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마음 미술관

당신의 아픈 결혼을 치유하는 그림-총맞은 것처럼 아플때

패션 큐레이터 2009. 1. 14. 06:46

 

 

송미란_The wound in marriage Ⅳ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08

 

연일 혹독한 추위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금요일까지는 추위가

계속 될것이라는군요. 두 번째 생의 책을 마무리 하고 난 후, 몸이 고열과 기침으로

아픕니다. 어제는 일찌감치 10시에 잠이 들어 새벽일찍 잠에서 깨었습니다. 

 

한참 잠에 빠져 있는데, 늦은 시간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홍기야......나 이혼해"........."전화할 친구도 없네"

아픈 몸을 추스리고 친구와 오랜동안 이야기를 했습니다.

대학졸업을 부산하게 준비하던 시절, 제 친구는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연인은 졸업 후 증권사에 들어갔고, 제 친구는 오보에 주자였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커플 중에 가장 무난했으리라 믿었던 이들에게

들어야 했던 이혼소식은 가뜩이나 고열로 아픈 제겐 속이 상하는 일입니다.

 

제 주위엔 음악, 그 중에서도 기악을 전공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결혼과 사랑에 대한, 친구들의 견해는 많은 부분 닮았습니다. 부모의 영향을

참 많이 받는 집단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도 들었지요.

그럴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 기악을 한다는 건, 부모의 철저한 희생과

백퍼센트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송미란_Being left (Part Ⅱ)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08

 

이 경우 결혼과 사랑에 있어, 부모의 의견을 거의 백퍼센트 받아 들입니다.

그들 스스로 말합니다. "지금까지 부모님이 해주신것 때문에 거역할 수 없다"가 핵심이지요.

7년만에 결혼이 파경을 맞았습니다. 자세한 내역까지 공개하긴 어렵습니다.

애널리스트였던 남편의 외도와 이로인함 외로움과의 싸움은 그녀를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친구로서 그저 답답하고 화가나고, 그녀에게 오랜동안 음악도 포기하길 원했던

그 남자가, 같은 남자로서 썩 마뜩치 않을 뿐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송미란의 그림을 바라보다가

정말 속살이 찢어질 것 같은 아픔만 더합니다. 속이 상합니다.

속이 상한 건, 감추려고 감추려고 해도, 표면의 옅고 약간 고리를 끊고 수면으로 떠오르는

우리 안에 있는 상처, 그 영혼한 외로움을 표현하기 때문일 겁니다.

 

 

송미란_Being left (PartⅠ)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08

 

오래전 보았던 <뮤리엘의 웨딩>이란 영화가 떠오릅니다.

뚱뚱하고 자신감 부족에 시달리는 뮤리엘은, 가부장적인 아버지 아래

기를 펴지 못하고 살아가지요. 그녀의 가족 구성원 모두 그렇습니다. 폭군인 아버지와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엄마. 결혼만 하면, 족쇄에서 벗어날 줄 알았는데, 사정은 그렇지 못합니다.

정략결혼을 벗어나, 자신의 삶을 향해 댄싱퀸을 부르며 나가는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치유란 결국은 내 안에서 '발견'을 통해 시작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결혼이, 내 사랑이, 내 연애가 힘들다고 말하고 싶다면

그 시작의 뿌리를 찾아 캐물어야 합니다. 심연속에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햇살아래 드러내야 합니다. 화가 파울 클레가 그랬다지요. 예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요.

 

송미란의 그림이 주는 기괴함. 일종의 섬찟함은

순백색 웨딩 드레스을 입은 여인의 육체가 살코기를 연상시키는 붉은 핏덩어리

위에 앉아있거나, 서 있기 때문입니다. 그 붉은 피의 살덩어리는

말로 표명되지 않았던, 내 안의 깊은 외로움과 불만입니다.

 

 

송미란_The wound in marriage Ⅴ_캔버스에 유채_130.3×130.3cm_2008

 

화가 송미란은 인간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상처의 무늬를

그림 속에 드러내어, 아픈 사람들이 마음과 만나고 대면하기를 기도합니다.

공감이란, 꼭 밝고 명징하고, 예쁜 것만을 공감하는 것이 아닐겁니다. 내 안에 습한 상처들

눅눅하게 젖어들어간 아픔의 방식과 무늬를 바라봄으로써 "괜찮아 나도 너만큼 아팠어"

라고 말해주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그녀의 그림엔 유독 핏빛 고기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만들어낸 상처를 표현한 상징입니다. 그만큼 구체적으로

내 상처의 모습을 드러내기에, 멍울진 내 안의 상처를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송미란_The wound container=My room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08

 

 Contain이란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담아둔다는 뜻과, 봉쇄한다는 뜻이 바로 그것입니다. 연인들의 이별을 소재로 한 

「Being in the Meat Raining Ⅰ, Ⅱ」를 보세요. 대지에 떨어지는 꽃잎파리의

운명처럼, 고기의 비가 내립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참 애타고 아팠을 당신의

소외와 외로움이 비가 되어 내립니다.

 

내 방, 좁은 내 공간 속 벽면을 장식한 상처들, 결혼만 하면 다 해결될 것 같았는데

현실은 여전히 버겁고, 나는 또 다른 방식의 외로움에 시달립니다.

그 외로움을 봉쇄하고 차단해왔던 작은 공간에도 햇살이 비추입니다.

이제는 좀 털어버렸으면 좋겠습니다. 따스한 햇발아래,

내 아픔 마음들, 눅진하게 벤 때와 상처 씻어 말리고 싶습니다.

 

 

송미란_The meat raining in the city_3D 렌티큘러_90×110cm_2008

 

글을 쓰는 동안 4시 50분에 깨어

시작한 이 글을 쓰는 동안 2시간이 훌쩍 지나가네요.

내일의 날씨는 어떨지.....일기예보도 찾아봅니다. 너무 춥다보니

천으로 몸을 둘둘 말아 다니는 요즘, 이 신산한 겨울의 거리를 매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련하기만 합니다.

 

결혼식 부케를 받을 때마다, 왜 장미엔

아이들의 재잘대는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안개꽃이 함께

장식되어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하나로 묶어낸 행복이 중요하기에

그럴거라고 외톨이로 어제를 살았던 내가, 서로 다른

생의 호흡과 깊이, 무게를 안고 살았던 우리가

하나가 되어 닮은 꽃이 되기 위한 결단임을 배웁니다.

 

 

송미란_Missing you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08

 

닮아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닮아가면서도, 내 안의 색을

버려서는 안되는 작업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오늘도,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혹은 옆에 있어도 외로운 당신의 핏발 선

눈매를 안아주고 싶습니다. 힘을 내십시요. 저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제 친구도 빨리 추스리고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