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월간 레몬트리와의 인터뷰-여성을 위한 문화멘토

패션 큐레이터 2009. 9. 28. 00:01

 

 S#1 여자들을 위한 문화멘토(?)

 

이번 10월달 레몬트리 잡지에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유독 가을 잡지에 두번이나 얼굴이 실렸네요. 개인적으로 레몬트리는 인테리어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누나 때문에 자주 사보는 잡지입니다. 행복이 가득한 집과 더불어 세계 디자인 여행관련글들이 종종 실리거든요.

 

유학시절 제가 서점에서 종종 읽던 잡지가 바로 마사 스튜어트 리빙이었습니다. 유학을 시작하던 시절에도 영어를 상당히 잘한다고 생각을 했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단어가 가장 많이 나오는 게 바로 인테리어를 비롯 여성들의 영역에 관련된 분야들이었어요.

 

마사 스튜어트 리빙에 나오는 요리 레시피들을 읽을 때 생각보다 깔끔하게 번역하기가 쉽질 않더라구요. 그래서 영어 공부도 할겸 종종 찾아봤습니다.

 

이번은 100호 스페셜이라는데 제 얼굴이 나와서 그런가 더욱 기분이 좋은데요. *^^* 18세기 후반 프랑스의 <메르퀴르 갈랑>이란 잡지를 여성잡지의 효시로 삼습니다. 이 당시에도 여성들을 위한 육아기술, 여행, 패션 등 다양한 생활속 정보들과 더불어 당시로 치면 연애인인 귀족들의 사생활을 다루었다죠.

 

이번 달 기사를 보니 꼭 닮고 싶은 내 40대의 롤 모델을 다룬 특집기사가 있어 읽어봤습니다. CNN 서울 지국장인 손지애, 오페라 활동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메조 소프라노 김수정 교수님, 패션 디자이너 유지영, 연애인들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정샘물씨가 그 모델로 나왔습니다.

 

남성의 40대와 여성의 40대가 그리 다를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특히 조직 안에서 생활하는 성공지향적인 여성들이 늘고 있어서 더욱 그렇지요. 가정의 삶과 직장, 성공의 꿈, 그 균형의 시소를 어떻게 타는지, 그 기술은 사실 누구도 확정적으로 가르칠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항상 다음을 준비하고, 큰 그림을 그리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더욱 심화시켜 완성시켜나가는 나이. 그것이 바로 40대의 특권이자 그 이전의 나이에서 얻지 못한 마음의 여백일 것임을 확신하게 되네요.

 

 

제 인터뷰가 실린 칸은 레몬트리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문화 섹션 부문입니다.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로 알려진 정신과 전문의, 음악 칼럼니스트 박종호 선생님은 음악에 대해, 저는 미술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나눌수 있을것인지 간단하게 제 생각을 나눠봤습니다. 레몬트리같이 좋은 잡지의 인터뷰에 나와서 좋긴 한데, 한편으론 박종호 선생님한테 좀 죄송합니다. 이분이야 음악 하시는 분들이야 모르는 분이 없죠. 풍월당 주인하면 클래식 음악을 하는 분들은 다 아니까요. 하지만 제 블로그는 그렇진 않잖아요. 그래서 좀......죄송한 마음이 있습니다.

 

 

인터뷰 했던 통의동 플라워카페 브릭레인에서......이미지#

 

만보계를 허리에 달고 미술관 거리를 걷다보면 건강과 감성을 동시에 얻게 된다는 게 제 신조라서, 어느 잡지든 이 이야기는 꼭 합니다. 저는 미술관과 갤러리 투어만큼, 좋은 데이트 코스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예전 보스턴 파인아트 미술관에 들렀다가, 초록빛 정원 위에 있는 미술관의 부속 레스토랑을 보면서 어찌나 그곳에서 밥을 먹고 싶던지요.

 

꼭 대형미술관 전시가 아니더라도, 전시회에 가기 전, 네오룩이나 김달진 미술 연구소를 통해 전시회 자료를 한번 찾아보시고, 서문도 읽고 가시면 이해가 빠를거라고 생각합니다.

 

갤러리 내의 큐레이터에게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을 요구해도 좋지요. 당당하게 물어보세요. 예전 갤러리를 다니다 보면, 사람이 들어와도 본체 만체, 나가도 신경도 안쓰고 그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완전히 좋은 상태는 아닙니다만 변모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마인드가 좋은 갤러리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죠. 무엇보다도 즐기는 게 중요합니다. 꼭 미술관에 학창시절 하지 못했던 미술사 공부 하러, 벼락치기 공부한 걸 뽐내려고 가는 건 아니거든요.

 

미술사조를 줄줄 꿰어차야만 그림이 보일거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처음엔 마치 빈 돼지 저금통에 10원짜리를 하나하나 저금한다는 생각으로 자주 가서 자꾸 보세요.

 

도슨트를 하다보면 우리 세대(30-40대 후반까지)의 분들이 범하는 실수를 발견합니다. 그건 바로 그림의 해석에 '정답'이 있는 양 물어보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것이, 비평가가 써놓은 발문에 너무 매이지 않는 것입니다.

 

아예 어떤분은 처음부터 카탈로그 들고 전시장을 돌아다니지 말라고 말하기도 하죠. 현대미술에 확정적인 정답은 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 답이란 내게 달려있고, 그걸 나만의 방식으로 해답을 만들어 기억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지요.

 

레몬트리 독자분을 포함, 제 블로그를 오시는 분들에게, 저는 항상 그림 도슨트로서, 그림 읽어주는 남자로 살고 싶습니다. 이 정도가 좋습니다. 문화멘토는 사실 거창한 표현입니다. 저는 누군가 보다 앞서서 시대를 바라보며, 지평을 넓혀가는 수준의 사람이 못됩니다. 저는 여전히 부족한 점 투성입니다. 사람이 그립고 그림이 그립습니다. 그림이 그리움이란 말에서 나왔다는데, 이 그리움을 지식과 감성을 동원해 조금씩 풀어갈 뿐이지요. 저는 이 말을 여러분과 함께 실천하고 싶을 뿐입니다. 인터뷰하고 참 기분좋았습니다. 인디언 섬머의 끝자락, 따가운 늦 여름의 햇살이 빈 창가로 쏟아지던 하오의 시간, 플라워 카페 브릭레인......다시 한번 가고 싶네요. 커피맛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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