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손으로 그린 도자기-수아직의 세계

패션 큐레이터 2008. 7. 14. 16:05

 

2004년 가을 파리 출장 가는 길에 들렀던

리모주란 조그마한 마을입니다. 여행 책자를 보면 거의 1장도 안되는

간략한 설명이 담겨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제겐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복식사를 공부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18-19세기 귀족들의

생활과 단면들을 살펴볼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가구와 앤티크등 다양한 요소들을 함께

고려하여 당대의 패션을 해석합니다. 리모주는 18세기부터 현재까지

프랑스 최고의 도자기 단지로서, 양질의 백토가 생산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백자의 엷고 투명한 표면에 그려진 금박무늬와 장미문양이

새겨진 리모주 도자기가 만들어집니다.

 

 

프랑스의 고성을 들르면 어디를 가든, 이 리모주 도자기 한 세트씩은

꼭 발견하게 됩니다. 그만큼 귀족들의 필수품이었지요.

리모주는 프랑스 전통 칠보공예의 고장답게 전 세계의 컬렉터들에게

미려한 유럽식 정통 도자기를 2년마다 선보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핸드 페인팅 도자기 또한

이 리모주 지역의 공방에서 만들어진 수제 도자기 작품들입니다.

현대적인 느낌, 코발트 블루와 레몬 그린, 뜨거운 핑크와 같이

현란한 색채의 향연이 그대로 펼쳐집니다.

 

 

1990년대 초반 테이블웨어 제품을 생산하던

수아직(SOIZICK) 사와 리모주 도자기 공방의 장인들이

서로 협력작업을 하면서 제품 라인을 확대했습니다. 최근엔 테이블웨어를 포함해서

조명과 장식용 그림, 다양한 홈 데코 제품을 아우르는 거대한

컬렉션으로 성장했지요.

 

 

로맨틱한 느낌의 디자인, 동화같은 색채가 덧입혀진

표면엔 꽃과 열매등 다양한 패턴들이 균질하면서도, 여백의 미를

가지고 알알이 박혀 있습니다.

 

 

리모주산 백토로 만든 백색 도자기에

손으로 일일히 그려낸 장인의 손길이 눈에 들어옵니다.

개별 그릇 하나하나에 채색을 한 장인의 이름이 사인으로 새겨 있어서

컬렉터들 사이에선 수집용 제품으로 이미 인정을 받고 있어요.

 

 

표면엔 크리스탈로 처리를 해서 더욱 미려한 느낌을 발산합니다.

 

 

이런 모양의 양념통이 있으면 참 재미있겠다 싶네요.

 

 

대나무로 성글게 짠 피크닉 바구니에

이렇게 예쁜 접시들을 담고, 바게트빵과 과일, 와인과 신선한 잼

담아 어디 고요한 수목원이라도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코발트 블루빛 접시가 곱습니다.

여기엔 뭘 담아야 좋을까요? 처음엔 양 다리에 곱게 리본을 맨

치킨요리를 올리면 어떨까 했거든요. 여러분은 어떤 요리가 좋을 것 같으세요?

 

 

바다물빛 테이블 보 위에 연두와 보라색

천 냅킨과 고정기를 보니 아주 정갈한 마음마저 듭니다.

 

 

리모주산 백토로 만든 백색 도자기를 흔히

'공(empty)'이라고 부른다네요. 그만큼 백지에 새로운 삶의

무늬를 아로새겨가듯, 스케치북처럼, 장인 각자가 자신이 원하는 걸

그려간다고 해서 붙인 이름일 겁니다. 채색과정이 매우 정교하고 단아합니다.

 

 

세월의 두께만큼 따뜻한 정
그윽한 향기 배려하고 서로 위하는
삶의 향내음 가득 우리 마음에 남겨지길
아쉬워 소망해보다 가장 중요한 건 지금이라는
삶의 몫 깨닫는 순간 한없이 몸 낮추어 미약한 숨만 헐떡거리다


우리네 사는 모습이 평안과 안식 속에

날마다 사랑 줄 수 있다면 삶의 지혜 보람마저도
절로 무지개처럼 피어나 찬란하고 영롱하게 활짝 꽃 피울 것임을
사유의 방식으로 감사해하다

 

손병흥의 <마음의 그릇> 중에서

 

 

흔히 육체를 가리켜 소마라고 하지요.

영혼을 담는 그릇인 신체만큼, 우리내 먹거리를 담아내는

그릇도 이제는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화려한 도자기에 먹거리를 담자는

뜻이 아닙니다. 위험사회를 살아가면서, 사전 예방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 국가통치의

미숙함으로 인해, 먹는 것, 입는 것, 그 어느 것 하나, 시민들 손으로 일일히

점검하게 검토하고, 시험하며 버텨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이 현실이 안타깝고 슬픕니다.

 

여러분의 밥상은 어떤 그릇으로 채워지고 있나요?

가족에 대한 염원, 건강, 소중한 시간들로 가득 메우고 있겠지요?

그럴거라고 확.....믿어버릴래요.

 

유키 쿠라모토의 연주로 듣습니다 In a Refreshing Breeze

갑갑한 사무실, 뿌연하늘, 그러나 그 위에 있는 푸른 지구를 담아내는

우리들 마음속, 시원한 미풍이 붑니다. 더운 여름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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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일 밤 11시 30분 KBS <TV 책을 말하다>에서
제 책 <샤넬 미술관에 가다>를 방송할 예정입니다. 늦은 시간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