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일상의 황홀

나의 행복한 팬 사인회-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날엔

패션 큐레이터 2009. 1. 22. 04:13

 

S#1-좋은 사람을 만나는 날엔

 

점심시간, 고객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오전에 마친 후 부랴부랴 서둘러 목동으로 갔습니다. CBS 방송국에서 <곽동수의 싱싱경제>를 진행하는 곽동수 교수님과 신지혜 아나운서와 점심을 했습니다.

 

곽동수 교수님과의 만남은 이번이 첫번째였습니다. 저로서도 너무나 만나고 싶은 분이었고, 블로그를 통해서 감사를 표현해야 할 마음의 신세를 진 분이어서 목동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작년 촛불정국 때였지요. 손석희의 100분 토론에서 촛불과 인터넷이란 제목으로  토론을 한 적이 있습니다. 

 

미디어다음 아고라로 대표되는 시민참여 광장에 대한 쌍방의 여론왜곡, 명예훼손, 조중동 절독과 광고업체 불매운동 등에 대한 찬반론이 뜨겁게 진행되었죠. 이날 토론에서 저를 사로잡은 패널이 있었습니다. 노회찬 의원과 송호창 변호사는 익숙한 얼굴이지만 곽동수 교수님은 그날 처음 봤습니다. 조선일보 기자출신의 진성호 의원과 인터넷 미디어 협회라는 정체불명의 조직을 이끄는 변희재란 상대편 패널을 깔끔한 언변으로 넉다운 시켰죠.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인터넷과 언론매체에서는 촛불정국이 탄생시킨 논객 스타에 곽동수란 이름을 올렸고, 변희재를 비롯 '네이버는 평정되었다'를 시인했던 진성호 의원은 시위열사란 칭호가 붙었습니다.

 

 

 

제가 얼마전 블로그를 접는다고 공지를 올렸던 적이 있었지요?

온라인 중독이 너무 심해져서,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자체 판단이기도 했지만

사실 많이 지쳐있던 상태였지요. 미술을 주제로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자괴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무한도전, 베토벤 바이러스에 대해 글을 쓰면 수십만명이 포스팅을 읽지만

미술은 아무리 맛깔나게 써도 인기 끌기 어렵다는 자체 평가도 한몫을 했습니다.

 

그날 포스팅을 마치고 밤 늦게 댓글을 읽어봤는데,

제 마음을 따뜻하게 다독이고 품어주는 댓글이 비밀글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 비밀글의 주인공이 곽동수 교수님이었습니다. 댓글을 읽으며

나를 좋아하고, 격려하는 사람의 숫자가 연예나 정치 주제를 읽는 독자보다 작을 지언정,

내가 있어야 할 이유랄까 존재론은 분명 있다란 확신이 생겼습니다.

 

 

여기 두번째 홍기가 만난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저는 항상 시네큐브와 아트 하우스 모모, 아트 시네마만

전전 긍긍하는 아트 무비 팬인데, 그러다 보니 영화도 헐리우드 영화 보단, 제3세계 영화나

작가주의 영화를 즐겨보지요.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신지혜 아나운서는

영화 음악 프로그램은 오랜동안 이끌고 있습니다. 2006년에는 아나운서 대상도 수상할만큼

자신의 프로그램에 혼신을 쏟고 있고, 문화계 마당발로 유명한 분이기도 하죠.

저와 영화 코드도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는 분이어서 제가 좋아합니다.

 

사실 이번에 출간한 <하하 미술관>의 너무나도 예쁜 추천사를 써준

까닭에 인사라도 드렸어야 했는데, 이날 함께 식사하게 되어 바로 달려간 것입니다.

 

 

곽동수 교수님께서 <샤넬 미술관에 가다>와 <하하 미술관> 두 권의

책을 다 가져오셔서 부족하나마 사인도 했습니다.

 

근사한 일식 점심도 사주시고, 스타일에 관한 책도 한권

선물로 주셨고, 딸기가 들어간 짙은 향의 초컬릿까지 선물로 주셨어요.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이런 작은 행복때문에 글을 쓰는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이틀 전 한국 경제 신문사와 세번째 책 계약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샤넬 미술관에 가다>와 연속선에 서 있는 책이 될 것 같은데, 주제는 제가

공부했던 분야입니다. 저로서는 아무도 쓰지 않는 카테고리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기에,

독특하면서도 나름대로의 통찰력을 담아보리라 마음 깊이 결심하고 있습니다.

 

 

곽동수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제 모습을 미리 살았던 선배로서의 풍모를 가졌음을 배웁니다.

그래서 위로를 얻는 것이 더 쉬운 것 같습니다. 동조성의 압력이 강한 사회에서

정치적 올바름의 시선을 갖는 일. 저는 그것이 오래전, 바리사이를 포함한 종교 지도자들의

폭력적 권위에 도전한 갈릴래야 예수의 시선이라 믿어왔던 사람입니다.

 

오늘도 대화하면서 배운것이지만, 결국 행동을 통해서 그 사람의

모든 면모들은 밝혀질 수 밖에 없다는 곽동수 교수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정치가나 예술가 모두 이 기준으로 평가하기에, 같은 무늬의 길을

가는 사람을 만난 날에는 괜한 힘이 나고, 지쳐있던 몸엔 수액이 돕니다.

 

 

제가 지쳐 보여서 언제 한번 밥 한끼 사주고 싶었다는

교수님을 뵈어서, 힘도 얻고,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 분에게

인사도 했습니다. 요즘 좋은 일들이 연타로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항상 배웁니다

좋은 일이 생길 때, 범사에 감사하고, 그 고마움을 나를 믿어준 이들에게

'반사' 시키는 것. 행복의 바이러스를 내 몸에만 투여하지 않고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에게 퍼져가도록 나를 조율하고 몸을 규율하는 것.

 

곽동수 교수님 홈페이지에 갔다가 제 사진 올리셨길래, 탐이나서 가져왔습니다.

교수님께는.....꾸벅 http://www.savin.net (주옥같은 칼럼이 많습니다. 읽어보세요)

 

이것이 짐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소명임을 아는 것이겠지요.

점심 후 고객을 만나러 가는 길에, 전화를 받았는데, 미술 특강을 해달라는

문의였습니다. 그런데 2시간 강의료 치곤 너무 높네요. 과연 받아도 될만한가 할 정도로.

아무래도 전액 불우이웃 돕기에 쓰라는 뜻으로 하늘에서 준 선물 같습니다.

올해 들어 돕기로 한 단체의 숫자가 늘어서 어떻게 급여를 나눌까 고민했는데,

이 돈으로 다 보내면 되어서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요즘 왜 이렇게 멋진 일이 자꾸 일어날까요?

여러분에게도 '반사'되면 좋겠습니다. 정말 제가 쓴 책처럼

하하하하 웃는 날이 많아질 것 같은 2009년 입니다.

 

 

 

4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