두에 나온다. 작은 출판사들이 이 경우 계약회피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출처가 밝혀지면 그때 계약을 체결한다'는 식의 문구를 집어넣는다. 한 마디로 대충 넘어가자는 식이고 걸리면 모든 책임은 저자가 저야 한다.

 

대한민국은 저작권 관리가 허술한 나라다. 여전히 그 피해는 창작자들이 고스란히 입는 상황이지만, 최근들어 저작권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은 상당히 높아졌다. 많은 출판사들이 이미지를 구하고 사용할 때, 이미지 저작 관리 회사와 연계해 권리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대세다. 재차 이미지 도용건에 대해서 항의 했더니 "댁이 무슨 상관이냐"를 넘어서 "책 주인이세요?"라고 묻는다. 미술책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어느 출판사도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에 Museum Fee(소장가)를 제대로 치루고 이미지를 쓰지 않는다.

 

"책 주인이세요?"라는 담당이사의 말에 이제서야 답변한다. 책의 컨텐츠를 정당하게 돈을 주고 소유한 만큼 이 책의 주인은 내가 맞다라고. 단 나는 내가 구매한 책이 만들어진 과정이 더욱 '투명'하고 '정당하게'만들어진 것이 되길 바랄 뿐이다.

 

S#2 원래 한국에선 '표절'이 대세다(?)

 

문제가 된 책은 <그림으로 보석을 읽다(이다 미디어 간행)>란 책이다.명화를 통해 보석을 읽어본다는 아이디어. 안타깝게도 원래 이 출판사와 <샤넬 미술관에 가다>를 출간하기로 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줬는데 그 중에 하나였다. 어찌되었든, 아이디어에 머물렀런 걸 책으로 만들었기에 내용을 살펴봤다.

 

<Famous Jewelry Collectors>에 나오는 조안 크로포드의 사진에서 부터 그녀가 소장한 보석 컬렉션까지 철저하게 이미지를 따서 도용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Museum Fee를 내야 하는 런던 초상화 박물관의 작품 또한 다량 포함되어 있었다. 출판사는 '저자에게 따지라'는 식이 되기 싶다. 이런 식으로 권리관계를 피해가는 것인데 내가 할수 있는 건, 해외의 출판사에 직접 연락해서 법적으로 처리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것이 내 방식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책은 도저히 저서라고 보기엔 복식사가 아일린 리베로의 책과 Jewels In the Painting이란 책을 완벽하게 베낀 책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다른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영국의 실제 저자에게 내용을 공증해서 보여주면 될 뿐이다. 학문적 미천함을 들어 '남의 책을 베끼고 표절하는 것'이 당연한 듯 이야기 하는 이 땅의 대학교수들에게도 큰 일침이 되리라 본다. 우선 저자가 몸담고 있는 세종대에도 변호사를 통해 입장을 정리할 생각이다. 분명 이렇게 글을 쓰면 읽는 이들 조차도 궁금할거다. '당한 사람도 아니면서 왜 흥분하느냐?"라고 말이다.

 

나는 분명 밝혔듯 미술책의 저자로서, 내 책의 소비자들에게 '윤리적 독서와 책의 구매행위'에 대해서도 누차 밝혀왔다. 남의 아이디어를 도용하기를 쉽게 한다는 건 그저 '세상을 유연하고 유도리있게 사는 방식'이 아니라 '타인의 생각을 강탈하고 그것을 통해 배부르고자 하는'인간의 모습일 뿐이라고.

 

이미 템즈 앤 허드슨에는 연락을 취했다. 이번 일로 번역 관련 출판사까지도 '그냥 넘어가자'는 식의 태도들. 좋은게 좋은거다란 식의 어물쩡거리며 내게 전화를 걸어왔지만, 단연코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출판계가 낙후된 산업이고 1인 출판이 판치면서 하나같이 공증되지 않은 편집자들이 만든 책들 또한 난무한다. 그 과정에서 원가 줄이려고 하는 짓이 이미지 도용인데, 이걸 '당연하게 생각해달라'는 식의 말엔 도저히 동의하지 못할거 같다. 법적으로 처리하는 수 밖에. 이 과정이 꽤 머리가 아플지라도 할수 없다.

 

세상이 그저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건, 이런 일들을 보면서도 '누군가가 대신 알아서 해주겠지'라고 생각하며 넘어가는 다수가 있기 때문일거다. 이번건은 그냥 넘어가기가 어렵겠다. 내가 문화관광체육부의 자문위원으로 있는 한 더더욱 그렇다. 저작권 협회와 관련 기관에 통보하고 처리할 생각이다. 그렇게 세상은 누군가가 '악역'을 해서 투명해지고 맑아질 수 있다면 나는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오늘 템즈 앤 허드슨 출판사쪽 변호사인 나탈리 카탈로냐에게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회사측에서 해결을 하겠다는 답신을 받았어요. 이제 두 회사가 알아서 처리할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