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미술 속 영화 <괴물>-대운하에 관한 생각

패션 큐레이터 2008. 1. 7. 12:24

 

 

2006년 한해를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영화

<괴물>의 속편 소식이 들려옵니다. 만화가 강풀이 시놉에 따라 그린

초기 스케치가 공개되었고, 이번 괴물 속편은 청계천을 그 배경으로 해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더구나 대통령 당선자의 서울 시장 시절, 나름대로는 최고의 치적(?)이라 자부하는

공간에서 펼쳐질, <괴물> 연대기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메세지를 전해주고 싶은 것일까요.

봉준호 감독은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3부작 연대기로 완성될 것을 희망한다는 자신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태안 기름 유출 사태 후, 많은 자원 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자연은 빨리

 복원되어 간다고 앞다투어 언론에선 떠들어대지만, 실제로 나아진 것은 없고

시간이 지나며 엉키고 설킨 타르 덩어리는 남부 해안에 치명적인 영향을 남기고 있습니다.

사후약방문이라고 큰 전대미문의 사고를 겪고 나서야 2011년부터 단선구조의

유조선들이 운항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될 거라고 하네요.

  


이승현_미확인동물학(부분)_종이보드에 펜_2007

 

영화 <괴물>에 대한 글을 언젠가는 미술로 풀어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2007년 겨울 늦게 아주 좋은 작가 한명을 발견했습니다. 이승현이란 신인작가였는데요.

그가 그린 <미확인동물학> 시리즈는 바로 영화 <괴물> 속 괴 생명체를 그대로 연상시킵니다.

아직도 지구상에는 1백만종이 넘는 생명체가 있고 여기에서 절반 정도만이 겨우 밝혀졌다고 하니

사실 영화 속 <괴물>은 어디에선가 실재로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우리에게 안겨주는 것이겠지요.


이승현_미확인동물학(부분)_종이보드에 펜_2007

 

작가 이승현이 그려내는 미확인 동물체는 식물인지 동물이지 정확하게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그저 욕망에 가득찬 어떤 존재들이 선을 통해서만 구현해내는 미확인 물체가

있을 뿐이죠. 그 물체의 세포들은 자기 증식을 통해 점점 더 크기가 커지고

우리 모두를 삼킬 듯 두려움을 자아내고 맙니다. 마치 식물의 쭉정이 같은 형태를

하고 있기도 하고, 바다 속 어류를 닮은 것 같기도 하지요. 결국 이러한 변종들이 발생한 다는 것은

지금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그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고

그로 인해 자연적 형태가 아닌 그로테스크한 이질적 존재로 변해가고 있다는 뜻을 포함하는 것일 겁니다.

 



이승현_미확인동물학_종이보드에 펜_53.5×45.5cm_2007

 

개인적으로 영화 <괴물>을 보고 나서 많은 생각에 빠졌던 터였습니다.

단순하게 SF냐 혹은 환타지냐, 아니면 호러 장르냐 하는 식의 구분을 짓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제가 보기엔 이 영화는 재난영화에 가깝다고 생각을 했지요. SF 영화하면 제겐 떠오르는

두편의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1968년의 스탠르 큐브릭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과 1979년 이후

3부 연대기로 만들어진 <에일리언> 시리즈입니다. 두편의 영화 모두 과학과 테크놀로지를

인간의 잠재적인 적으로 도입하고 창조자로서의 인간의 책임을 강조합니다.

여기에 저는 재난영화의 코드를 함께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이승현_미확인동물학_종이보드에 펜_53.5×45.5cm_2007

 

아주 예전 보았던 <타워링>이나 <포세이돈 어드벤처>와 같은 재난 영화들은

부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탐욕이 자연재해라는 거대한 힘을 통해 심판을 받고, 다시 한번 겸허의

자리로 돌아올 것을 요청하는 양식이었지만, 현대판 재난영화들은 그 양식이 더욱

복잡성을 띱니다. 인간의 과학과 테크놀로지가, 자신의 욕망을 위해 기존의 생태와 환경을

변질시키고, 오용하게 되면서, 이들이 오히려 역습의 형태로 인간을 공격하는 것이죠.

 

초기 SF 영화들은 하나같이 외계인이란 제 3의 존재를 끌어들여서

사실 우리 안에 있는 냉전상황, 이념, 인간에 대한 증오를 표현했다면, 이제

최근의 SF는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개편, 그 속에서 빌붙어 살아야 하는 약소국의 생태학적 침략과

삶의 식민화 현상을 <괴물>을 빌어 설명하는 듯 보입니다.

 



이승현_미확인동물학_종이보드에 펜_53.5×45.5cm_2007

 

대통령 당선자의 <대운하>를 향한 욕망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최근들이 부쩍 들더군요. 말로는 국민들의 협의와 동의를 거쳐 진행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그 속내를 보면 이미 들썩이는 부동산값과 건설경기에 대한 뜬금없는 희망을 보면

대통령 당선자의 횡보가 너무 그 속도가 빠른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우리에게도 외국과 같은 Referendum 제도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 국토를 거의 갈아엎고, 환경에 대한 영향평가가 전무한 채, 그저 단기적인 경제

부양을 위해 우리의 삶과 환경을 식민화 하는 지금의 <대운하> 건설 정책은

반드시 국민의 준엄한 리트머스 시험지를 통과해야 할 겁니다.

 

이번 속편으로 제작될 영화 <괴물>은 청계천을 그 배경으로 하지요

도심지의 새로운 명물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그 유지를 위해 매년 수백억의 돈을 세금으로 막아야 하는

반쪽자리 업적물이기도 했습니다. 인위적으로 자연을 만들고, 창조자가 되려는 인간의 욕망이

이번엔 다양한 종류의 괴물들의 등장으로 표현된다고 하는군요.

 

아마 3부작 마지막은 <대운하>를 배경으로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그땐 어떤 괴물들이, 등장할까요? 결국은 우리의 욕망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한

무한 증식하는 세포의 속도처럼, 우리 안에선 또 다른 괴물들이 등장하겠지요.

작금의 이 논리가 참 무섭습니다......하긴 요즘 인터넷을 보니 이런 댓글들이 유행하는 것 같더군요.

 

환경 좀 죽으면 어�?-경제만 살리면 되지.... 사람좀 죽으면 어때?-경제만 살리면 되지

이런 말들이 온라인에서 보일때마다, 이미 이 온라인 공간에선

새로운 미확인 인류들이 생겨나는 것 같아 그 소회가 불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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