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가다 보면 문득 마음이 환해지는 곳이 있다
지난 폭우 때 나무가 쓰러진 곳 한 나무가 쓰러질 때 옆에 있던 다른 나무가
간신히 팔 벌려 안아주다가 함께 쓰러진 곳
나란히 누워 썩어가는 나무 둥치들이 푸른 잎 매단 채 부러진 가지들이
썩어가면서, 죽어가면서, 한껏 순해진 계곡 물소리를 풀어내고
노랑턱멧새 어여쁜 깃털도 몇 가닥 띄워 보내는
그곳을 지날 때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오래 전 늑골 하나를 부러뜨린 듯
저릿한 통증 같은 사랑을 떠올리는데
그러면 또 내 곁에는 잘 익은 가을볕처럼 한 사람이 다가와
죽음을 기대지 않고는 아무도 아무것도 살아갈 수 없다고 가만가만 말해주는 것이다
예전 캐나다의 UBC에서 공부하던 때 저녁일몰의 시간때면 기숙사에서
가까운 바다로 나가곤 했습니다. 캐나다는 원래 목재와 관련된 상품을 수출하는 것은
큰 수입을 얻는 나라이기에 바다 모래사장을 끼고 있는 옆에 큰 벌목상이 있었습니다.
바다로 걸어들어가는 숲길 흔히 트레일이라고 말하는 곳을 걷다보면 쓰러져 있는
크나큰 나무들을 보곤 했습니다. 육중함과 더불어 뭔가 모르게 속이 비어가는 느낌이 들곤 했는데
이 시를 읽는데 갑자기 그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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