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트플랫폼에서 패션 특강과 함께 소울팟 브랜드의 패션 디자이너 김수진님과 함께 하는 패션 토크쇼를 마쳤습니다. 최근 저는 패션의 역사와 미학을 넘어, 사회사와 웨어러블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나누는 편입니다. 최근 성수동 패션거리에 소공상인들과 함께 '지속가능성'과 에코패션에 대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패션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대중과 함께 나누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천 아트플랫폼에서 열린 인문학 특강은 기존의 인문학에 매몰된 강의 보다는, 현장에서 살아 숨쉬는 디자이너와의 교감, 대화에도 초점을 맞추어서 함께 진행한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강의는 참 알차고 저로서도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패션이나 음악, 무용, 영화와 연극 등 모든 예술에는 울림(Echo)이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날 강의를 들으러 온 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향후에 패션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하더군요. 이 분이 그래요. '울림'에 '어'자 하나면 붙이면 어울림이 된다고. '어'란 단어의 어감, 어떠세요? 어머니의 첫 음절이자, 모든 모음의 기적들을 발화하는 이 단어가 울림에 붙으면 우리의 삶은 그저 '타인을 향한 울림의 수준을 넘어 '도덕성과 삶의 일치, 어울림'이라는 결론을 만들어냅니다. 울림보다 더 큰 개념이 되는 것이죠. 인천의 꿈벗도서관에서 기획한 이번 강의 & 토크쇼의 현장으로 들어가보시죠.
이번 특강 후, 패션 디자이너 김수진님과 함께 토크쇼를 했습니다. 소울팟 브랜드는 제가 정말 아끼는 패션 브랜드입니다. 저는 디자이너 김수진이 선보이는 무와 유의 경계를 넘나드는 색채감각과 실루엣, 무엇보다 매 시즌별로 자신을 모델로 삼아 자문하고, 답변하며 스스로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좋아합니다. 그저 패션 강의, 혹은 패션 전문가가 대중과 만나 이야기하는 주제가, 패피, 데일리 룩, 트렌드 경향 이런 것들을 넘어, 옷의 본질에 대해 우리가 질문하고 답변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한 벌의 옷이 만들어지는 공정에 눈을 돌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을 헤치는 행위, 막대한 자본을 유리하게 흡수하는데만 골몰하며 인간을 파괴하는 일이 없도록, 그 과정의 하나하나를 질문하고 물어야 합니다. 패스트 패션으로 인해 망가진 삶과 인스턴트화된 우리의 취향과 감성까지 말이에요. 제가 디자이너 김수진씨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질문에 대해 함께 답해온 디자이너이기 때문입니다. 이날 토크쇼는 그저 즐거움의 수준을 넘어서 정말 많은 분들이 예정된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답변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한국에서 창고의 역사를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보세창고들의 시작이었지요. 그곳에 만들어진 다양한 공연장과 전시장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시간을 통해 저도, 그저 강의만 고집하기보다, 이러한 다양한 매체들을 이용한 프로젝트다, 디자이너들과 함께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 하는 시간들을 자주 가져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패션에 대한 글을 쓴다고 하지만, 오랜동안 누적해온 글쓰기 훈련이 더욱 해를 지나며 마멸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내가 쓰는 글에 대해 저도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변하는 일을 해야겠구나 결심하게 되는 작은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날 함께 해주셨던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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