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경기도 미술관 Art & Plus 특강을 마치고

패션 큐레이터 2009. 7. 27. 20:30

 

 

지난 7월 23일 경기도 미술관에서 특강을 했습니다.

<패션의 윤리학>展 오프닝 바로 다음날이라, 사실 시간적으론 많은 부담이 된게

사실이지만, 시인 신현림과 영화감독 박찬욱 등 기라성 같은 분들과 미술과 인접 예술과의

경계 허물기를 주제로 하는 멋진 특강에 초대된 것만으로 저로서는 기뻤습니다.

 

 

경기도 미술관은 매혹적인 주변의 풍광으로 근사한 미술관 건물이

더욱 돋보입니다. 미술관 뒤편으론 널브러진 산책길이 펼쳐지는데, 짙은 테라코타빛

목조다리를 건너, 손으로 짜면 꾹 초록물이 들것 같은 풀숲을 걷는 느낌이

청신합니다. 주변의 연못에선 아이보리빛 연꽃이 피어나고요.

 

 

멋진 조각품들 또한 관람객의 시선을 끕니다.

미술관 주변이 거의 조각공원 수준으로 꾸며져 있어서 산책하면서

즐겁게 작품들을 봤습니다. 오죽하면 강의 마치고 황록주 큐레이터랑 이곳 미술관

학예실장님과 함께 식사하면서 이런 곳에서 근무하시는 거 부럽다고

말했을 정도니까요. 점심먹고 이렇게 멋진 곳에서 산책하면

얼마나 분위기가 좋을까요?

 

 

흐드러지게 핀 꽃무늬 장식이 돋보이는 타임캡슐 뒤로

노천 카페가 실내건물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도 강의 들어가기 전에

미리 일찍가서 주변을 산책하다가 커피 한잔을 마셨네요. 예전 대학원 시절 미국의

보스턴 파인아트 미술관을 갔는데, 그곳 노천카페가 정말 멋졌는데, 값이 어찌나 비싸던지

"음.....그래 마음속으로 마셨다 생각하면서......"뒤로 돌아서 나온적이 있습니다.

 

 

양태근 선생님 작품이 보이더군요. 블로그에서도 몇번 소개해드렸지만

제가 참 좋아하는 작가 선생님이에요. 자연 환경과 그 속에 살아가는 생물의 조화적 삶

파괴되는 우리내 삶의 지형을 봉합하고 치유하는 생태조각들이지요.

 

 

오후 햇살이 좋던 날......

짭조름한 미풍이 장미꽃 가시를 껴안으며 도는

애무의 시간, 초록빛 연못과 풍성한 광량과 시원한 미풍 속에

그저 긴 벤치에 앉아 편하게 낮잠을 즐기는 아가씨의 모습도 보입니다.

 

 

연꽃향이 좋더군요......진초록 햇살과 우윳빛깔의 속살을 드러낸

연꽃송이, 불어로 애무하다와 꽃의 어원이 동일하다더군요. 꽃을 껴안는 미풍의

기운을 표현하는 말이라던데, 이날의 풍광이 딱 그렇습니다.

 

 

패션과 미술을 강의하다보니 요즘은

나름대로 구력이 붙어 부채언어로 작업하는 18가지 법을

설명할 때, 일일이 모션을 취해주기도 하죠.

 

 

하지만 이번 강의는 경기도 미술관의 전시 <패션의 윤리학>에 나온

작품들을 가지고 설명을 했습니다. 단순하게 패션과 미술의 상호결합, 혹은 상상력의 교환을 넘어

사회적 오브제로서의 패션과, 인간의 집단적 모방의식이 결합된 사회현상으로서의

패션, 나아가 윤리적인 소비가 진정한 패셔니스타를 만드는 길이라고 열변을 토하다 왔네요.

 

 

패션과 건축의 길항작용과 상호관계에 대해서도

설명하면서 이번 전시에 나온 윤미진 작가의 작품을 예로 들었습니다.

두 장의 펠트천으로 만든 윤리적 아름다움이란 부재를 큐레이터가 붙였습니다.

옷을 벗고 입는 과정 자체가 마치 집을 쌓는 건축가의 시선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신체란 상수가 있기 때문이죠.

 

 

이번 전시보면서 제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겸 연구가인 마크 리우의 작품을 가지고

천을 버리지 않고 100퍼센트 사용해 만드는 옷의 본질, 혹은 드레스 메이킹의 철학은

이미 동양적 사고의 산물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을 드렸습니다.

 

동양의 의상은 신체를 감쌀 뿐, 절대로 자신의 의지대로

깍아내거나 조형하지 않습니다. 옷에 신체를 복속시키지 않고

신체에 옷을 맞춘 결과지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작은 시선의 차이가 만들어낸

복식의 역사엔, 엄청난 이야기들이 들어있습니다. 이번 강의 마치고 다양한 질문들이 오갔는데요.

질문의 수준이 높아서 대답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강의를 즐겁게 듣고 의견을

개진해 주시는 분들이 늘어서 요즘은 힘이 납니다. 더 열심히 해야지요.

8월과 9월 10월까지 패션강의가 꽤 많네요. 스케줄 조정하기가

쉽진 않지만 열심히 패션의 윤리와 사회적 정체성을

가르치며 다니겠습니다. 진정한 스타일리스트

의 사회를 만들때까지......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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