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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바, 인생을 던져> 촬영현장에서 만난 배우 조재현

패션 큐레이터 2012. 8. 30. 14:48

 

 

오래된 인력거, 인도로 떠나다

 

저로 하여금 인도에 대한 새로운 꿈을 갖게 만든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바로 <오래된 인력거>죠.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이성규 감독님께서 생의 첫 극영화에 도전합니다. 제목은 <시바, 인생을 던져>입니다. 이성규 감독님은 제가 예술감독을 맡은 연극<서정가>를 직접 보러 오셨고, 그 이후로 친분을 쌓으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런 인연으로 이번 <시바, 인생을 던져>의 패션 슈퍼바이저를 맡아서 배우들의 의상과 컨셉을 만들어가고 있죠. 호주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한 김세민씨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날도 2시에 시작을 알리는 고사도 지냈는데, 저는 한복짓는 디자이너 김혜순 선생님의 메종에서 인터뷰에 바빠, 오지 못했고 4시쯤 넘어 신길에 있는 영화촬영센터로 왔습니다. 배우 조재현씨가 우정출연을 해주셨습니다. 극중 역할은 다큐멘터리 제작 회사의 사장역입니다. 오랜 촬영시간 동안, 흐트러짐없이 좋은 배우로서 아낌없는 연기력을 발산해 주었습니다. 너무나 고마운 일입니다. 사실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로 만들어지는 영화다보니, 힘겨운 점이 많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이들의 손길을 통해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집니다.

 

 

예전부터 영화 현장에 대해서는 잘 안다고 자부합니다.  적어도 현장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정도에 대해서는 안다는 뜻입니다. 특히 좁은 실내나 동선이 여의치 않은 공간에서 촬영할 때, 분주한 현장에서 스태프는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죠. 이런 공간에선 기술 스테프들이 애를 먹습니다. 트래킹을 깔 수 없어, 스테디캠을 썼는데, 이 비용도 만만치 않고요, <오래된 인력거>와 달리 동시녹음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 구현을 하려면 자본이 문제입니다. 감독님 페북에도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걱정이 낱낱히 쓰여있어서, 읽을 때마다 가슴이 애잔했어요. 저 또한 예전 영화 제작부를 하며 매일 전쟁을 치뤘던 경험이 있거든요, 촬영에 소요되는비용이 회차의 예산을 넘어갈 경우, 프로듀서들이 얼마나 혼이 나는지 매일 봐야 했답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인 방향은 별 다를바 없을 거에요.

 

 

카메라 두 대로 촬영을 해서인지 그래도 좋은 컷을 빨리 얻고 하나씩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매 씬별 확인하는 감독님 모습도 사진기에 담아봤네요. 연극 <서정가>를 보러 오셨을때도 조용히 덕담만 나누고 가시더니, 현장에선 강력하게 무대를 조율하고 모든 요소들을 챙깁니다. 그것이 감독이 해야 할 일이죠.

 

 

이번 영화의 주연을 맡은 배우입니다. 배우 소개는 천천히 하겠습니다. 신인 배우입니다. 신인이다 보니 연기력은 부족함이 많겠지만 작품에 대한 열의만은 뜨겁습니다. 한 배를 탄 배우를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겨야 하고, 특히 의상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서 역할에 맞는 캐릭터와 이에 합당한 의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우와 충분히 이야기도 나눠야 하고 특성도 찾아서 만들어줘야 하죠. 이제 시작입니다.

 

 

조연을 맡은 배우고요. 기존 연극 극단에서 일하던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리딩 2차 때 한번 들었던게 전부라서 연기할 때 제대로 보고 평가해보도록 하지요. 다른 건 몰라도 연극을 했던 이들은 호흡이 길어서 짧은 호흡의 집적으로 이뤄지는 영화연기가 어렵지많은 않습니다. 다만 섬세함의 문제인데 이 또한 연출력으로 어떻게 풀어갈지 저도 궁금하더군요.


제 옆에 있는 김세민 선생님이 의상을 맡아서 해주고 계신데요. 정말 많은 애를 쓰고 있습니다. 이날도 조재현씨 의상 때문에 협찬 받아오느라 고생도 많이 했고요. 많은 분들이 영화의상이 협찬이 쉬운 줄 아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신인 배우고 인지도가 낮을 경우 어느 기업도 쉽게 협찬을 해주지 않는답니다.

 

사실 이번 <시바, 인생을 던져>는 그런 프로젝트의 연장선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많은 힘겨움과 열악한 환경으로 스테프들도 만만치 않은 과정을 버텨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란 매체는 항상 우리들을 사로잡는 힘이 있죠. 이날도 저녁 촬영까지 지치지 않고 연기를 해준 조재현씨에게 정말 감사했습니다.

 

촬영장소인 사무실이 좁아서 음향 오퍼레이터나 촬영감독도 애를 많이 먹었을텐데, 이건 배우도 마찬가지죠. 사실 대사 하나하나에 숨겨놓은 감정을 일관되게 매 씬별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7-8차례 지속되는 힘든 촬영 속에서도 캐릭터의 특성을 어찌나 잘 살려내시던지. 괜히 프로가 아닌 것이죠.

 

저로서는 2번째 촬영 분의 대사톤이 좋았는데 음향 운영에 문제가 있어서 이 컷을 쓰지 못하게 될 거 같네요. 아쉽습니다. 영화는 협업입니다. 저도 미진한 손길이나마 돕기로 한 이상 최선을 다해야지요. 조재현씨의 멋진 연기가 극에서 빛을 발하도록 더욱 스토리를 견고하게 가다듬으며 앞으로 나가야지요.

 

이제 안동에서의 촬영을 마치고 나면 인도로 떠납니다. 인도란 나라는 우리에게 무엇일까요? 혹은 어떤 의미로 와 닿을까요? 여행을 통해 성장해가는 두 여주인공의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시바, 인생을 던져>에 대한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힘든 제작 여건이지만, 어차피 삶의 즐거움을 위해 도전한 이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촬영 일지는 그때 그때 만들어서 올려드릴게요. 영화 제작과 실제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특히 포스팅을 주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