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축복의 꽃비를 맞으며-김정수의 진달래 그림전

패션 큐레이터 2008. 4. 9. 19:43

 

 

저번 일요일 인사동에 나가 전시들을 살펴봤습니다.

3월 삼짓이 되면 누구나 한번쯤은 먹게 되는 진달래 화전과 오미자 화채를

시켜 시원하게 목도 축이고, 쌉싸름한 화전으로 몸도 살찌웁니다.

 

 

이제 배가 부르니 전시를 보러 가야지요.

오늘은 재불화가 김정수 선생님의 <진달래 시리즈-축복>전을 소개합니다.

지천에 피어난 진분홍의 진달래가 눈길을 끕니다. 화가는 오랜동안

이 진달래란 테마 하나만을 집요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김정수 화백의 그림은 흔히 말하는 잘 팔리는 그림이긴 합니다.

벽에 걸어놓으면 환한 것이 좋지요. 그러나 단순히 그렇게 넘어갈 문제만은

아닙니다. 1983년 홀홀 단신 프랑스로 건너가 입지전적인 성공을 거두었던

작가였습니다. 메이저 화랑의 주요 작가로 초대되었죠.

 

 

그에게 어머니란 존재는 먼 이국땅에서 홀로 공부하는

아들을 위해 매일 정한의 마음으로 기도하는 절대적인 존재였습니다.

그러던 어머니가 암 선고를 받았고, 아들은 모든 것을 팽겨치고 돌아와 어머니 곁에 머물며

자연치유법을 찾아 산천 전국을 돌아다니며 약산 진달래꽃 꺽어

어머니 치료에 열을 올립니다. 그렇게 7년의 세월을 보냈고

암은 완쾌가 되었습니다.

 

 

연달래, 꽃달래, 반달래, 수달래....전국을 통털어

진달래꽃을 부르는 다양한 이름이 존재합니다. 많은 이름만큼이나

민족의 정한과 인고의 삶을 닮았다는 꽃 진달래.

 

 

완쾌 후, 다시 발병한 암으로

결국은 어머니를 보내야 했던 화가의 찬연한 슬픔이

베어나는 진달래 꽃이 캔버스 위에 곱게 그려져 있습니다.

 

마치 조왕신을 위해 먹거리를 준비해둔 우리들 선조마냥

화가가 그린 진달래는 상위에 오롯하게 놓여진 꽃밥처럼 보입니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위해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꽃 꺽어

밥상을 차리고 싶었습니다. 2000년대 초까지, 진달래는 북한의 국화를 의미한다는

이유로 화가들에겐, 일련의 금기사항처럼 받아들여진 꽃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해빙의 시간을 맞아, 봄의 찬연함을 설명하기엔

삼월삼짓날의 축복스런 하늘의 꽃비를 설명하기엔, 진달래 만한 것이 없지요.

  

 

신작로 잘려나간 산자락에
그네에 매달린 아기처럼 피어 있는 진달래

초연(超然)한 연분홍
색깔 너머로 무거운 하늘을 이고
마음 저리도록 그리운 내 님 모습 같이 피어 있다

김근이 <진달래>전편

 

 

이 땅의 어머님을 위하여.....란 첫번째 전시에서

기억의 저편, 그리고 이제 마지막 <축복>이란 전시로 그의 진달래 그림은

더욱 완숙해지고 편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부쩍 늙으신 어머니가 눈에 걸려

그림을 보고 돌아오던 길, 따스한 꽃차 한잔 마셨습니다만

목에 걸렸습니다. 차와 차구를 구입해 돌아왔지요. 어머니께 예쁜 차 한잔'

끓여내 드렸습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이 그림처럼, 진달래꽃 축복이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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