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영화에 홀리다

아프리카에 간 뉴요커 4인방-영화 마다가스카2를 보고

패션 큐레이터 2009. 1. 10. 20:39

                                                                                                                                                                                          

 

4년전 마다가스카의 주인공들이 돌아왔다. 뉴욕 시립 동물원에 사는 사자 알렉스와

수다장이 얼룩말 마티, 우아한 뚱보 하마 글로리아, 멀쑥한 부끄럼쟁이 기린 멜번. 그들은 간교한 팽귄의

음모에 말려들어 아프리카행 배를 타게 된다.

 

 

원래 야생동물인 이들이 뉴욕의 편안한 동물원을 그리워하는

설정 자체가 우습기도 하지만, 동물들 사이에 벌어지는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는 사뭇 진지할 때도 있고,

꽤나 유쾌했다. 요즘 점점 잠이 없어지는 터에, 아침 일찍 나가 조조 프로그램으로 이번 마다가스카 속편을 봤다.

아이들을 위한 영화다 보니 뭐 그럴싸한 스토리를 찾아서는 안된다.

  

 

마다가스카를 탈출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가는 뉴욕 4인방,

이번에도 팽귄들의 실수로 아프리카 사바나에 불시착한다. 그들은 이곳에서 기적을 경험한다.

어린시절 밀렵꾼에게 잡혀 뉴욕 시립 동물원에 방치되어야 했던 알렉스의 어린시절 이야기가 나오고,

남자친구를 만들어 로맨틱한 연예나 즐겨야 겠다며 떠들던 하마 글로리아는 엉뚱한 곳에서 임자를 만난다.

 

 

얼룩말 마티는 동물원 시절과 달리, 같은 종의 동물들과 있다보니, 자신이 독특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고, 실의에 빠지기도 하고

이 뿐만이 아니다. 고장난 비행기를 고치기 위해 관광객들의 버스를 탈취하는 팽귄들의 귀여움 사악함은 영화의 백미다.

물론 원숭이를 노예처럼 쓰며 갖은 나쁜짓을 하다가 노조 위원장인 원숭이에게 한방 먹는 것 까지,

영화 속엔 별별 뉴요커의 정서들이 묻어나온다.

 

 

다만 뉴요커 답게 정말 팝핀과 브레이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춤을 소화하는 사자 알렉스의 모습을 즐기고 웃으면 될 일이다. 마다가스카 속편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 까 싶다. 그들은 진정으로 있어야 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 셈이니 말이다.

영화 말미에 조금이라도, 뉴욕의 동물원으로 돌아가겠다는 논평이 없는 걸 보면,

그들의 여행은 이번이 마지막일듯 하다.

 

 

쿵푸팬더와 슈렉, 오늘 본 마다가스카와 볼트, 미국식 애니매이션은

철저하게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 구성을 선호한다. 우리가 동방신기나 원더걸스의

각 인물의 캐릭터에 흥분하듯, 한 개인에 대한 추종보다, 이를 주식의 포트폴리오 처럼 묶어서

관객의 식상하기 쉬운 성질들을 완화시킨다. 4명중의 하나가 뜨면 덩달아 다른 멤버들도 후광을 업을수 있고,

시너지 효과까지 낼 수 있으니 이 보다 안전한 구조도 없지 싶다.

 

 

이번 마다가스카 속편은 판에 박힌 전편의 후속작이긴 하지만,

드림웍스의 컴퓨터 그래픽은 볼만했다. 아프리카란 거대한 배경을 후경으로 내세워 인물들의 캐릭터성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전편보다 훨씬 더 좋다는 평가는 듣는 것 같다. 다만 이야기 구조가 <라이언 킹>을

너무 많이 베껴먹은게 눈에 보인다는 것만 제외하곤 말이다.

 

 

그냥 이런 영화는 너무 진지하게 보면 탈난다.

그냥 웃으면서.....(사실 보다보면 좀 지루한 느낌도 들지만) 보는게 좋다

 

 

 그저 영화를 보면서 떠올랐던 생각은

2년전 아프리카 여행을 하며 갔던 아프리카 케냐의 사파리였다.

광활한 자연이라곤 하지만, 거대한 자연또한 보호구역이란 이름으로 갖혀있는

동물들의 모습이었다. 아마 이 뉴욕 4인방에겐 어차피 구속되고 묶여 있는 것이라면

사람들의 인기나 먹고 살기에 더 좋은 뉴욕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들 또한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적응을 더 해야 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