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윤아 미안해-당신의 아이는 어디에 있습니까?
이소윤_장면3-불신_혼합재료_68x28x18cm, 가변설치_2007
출근준비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이 시간엔 항상 7층에서 멈추지요. 꼬마 여자아이가 탑니다.
소윤이는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소윤이를 알고 지낸건
4년 전입니다. 소윤이가 이사오던 날은 파리 출장에서 돌아와
늦잠을 자고 일어난 가을 어느 날이었습니다.
이소윤_장면1-설렘과 기대_혼합재료_93x75x54cm_2007
하루는 퇴근길에 소윤이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쳤습니다.
소윤아.....왜 이렇게 늦게 들어와? 하고 물었습니다.
학원을 여러 개 끊어서요....."음 그렇구나"
"많이 힘들겠네.....소윤이 원피스 되게 예쁘다, 요즘 어때?"
"뭐 사는게 다 그렇죠".....
(-.,-;;).....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의 대응이라
하기엔 마음 한구석이 굉장히 무거워 지더군요.
요즘 아이들은 제가 출장때 들고 다니는 수트 케이스를
가방처럼 들고 다녀요. 물어보니 편하다네요.
내용물이 많을 땐 끄는 게 제격이라고......
이소윤_장면2-불안_혼합재료_45x20x48cm, 가변설치_2007
소윤이랑은 주말 저녁에 종종 운동길에 만나
군것질도 하러 다니고, 아동 미술관에도 데려갔지요.
소윤이 어머니는 저를 만날 때마다 많은 질문을 하십니다.
튼튼영어와 윤선생중 어디가 좋냐? 토익기초반을 보내야 하지 않느냐(허걱-()-)
발도로프 미술학원이 좋으냐, 창의성 훈련이 좋으냐. 아동논술엔 어떤 책을 봐야 하는지.....
항상 대화의 끝은 이말로 끝납니다."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잖아요"
이소윤_장면3-불신_혼합재료_68x28x18cm, 가변설치_2007
최근 아동을 상대로 한 범죄가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납치와 유괴, 살인에 이르기까지, 힘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범죄들로 하늘을 찌뿌옇게 만든 요즘. 한쪽에선 위험사회의
초기 증상으로, 아동학대가 등장하고, 또 한편으론 교육만이
아이의 성공을 담보하는 기제인양, 아이들을 무한정의 사교육 시장에 던지고 있지요.
이소윤_장면4-혼란_혼합재료_61x23x18cm, 가변설치_2007
아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이나 유년시절의 꿈을 키우기 보단
어린시절부터 몸으로 겪어내야 하는 '살아남기' 기술을 익혀야 합니다.
작가 이소윤의 작품을 전시에서 본 날도 가을이었네요.
6개의 방을 따라 서 있는 여자아이의 모습, 분홍색 체크 원피스를 입은 고운
소녀의 모습에서 소윤이를 떠올렸지요. 작가의 이름과 동명인것도 한몫을 한 듯 합니다.
이소윤_장면5-단절_혼합재료_72x70x70cm, 가변설치_2007
작가 이소윤은 이 '상황조각'을 가리켜 자신이 걸어왔던
단계들을 방과 그 속에 있는 소녀의 모습을 빌어 표현했다고 하더군요.
우리 소윤이는 어떤 단계의 방에 와 있는걸까요?
온전한 자아를 찾기 위해 자신의 형상이 그려진 그림을
산산조각 내고 있는 소녀의 모습에서, 일상 속 소윤이를 본다고 하면 지나칠까요?
이소윤_장면6-위로_혼합재료_61x23x24cm, 가변설치_2007
분홍빛의 체크무늬 원피스에 하늘 빛 운동화, 붉은 색 띠가 있는 흰 양말,
홍조 띤 얼굴과 다문 입, 살짝 내 비치는 미소는 '살아남기'에 익숙해진 자신에게 주는 선물은 아닐까요?
작품 속에서 소녀는 오른 손을 내 밀어 사탕을 건냅니다. 작가나 실제 소윤이나
스위트투스(Sweet Tooth)인듯 합니다. 단것을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지요.
이소윤_장면6-위로_혼합재료_61x23x24cm, 가변설치_2007
소윤이의 가방엔 항상 초콜렛과 사탕이 담겨 있습니다.
하긴 저도 그 덕에 몇개 얻어 먹기도 하죠. (물론 제가 더 많이 사줍니다)
이소윤_기운내!_혼합재료_3x4x4cmx21_2007
소윤이는 올해가 끝나면 중학교에 들어갑니다.
소질개발, 언어, 창의력 훈련과 논술을 대비하느라 온 몸이 부서져라
학원을 다녔던 초등시절이 어떻게 변모할까요? 공부는 내가 알아서 하는 거라고 배웠던
세대인 저는 지금의 행태를 썩 마뜩찮게 보고 있지만
치열한 환경 속에 던져진 아이들을 보면 우선마음이 아픕니다.
"기운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초콜렛 사탕도 함께요.
이소윤_go_혼합재료_30x15x14cm_2007
원래 유치원(Kindergarten)은 독일어에서 온 말입니다.
아이들(Kinder)을 정원(Garten)에서 놀게 하라는 교육철학을 따른 것인데
푸른 정원은 커녕 학원의 녹색 칠판을 보는 게 일이 되어 버린 듯 합니다.
뉴질랜드에 있을 때 자주 보던 풍경이 놀이터에서 엄마랑 아이가
모종삽이랑 화분들고 와서 흙 담고 플라스틱 꽃 심고
다시 퍼내고를 반복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귀여워서
몇살이야? 라고 물어보면, "5살 4개월, 6살 4분의 1일....이런 식으로 대답을 하죠.
한국과 달리 뉴질랜드는 정확하게 8살이 될때 초등학교를 간데요.
그러니 자신의 개월수를 항상 계산해서 대답을 하더라구요.
그때 보았던 아이들.....지금 몇학년이 되었을까요?
아이들.....뉴질랜드의 아이들 처럼 좀 많이 놀게하면 안될까요?
소윤이의 하늘색 운동화가 좀 더러워질때까지 말이에요.....
한스밴드의 목소리로 듣습니다.
You Smile, Don't Cry.....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그 날을 기대하며
소윤아......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