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순천만-두루미가 나는 땅
하성봉_순천만Ⅱ_캔버스에 먹, 아크릴채색_130×162cm_2004
태안에 다녀온지 이제 3일이 지났지만
그곳이 또 그립고 가고 싶습니다. 작은 힘이지만 어떻게서든 보태고 싶다는
마음만 간절합니다. 간절한 마음 그림으로 달래보려고 작가 하성봉의 그림을 올려봅니다.
하성봉은 개펄과 물길, 풍경, 자갈, 섬과 하늘을 배경으로 그리는 작가입니다.
그림 속 순천만은 흑두루미가 중간 기착을 위해 오는 곳입니다.
하성봉_순천만Ⅰ_캔버스에 먹, 아크릴채색_112×145.5cm_2004
원래 러시아 타이가 습지에서 사는 흑 두루미들은
겨울이면 이곳 순천만에서 쉼을 갖습니다. 러시아의 습지들이 무분별한 개발과 벌목으로
이전의 모습을 잃었기 때문이고, 한국 또한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 태안 기름유출사고로 철새들의 도래지인 천수만까지 검은 기름이
흘러들어가고 있고, 군산 앞바다 까지 검은띠의 기름이 무차별 흘러가고 있지요.
그 속도를 따라잡을 힘도, 여력도, 장비도 우리에겐 턱없이 부족합니다.
순천만은 15만평이라는 천혜의 갈대 군락을 가진 곳입니다.
겨울이 되면 전 세계 멸종위기에 놓인 흑 두루미들이 이 순천만을 찾아옵니다.
몸 전체가 흑빛을 띠기에 흑 두루미라 부르지만, 순천에 사는 분들은 '두리'란 귀여운 애칭으로
이들을 부르지요. 직선으로 하강하는 겨울 햇살 아래, 흑진주빛 깃털이 영롱하게
반사될때의 그 장관은 이루 말할 때 없이 아름답습니다.
순천만은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하구 생태계를 만들어냅니다.
이곳에서 흑두루미들은 자신의 새끼를 위해 먹이를 잡아 먹여 키워냅니다. 우리에게
아이들이 중요하듯, 양육이 중요하듯, 그들에게도 새끼들을 키워낼 곳이 필요합니다.
하성봉_포두-5_캔버스에 먹, 아크릴채색_34.5×65cm_2004
작가 하성봉의 그림 속에서 순천만과 습지의 모습은
먹으로 하나하나 섬세하게 그려낸 탓에, 세밀한 풍경을 보여주지만,
번짐효과로 인해 풍경의 여백과 그 활수함을 더욱 크게 느낄수 있도록 하지요.
1996년 이후 끊임없이 순천만에는 이 흑두루미들이
중간기착을 위해 찾아오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지금 사람들이 궁핍속에 죽어가는데, 저깟 새들 하나 보호하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내 자식새끼, 그곳에 습지 엎어버리고 공장 지어 따순밥 묵고 사는게 더 우선 아니냐고 말이죠.
하성봉_계화도 앞바다_캔버스에 먹, 아크릴채색_122×244cm_2006
미안합니다. 당신들의 자식들에게 일거리를 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런 일들이 생길때마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서로 반목하지만, 결국 그 사이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어가는 것은 지저분한 토지개발업자와 부동산으로 배를
불리는 서울의 부자, 애써 눈을 감는 비리 공무원들일 뿐, 우리들과 여러분이 싸워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얼마전 아산만 갯벌님의
부음을 들었다 시화 갯벌의 부음도
새만금 갯벌의 임종이
다가옴도 바람결에 들었다
오늘은 큰 맘 먹고 순천만 갯벌님을 뵈러 갔다
사망하고 조문하는 것 보다
살아 있을때 뵙는 것이 낫다 싶어서
순천만 어귀에 보초 서는
푸른 갈대가 반갑다고 손짓한다
갯벌에 점점이 박힌
게들도 손님 맞이에 분주하고
도요새 무리들도 군무로 환영을 한다
순천만 갯벌은 살아있다
건강하게 살고있다
순천만 갈대야 순천만 갯벌아
고맙다 고마워
건강하게 살아줘서......
이문조 <순천만에 다녀와서> 전편
Secret Garden의 연주로 듣습니다. Grace.....버겨운 삶 속에서도
우리를 먹이고 달래는 자연과, 그 속의 우리, 모든 것이 은혜입니다.
기름띠가 급속도로 남해 바다로 번지고 있다고 합니다. 전남 지역 해안으로
퍼지고 있다 합니다. 천수만을 넘어 이제 저 순천만까지 검은 기름으로 덮일까 걱정입니다.
힘을 내어주세요. 저도 다시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