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전지현이 여자친구보다 좋은 이유

패션 큐레이터 2008. 4. 13. 22:50

 

여자친구가 전지현 보다 좋은 이유는?

정답은 "만질수 있어서"....랍니다. 최근 출시된 모 기업의 핸드폰 광고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촉각적 기능을 극대화 시킨

핸드폰이니 만큼 <만질수 있다>란 기능성을 포지셔닝 하고 싶었나 봅니다.

 

만진다는 건, 결국 기계와 인간의 소통 방식에

촉각이란 요소를 주된 방식으로 사용한다는 겁니다.

인터페이스의 방식이 촉각인 사회.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이 촉각은 중요한 관계맺기의 통로이지요.

  


최수앙_The one_레진에 유채_50×50×78cm_2007

 

과연 만질수 있어서 애인이 전지현 보다 좋나?

라는 좀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저 여자친구를 만질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좋아해야 하나....라는 반론을 펴면 어떨까 싶었지요.

 

최수앙의 형상조각은 스컬피(Sculpee)를 소재로 해서

만든 조형입니다. 그의 작품 <하나되기 The one>을 보면 하나로 묶여진

남녀의 모습이 보입니다. 촉각 뿐만 아니라. 세포조직까지 결합되어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표정이 썩 밝아보이진 않네요.

 누군가를 만나, 생면부지의 불안함과 떨림, 조급함

뭐 이런 감정들의 앙금을 하나씩 거두어내고, 내 촉각의 분신이 되는

사람을 발견하는 일은 행복합니다.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며 느껴보는 고공활강 상태

 아드레날린이 온 몸의 세포돌기를 싸고 돌며 분비되는 느낌.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익숙해지고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실망에 대한 수위도 높아질쯤

촉각이란 인터페이스로 맺어진 이 관계에서도

균열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내뱉는 모든 말을 다 들어선 안된다는 걸 배우게 되죠.

 

두 사람 사이엔 이젠 일상의 전쟁이 매일 매일 벌어집니다.

누군가를 나의 시각으로, 나의 사고로 길들이는 일.

그것이 안정을 가져오는 일이라고 믿게 되죠.

 

눈물이 그렁 그렁 맺힌 눈동자를 보여주며

눈물작전을 쓰기도 하고, 때로는 강공을 위한 채찍도 듭니다.

 

몸을 만지고 입술을 만지고 서로를 교류하는 것으로

가상의 전지현 보다 사랑했던 존재는 어느 새인가 무서운 존재로 변하기도 합니다.

내 살같이 포근하고 따스했던 친구의 표피가

점점 성질이 다른 이물질처럼 되어 가지요. 그건 무서운 일입니다.

그러나.....헤어지고 나서 알게 되지요. 연인의 가슴팍과 어깨를 찢고 나온

가시가 사실은 서로에 대한 상처로 인한 것임을 말이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일은 그래서 어려운가 봅니다.

세월이 흘러갈수록 결혼이 어려운 이유도 그렇겠지요. 압구정에서 교회를 다니던 시절

잘 나가는 선배누나들을 위해 열심히 소개팅을 만드느라 힘들었지요.

"어머....홍기야 누나는 오로지 신앙 하나면 되"......"네 누나 그렇게 할께요"

"그런데 하나만...홍기야 그남자 키크니? 학교는.....부모님은 뭐해....연봉은 얼마....

집은 몇평.....SKY지?....스타일리시 하니?

 

"누나....차라리 A4 두장에 맘껏 원하시는 조건을 쓰세요"

"어머....얘는 넌 누나가 몇번을 이야기 하니....누나는 오로지 신앙 하나면 되 얘는..."

"(ㅠ.ㅠ;;)" 아....너무나 힘든 매파생활

 

 다음날 설교시간엔 항상 등장하는 목사님의 멘트

"자매들은 제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형제를 놓고 기도하지 말것이며.....에 궁시렁 궁시렁"

 

오랜세월 이렇게 보내며 한가지 확실하게 배운게 있습니다.

사랑은....여자친구는 그저 만질수 있는 것 하나만으로는 얻어질수 없다.....!

 


윌리엄 골딩이 쓴 노벨문학상 작품인 <파리대왕>이란

소설을 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섬에 표류한 소년들이 자신들만의

사회를 만들어 서로 투쟁하고 죽이는 사건이 등장하지요.

결국 주검 위로 들끓는 파리떼의 모습을 클로즈업 하면서 끝납니다.

 

사랑의 영원성을 이야기 하는 반지나 보석도 결국은

죽음의 운명을 피해가지 못합니다. 이유진의 작품을 볼때 섬뜩함을 느끼는 것은

사랑의 유한성에 대한 경고이자, 조건으로 점철된 우리시대의 사랑에 대한

슬픈 자화상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죠.

 

요즘 들어 장가가란 말을 무척 많이 듣습니다.

그저 사랑하는 이를 만질수 있어서, 촉각으로 느낄수 있어서라고 말하기엔

여전히 채워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아직까지는 여자친구보다는

 몽환 속의 전지현이 더 좋네요.....그리고 한가지 더 햅틱폰 써보니

촉각 기반 인터페이스가 썩 뛰어나지 않더군요. 그래서 기각!

 

버블 시스터스의 목소리로 듣습니다.

It's raining men.....다가오는 한주 멋진 데이트들 많이들 하세요.

비보다, 장동건 보다, 전지현 보다 더 멋진 연인들이 빗방울 수만큼 떨어지길....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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