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얼어붙은 호수의 레임덕들(?)

패션 큐레이터 2010. 1. 8. 18:07

 

공성훈 <얼어붙은 호수의 오리들>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121*145cm, 2009


공성훈의 <얼어붙은 호수의 오리들>란 그림작품을 보자.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촛불, 연꽃, 청와대와 국회의사당이 등장하는, 소재 자체만으로 보면 정치적인 알레고리로 읽힐 수 있는 풍경을 사진과 같은 터치로 그렸다. 이번 그의 작품은 대부분 겨울풍경이 소재로 쓰였다. 작가는 자연스레 보이려고 만든 자연풍경 속에 '이미 들어가 있는 인공자연'을 그리려고 했다고 했다. 청계천이 그랬고, 대운하를 포석에 둔 4대강 사업이 그렇다. 우리는 이미 거대한 인공자연의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

작가 공성훈의 자연풍경은, 고도의 정치적 알레고리다. 원래 서양화의 전통에서 풍경은 동양적 관념에서의 풍경묘사만을 포함하지 않는다. 서구에게 있어 '자연'이란 냉혹한 과학기술과 이성중심주의 사고로 분석할 수 있는 모든 세계를 의미했다. 그것은 이미 18세기 계급차별화에 근거한 사회의 면모들을 글을 통해, 그림을 통해 정확하게 그려내는 걸 목표로 했다.

공성훈의 작품 속 오리의 모습이 딱 현 정권의 위세를 말하는 것 같아, 헛웃음이 난다. 미증유의 겨울 한파를 경험하고 있는 요즘, 오리들이 유유히 부유하던 호수는 혹한으로 꽁꽁 얼어붙었다. 접지면이 점점 더 줄어드는 셈이다. 4대강을 둘러싼 환경담론과 성장담론의 갈등을 철저하게 법이 허용하는 폭력으로 밀어부쳤던 정권.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부치려다 차기 권력의 유력자에게 반발짝 앞선 견제구를 받고, 허리가 끊어질듯 아픈 현 정권이다. 까딱 잘못하면, '절대로 레임덕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던 자기 최면은 뼈아픈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이런 현실이 올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설치류의 가장 큰 장점이 다가올 위험에 대한 직감능력이라는 데 말이다.

어찌되었든, 지금 한나라당의 분열양상은, 대통령에겐 정신적 부담이 아닐 수 없겠다. 돌파구란 표현, 혹은 정공법이란 기술을 사용하기엔, 너무나 많은 패를 열어왔던 탓이다. 오리가 움직일 수 있는 호수의 영역은 점점 더 얼어붙고 있다. 자신의 표현대로 비틀거리고 버둥거리는 레임덕은 안될지언정, 주변의 환경이 따라주지 않아 결국 얼어붙은 호수 속에 갇혀버린 오리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큼은 정확하다. 역시 사람은 이래서 말을 함부로 하면 안되는 거다. 그것이 아무리 자신의 의지표명일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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