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미술 속 음주가무-취중진담은 이제 싫다

패션 큐레이터 2008. 4. 19. 02:51

 
소윤경_연기_천에 목탄과 혼합재료_110×110cm_1999

 

살다보면 술에 한번 진탕 취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기분을 돋운답시고 마시는 이 술이란 것이, 참 요상해서

한잔 한잔이 누적될수록, 주체인 우리가 이상하게 변해간다는 것이죠.

마포에서 돼지 껍데기에 소주 한잔 하자며 친구가 부를땐

뭔가 아련한 옛 추억과 과거가 떠오를것도 같습니다.

 



정문경_독안에 든 나_빔 프로젝트_가변설치_2005

 

술잔이 오가며....결국 나와 너는 변해버리죠.

술독 안에 든 나 자신을 발견하고 맙니다.

그리고 한가지.....더, 왜 술에 취하기만 하면 이 땅의 남자들은

취기삼아 여자를 찾을까요.

 


이재용_피바다 노래방_혼합재료_80×60×45cm_2004

 

시대의 문화는 동시대인의 감성과 의식을 반영하여 형성됩니다.

생활 문화의 하나로서 자리잡아온 '주·색·잡기'는 과거에서 지금까지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했고,

건강한 삶의 활력소로서 동시에 일상을 지배하는 원초적 욕망의 표출 수단이 되어왔지요.

그 이면에는 삶의 비극-이별, 고통, 죽음 등-을 잠시 망각하게 하는 비상구로서의 기능과

파멸과 나락으로의 지름길이라는 이중적 속성이 존재해 왔습니다.

 



박영균_86학번 김대리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162×130cm_1996

 

노래방에서 노래를 불러도 죽기를 각오하고 부르는

가무가 되고, 기쁨은 뒤로 가고, 오붓함은 이미 지워진지 오래지요.

물론 삶의 무게가 큰 것도 이해합니다. 예전 우리의 젊음을 불태운 민주화의

열정도 이해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취하진 마십시요. 내 영혼이 투명한 상태를 유지하는 정도만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취기에 실수했다는 말, 술취하고 그럴수도 있지 않느냐란 말 이제는 하지 말자구요.




윤효실_영양제..._혼합재료_50×40×7cm_2004
 
오늘 소개하는 그림들은, 음주가무의 문화 속에
이미 침윤될때로 되어버린 우리들의 작은 자화상들이 담겨 있습니다.
회사시절, 항상 갑의 위치에 있었습니다. 남들은 받고 싶어한다던 그 접대를 받으러
고급살롱을 다녔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가본 말로만 듣던 룸살롱
솔직히 정서적 친밀감 없이는 기본적인 스킨십도 싫어하는 제겐, 탐탁치 않은 곳이었습니다.
 
강한 위스키와 소주를 무슨 영양제 먹듯 퍼부어 마시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 질펀하게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보는게 그리 편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걸 좋아합니다. 와인 한잔 놓고
수 시간을 떠들어도, 술 먹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깨니 어쩌니 하지 않는
외국인들과의 비즈니스가 좋았습니다.



김성복_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_석고_140×50×25cm_2003

월요일은 월급날이라서 술 마시고
화요일은 화가나서 술을 마시고
수요일은 대금 수금한 날이라 마시고
목요일은 사우나에서 시원하게 목욕하고 한잔 마시고
금요일은 토요일을 기쁘게 맞기 위해 한잔 마시는 당신.......
 


박혜정_병(질병)_동선, 병뚜껑_가변크기, 설치_2004
 
신화 속 주신 바쿠스는 상처가 영혼의 상처가 많은 신이었지요.
태어나자마자, 헤라의 질투로 �겨나 산 속에서 님프들과 포도주나 빚으며
살아야 했다지만, 여기엔 자신의 공동체, 가족에게 소외된 인간의 또 다른 단면이
있습니다. 술을 빚어 그 시간 만큼은 상처를 잊는 것이죠.
 


남영화_공생-미끼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4
 
우리의 성문화를 지배해 왔던 남성중심의 성문화는 잘못되어 있지만
남성위주의 성문화가 여성에게만 불리한 것은 아닙니다.
하긴 요즘 강남의 애무방을 찾는 아주머니들이 그리도 많다 합니다.
그들이 도덕적이지 못하다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자다운 남자로 여겨지는 성문화 속에서 남성들은 강박관념을 갖게 되고
과행사 뒤풀이로 불려지는 음란가요, 기분전환에 흔히 이용되는 음담패설과 야한농담,
휴가를 나가는 사병에게 콘돔을 지급하는 선임병, 여자와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직장인들,
정력적일 것을 강요하는 부부관계 속에서 인격이 아닌 대상으로서의
여성과 이루어지는 남성의 성도 소외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죠.
 


정성희_A'll well that ends well_테라코다_15×10×8cm_2004
 
취중진담이란 노래를 좋아합니다만,
물론 그 노래의 진정성을 시비걸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삶에서 취기에 발설되는 진실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맨 정신으로 분노하고, 사고하고, 사유하고, 눈물 흘리고, 환하게 웃고
그렇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박기영 oops!_혼합재료_40×15×15cm_2004
살아보니 알겠다. 사는일이 별볼일 없다는것을
밥먹고 뒷일보고 졸리면 쭈그리고 자고
비오든 바람불든 상관없이
살아간다.

가끔은 내숭도떨고 가끔은 슬퍼져서 울고
해해댁대며 다시웃고 그리 살아가는일이 무에 어려울까
생쑈를하며 어렵게 연기하는일이
더 바보같은 일이다.

살아보니 알겠다.
미워할일도 서운해할일도 없다는것을
이제사 용서하는일을 어렴픗이 알것같다. 그동안 사랑하고 미워하는일이
제일 힘들었다. 가슴뛸때 혼란하고 증오할때 속이 쓰리더라.
그것말고는 별로 어려운것 없었더라.
살아보니 산것이 꿈만 같더니
살아내니 그것도 순간이다.

그래도 외로울때
등불하나 밝혀줄 그대하나는 있었으며 좋겠다.
 
김낙필의 <취중진담> 전편
 
저는 사랑을 고백할때 용기가 안나서 술의 힘을 빌리는
일은 안하고 싶습니다.....그렇다고 여성분들, 그런 남자들
마음을 너무 몰라주셔도안되요 아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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