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사과 향기 아래 걷다-주말엔 북촌에서 미술산책 어때요?

패션 큐레이터 2007. 10. 21. 03:05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사간동에 나갑니다.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전시들을 살펴보고 작품들을 만나고

도슨트에게 설명을 듣는 시간은 행복합니다.

 

요즘 사간동에선 Platform Seoul이라는 제목의 합동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사간동 지역의 17개 갤러리가 함께 플랫폼 서울이란 제목 아래 11월 4일까지 전시회를 엽니다.

강북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북촌 산책길을 따라 현대미술과 대중과의 만남이란

테마를 위해, 북촌이란 전통적인 느낌의 거리와 현대미술이 공존하는

장을 연출하고 그 속에서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미술의 플랫폼(단상)을 만들어가자는 취지입니다.

 

 

다양한 테마와 소재거리를 발굴해 흥미진진하게 구성한

미술관들을 따라 세갈래 산책길을 걸어 여러 갤러리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우선 예맥에선 Apple 이란 주제아래, 사과를 테마로 극사실주의풍의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의 작품을 모았습니다.

 

 

중견작가 김재학 선생님의 그림입니다.

유리그릇에 담긴 사과들이 참 곱지요. 그림 속에서 사과향기가 베어나오는듯 합니다.

 

 

 이목을 작가의 사과 연작인데요. 이분또한 극 사실주의 풍으로 과일을 그립니다.

나무 상자속에 소담하게 담겨진 과일들을 몰래 훔쳐 달아나고 싶을 정도입니다.

 

 

국제 갤러리로 내려오는 길, 아주 멋진 조형이 보여서 이게 뭐야 했더니

세상에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 조각이었습니다. 칼더는 움직이는 조각 모빌(Mobile)의 창시자이죠

20세기 조각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의 한 사람입니다.

이번 국제 갤러리의 25주년 개관 기념을 맞아 국제갤러리 신관에서는

루이즈 부르주아, 아그네스 마틴, 앤디워홀, 도날드 저드, 조안 미첼, 안토니 카로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합니다. 이 전시는 꼭 한번 보세요.

 

 

 

국제 갤러리 내려오는 길에 새로 개관한 갤러리 ICAM이란 곳을 들렀습니다.

93세의 원로화가 전혁림 선생님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더군요.

통영앞바다를 그리신 작가의 모습이 푸른 바다의 멍울과 함께 중첩되며 느껴졌습니다.

 

 

 

칼국수로 든든하게 점심을 먹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배가 고프더군요. 아마도 가을 날씨가 생각보다 쌀쌀헤서 였는지

에너지 소비가 많았나 봅니다. 주전부리 생각이 간절하던차에 예쁜 아이스크림집이 보이더군요.

소품들이 어찌나 곱던지 사진기에 담았습니다. 저는 가장 맛있다는 이탈리아 피스타치오 쿠키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골라 먹었습니다.

  

 

북촌길 마디마디에 맺혀있는 가을의 깊은 기운들이

올라가는 길 계단 하나하나에 베어나올때쯤.....

 

 

이번에는 꽃을 작업하는 화가 하상림의 작업을 보았습니다.

이분의 그림은 항상 꽃을 주제로 하여 공과 허무, 삶의 존재성과 유한성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번 Platform Seoul 전시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전시는

역시 아트 선재센타와 금호 갤러리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Tomorrow 테마의 전시기획이었습니다.

유동적인 흐름속에 놓여진 현대의 모습을, 변해가는 과정의 모습에

주목하며 만든 작품들이 대거 선보였지요. 저는 오른쪽 작가 오인환의 작품에 눈길이 갔습니다.

초록빛 향을 따라 서울에 있는 동성애 클럽의 이름들을 또박또박 서술해놓았습니다.

여기에 실제로 불을 붙여서 미술관 안은 향불 냄새로 가득차게 되지요.

지워지는 것, 혹은 잊혀지는 것에 대한 은유로소, 혹은 과정상에서의 나눔이란 주제를 표현하는 작품입니다.

  

 

북촌길이 아름다운 것은 전통적인 도기와 보자기들과 같은

옛 정치 가득 우러나는 우리 내 삶의 소품들을 다루는 전통적인 가게들이 즐비해 있고

 

 

그런 가운데서도 현대 미술의 의미들을 함께 담아낸다는데

그 지역적인 매력이 있지요. 위의 사진은 보인행이란 도자기 샵 내에서 작품 몇가지를

보여드리기 위해 양해를 구하고 찍었습니다. 요즘 가마작업이 잘 되었다고

사장님이 좋아하시더군요. 빛깔이 참 곱습니다.

 

 

  대개는 가을의 하늘이 푸르름의 극치며 맑다고들 합니다
낙엽을 들쑤시며 시원스레 불던 바람과 그대와 나
셋이 서 있을 때의 가을의 하늘도
내가 쓸 수 있는 언어의 구사로 하기엔
너무도 아까웠지요


대개는 가을의 새벽하늘은
너무도 조용하여 무섭다고들 합니다
어둠 속에서 제 때깔을 내지 못하는 구름과 그대와 나
셋이 함께 지새우는 새벽하늘은 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손을 꼬옥 잡았지요


벅차오르는 마음의 힘을 다해
그대도 이 가을의 새벽하늘을 보고 있을까요
이른 새벽 하늘의 창을 열면
푸근한 구름 속의 달빛과 별빛은 더욱 가까워 보이고
같은 말을 쓰며 같은 공기를 마시며 숨쉬고 있을 그대는
같은 상처를 가질까요


그대도 이 가을의 새벽하늘을 보고 있을까요
조용함과 푸근함
그 속에 빠져버릴 것 같은 하늘 속의 한 귀퉁이에서
늘 그대로인 별들이 자리하고
저 또한 같이 있던 이곳에서
언젠가 함께 있을 그대를 생각하며 살아가렵니다

 

가을이 깊어갑니다.....아니 가을이란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솔직히 거의 초겨울을 느끼게 하는 한기를 몸속에 담게 하더군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행복한 주말 산책 하시길요......

 

3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