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마음을 담는 그릇-당신은 무얼 채우고 싶나요?

패션 큐레이터 2009. 3. 22. 18:32

 

 

며칠전 인사동에서 보았던 작은 전시회.

'담다'란 동사를 도자를 통해 재해석하는 작업이 돋보였습니다.

사실 평범한 작품들이지만, 나름대로 기본 골격이 될만한

생각의 무늬를 사유했다는 점에서 끌렸습니다.

 

 

맛이란 단어를 모양으로 설명한다면

과연 어떤 형태를 띠게 될까.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된 동기라네요,

미술이란  어떤 사유, 생각에 형태를 부여하는 작업이기에

신맛, 단맛, 쓴맛, 떫은맛, 이렇게 수십수백가지의

미세한 맛을 그맛이란 실체를 담아내는

그릇의 형태로 포현하면 어떨까요?

 

 

요즘 들어 부쩍, 기본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

혹은 움직씨, 동사를 조형으로 표현한다면 어떤값이 나올지에

궁금중이 늘었습니다. '담다' '채우다' 혹은 '비우다' '게워내다' 등등

인간의 생각을,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어 내는 것이 미술일테니까요.

 

 

그릇의 용도를 가리켜, 비어있음으로 그 용도를 다한다고 하지요.

우리는 어떤 것을 채우고 곳간에 집어넣고, 축적하는 것을 삶의 기쁨, 혹은 성취라는

말로 포장하려 합니다. 그러나 결국 어떤 것을 채운다는 건, 그것을 받아들일

빈 자리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요.

 

 

오랜만에 집에서 커피를 끓여냈습니다. 잘 로스팅된 원두를 사다

커피를 낼 때마다, 흔히 명가라 불리는 집에서 내놓는 로스팅의 미세한 느낌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커피를 볶는 일은 쉬운일이 아닙니다.

제대로 볶지 않으면 신 맛이 나고, 너무 볶으면 탄 맛이 나는 것이 커피입니다.

 

 

 커피를 볶는 일은 결국 잘 골라낸 원두의

화학작용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영어에서 흔히

궁합이 맞는다란 말을 To have the right chemistry라고 표현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치입니다. 나와 너 안에 있는 내면의 향기가

서로에게 이끌리고 혼합되어 만들어 내는 화학적 반응이 필요한 것이죠.

 

 

 이제 새로운 한주가 곧 시작됩니다.

일요일 저녁에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다가오는 한주

채우려고 합니까? 부디 행복한 채움만이 가득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꼭 그러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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