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차린 '우리들의 밥상'
김진욱_풍요-비빔밥이야기_캔버스에 유채_162×130.3cm_2006
아직까지 점심을 먹지 못했습니다.
요즘 회사의 주문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최근 작은 품질상 하나 받은게 전부인데, 믿어주는 고객이 많이 늘어난 탓이지요.
이럴때 가장 중요한 곳이 바로 공장입니다. 가난한 제조업을 한다지만
공장식구들 만큼 열정을 가지고 이곳을 지키는 분들도 없습니다.
공장은 한마디로 사람들의 힘과 영혼이 비빔밥이 되는 곳입니다.
차지게 뭉쳐있는 만큼, 그 정도의 품질이 되어 나오거든요.
황인선_김치 행진 II-한지 캐스팅(드리핑, 염색 기법)_138×87×87cm×5_2003
생산이 밀릴 정도로 주문이 넘칠때는 지치기도 하지만
사실 공장식구들의 얼굴엔 환한 미소만 가득합니다.
이런날은 늦은 점심을 먹지만, 힘내어 하자는 뜻으로 달콤한 비빔밥에
시원한 배추김치를 쓰윽 얹어 먹어야 제격이지요.
황인선_밥-씸_한지 캐스팅, 실, 조명_187×267cm×81_2004
완도가 고향이신 부장님은 그저 한국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며
무조건 밤을 새서라도, 오늘 출하를 해결할테니 따뜻한 밥 한끼 사라며 성화십니다.
황인선의 그림 속 한지를 빚어 만들어낸 밥알갱이들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곰삭인 한지로 엮어낸 우리내 먹거리를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
정경심_들린다_한지에 수묵채색_74×60.5cm_2008
오늘은 소중한 공장식구들을 위해 영혼의 밥상을 차려야 할까 봅니다.
화가 정경심은 밥상을 그리는 화가지요. 개인적으로 잘 알고 지냅니다만,
이 작가의 그림 속, 곱단하게 차려진 오렌지빛 밥상을 보고 있노라면
군침도 돌지만, 그저 내 혈액 한 가운데를 타고 도는 따스한 기운이 느껴져 좋습니다.
홍정표_Artactually-광어, 오징어 부분사진
합성수지, 에폭시, 레진, 아크릴, 스텐레스 스틸_150×55×85cm_2006
공장식구들과 사다리를 탓습니다.
뭘 먹으러 가야 할까요. 강원도 속초가 고향이신 차장님은 오징어 순대를
반드시 먹어야 한다며 무언의 압력을 넣습니다. 극사실주의 미술작업을 하는 홍정표의 작업은
마치 식당에서 갓 주문한 싱싱한 오징어회를 연상시키네요.
홍정표 Artactually-숭어, 돔 부분사진
합성수지, 에폭시, 레진, 아크릴, 스텐레스 스틸, 150×55×85cm 2006
주임급 아주머니들, 반장님들은 그저 이런 날엔
회 한번 먹어야 한다며 눈총을 주고.....고민입니다.
홍정표
우럭 부분사진_합성수지, 에폭시, 레진, 아크릴 150×55×85cm 2006
신문을 보니 황사때문에 삼겹살을 먹어야 좋다고 한다지만
굳이 불포화 지방때문에 삼겹살을 먹는 건, 오히려 지나친 지방섭취로
이어져 좋지 않다 하네요. 싱싱한 생선이 더 좋다 합니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쏘는 김에 화끈하게 우럭 매운탕으로 결정 합니다.
유영은 <믿거나말거나>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마카, 72.7×100cm 2007
작가 유영은은 음식의 감정들을 포착한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개인적인 체험에서 출발하지만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관계맺기로
나아가는 음식만큼, 많은 추억의 편린을 던지는 것도 없습니다. 그 속에 이미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추억과 나눔의 소통이 들어있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광화문에 있는 모 갤러리 1층에 있는 와플집을
자주 갔습니다. 이거 하나만 시키면 입맛이 까다로운 여자후배들에게도
점수를 따는데 지장이 없었지요.
이소윤 <장면6-위로>
혼합재료, 61x23x24cm, 가변설치_2007
늦은 점심 후엔, 달콤한 사탕도 돌려야 겠습니다.
3월 14일 화이트 데이에, "울 신랑은 사탕 하나 안주더만" 하며 투덜대시는
박 반장님의 손에는 특별히 두개를 더 드려야 겠습니다.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되면 좋겠네요.
아직까지 점심 못 드신 회사원 분들 계실까요?
저는 이제서야 먹으러 가네요. 늦은 점심이지만, 함께 도란도란
먹을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저는 재수가 좋습니다. 이렇게 소박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수 있으니 말이죠. 예전 컨설턴트로 활동할때보다 더 행복하네요.
노브레인의 목소리로 듣습니다. <나는 재수가 좋아>
황사로 찌푸린 하늘이지만, 더욱 환하고 활기찬 오후 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