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큐레이터의 서재

주름의 미학-패션과 건축, 디자인을 위한 플리츠

패션 큐레이터 2016. 6. 15. 12:39



올 여름, 플리츠Pleats의 유행이 뜨겁습니다. 왠만한 패션화보와 유명인사들의 옷에는 촘촘하게 접힌 이세이 미야케 풍의 플리츠가 자리합니다. 예전에는 나이 많은 여성들의 교복처럼, 솔직히 인식되었던 플리츠가 대중성을 얻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패션과 디자인, 건축 모두 이 접기를 통한 인위적 주름을 자신의 생산물에 사용합니다. 패션에서 왜 주름이란 섬세한 장식요소가 인기를 끄는 걸까요? 인간의 정서의 어떤 측면을 이 주름은 건드려주는 것이길래. 저는 이런 부분에 관심이 많습니다. 



공부를 위해 오랜 시간 재단공부도 해왔지만, 건축이나 일반 소비재 디자인이나 패션 모두, 이 주름이란 요소를 기초조형때 익히는 것을 보면, 그저 장식요소가 아닌 더 심도깊은 존재론적 의미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저 예뻐보여서만은 아닐겁니다. 의미를 부여하려면 직접 만들어봐야 하고, 조립해봐야 하고, 그때의 그 느낌에 내가 솔직하게 감응하고 글로 적어내야 할텐데요. 이런 공부를 위해 산 책입니다. 하나씩 펼쳐보고 있는데 정말 정성스레 책을 만들었더라구요. 하나씩 접어봐야겠네요. 


주름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들, 철학적 사유들을 집중적으로 찾아보고 있습니다. 본질에 대해 집요하게 따져물을 수 있는 이들이 많지 않습니다. 플리츠란 걸 그저 선의 확장으로 해석해서는 지금의 트렌드에 적용하기에는 무리수가 많습니다. 암튼 이 책은 마음에 듭니다. 경계를 교차해가며 생각의 타래를 풀어가려는 가장 토대를 이루는 노력. 입으로는 융합을 외치면서도 서로의 분과를 지나치게 신화화하고, 장벽을 만들어 스스로의 기득권을 유지해온 이들은 참 힘든 시대입니다. 맨날 입으로는 경계를 넘고 허물어보자며 떠들어대지만 정작 그렇게 외치는 학교들이 융합의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것. 어설픈 실험만을 보는 것은 꽤나 마뜩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