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놓치고 싶지 않은 환상> 혼합재료 120×110×96cm 2010
불꽃남자를 꿈꾼.....상처받은 아이에게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을 둘러싼 논쟁으로 한때 인터넷이 뜨거웠습니다. 강용석 의원은 예의 불꽃남자같은 열정으로 사람들을 낚으며 병역기피논란을 이끌어보려 노력했지요. 오늘 세브란스 병원에서 MRI 촬영 재검결과 '특이체형'으로 결과가 나왔고, 촬영사진을 증거로 대며 공개검증을 주장하던 강의원의 고소/고발 헐리우드 액션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예술블로거로서 왠만하면 정치적/사회적 사안에 대해 눈감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강의원의 경우 자신의 행동에 대해, 비등하는 여론이나, 자신의 말처럼 의원직 사퇴를 행여(?) 한다 해서 끝날 차원이 아님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엔 그는 정녕 치유가 필요한 사람입니다. 미술치료를 위해 김소연의 작품을 걸어놓습니다. 작가는 방임된 아동들의 사회적 부적응과 정서적 혼란에 의해 나타나는 자폐적/퇴행적 행동에 주목해왔고 이에 따른 작품들을 제작해온 작가입니다.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꿈속의 인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행동(유영하는 물고기의 목을 부러뜨리는)들이 사회적 정당성을 갖는다는 믿음까지 가진 당신. 너무 아파보입니다.
김소연 <여기 어딘가에> 혼합재료 280×280×120cm 2010
하버드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준 당신.....고맙다
지금껏 강의원의 행동들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아나운서를 상대로 성희롱 발언에서 수많은 고소/고발건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존재감을 사회 속에 각인시키려 주낙을 던진 후 중 한개만 물려도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내면화된 소명의식'을 키워왔습니다. 김소연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은 소외된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관람객들에게 문제의식을 공유하길 권유하는 따스한 작가의 목소리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작품 속 아이들이 꼭 물질적으로 가난하거나 경제적 궁핍과 결핍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아닐 것입니다. 최근 새누리당의 홍준표 의원에게 "X나게 불쌍해 나보다 더 못난 부모 만나 세상 치열하게 살면 뭐해"라는 발언을 트윗에 남기곤 했죠.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아무리 좋은 교육을 받아도, 기본적인 인성이 글러먹은 인간의 표상을 강용석 의원은 '자신'을 통해 사회속에 기억시키고 있습니다.
김소연_환상심기_혼합재료_140×120×65cm_2010
따스한 관심과 사랑이 부재할 때, 아이들은 대인관계에서 집착과 자폐와 같은 이상반응, 나아가 이유없는 적대의식을 키워갑니다. 김소연의 작품에서 지금껏 보여왔던 이미지들은 강용석의 실제 모습과 닮아있습니다. 외부와의 적극적 소통을 거부하고 웅크리거나 등을 돌린 자세, 엄지 손가락을 입으로 빠는 퇴행적 행동, 이런 이미지 전반에는 인간의 본성에 보편적으로 내재된 미성숙하고 불안정한 아동, 우리안의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성희롱 발언 이후, 당을 탈퇴하고 이후 그가 보여준 행동들의 행간을 읽어보면, 단순히 사회적 관심을 받고자 하는 정치인의 나르시스즘 이상의 병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밑바닥의 성숙되지 못한 인간, 그러나 학위나 학교로 포장된 사회적 지표에 눈속임을 당한 채, 투표를 해온 우리들의 그릇된 사고방식과 실수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믿음을 모종심듯, 사람들에게 '환상심기'를 해왔습니다. 남발되는 고소고발은 그런 차원의 확장선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좋은 선례도 하나 남겼습니다. 고위 공직자들의 병역비리에 대한 실제 재검이 가능해지도록 사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그의 작은 치적하나를 발견할 수 있겠네요. 이 관점과 렌즈가 이 땅의 정치인들과 다른 기득권층에게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랍니다.
김소연 <너에게 눈물 맛 사탕> 혼합재료 180×70×110cm 2010
의원사퇴 후, 내면의 어린아이는 어디로 갈까
강용석 의원의 사퇴약속은 지켜질 것이라 믿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데 속보로 강용석 의원의 사퇴소식이 뜨는군요) 어차피 그는 돌아갈 때도, 혹은 회귀할 사회적 지점들을 다 놓쳤습니다. 극단에 몰린 것입니다. 이럴때가 가장 위험합니다. 김소연 작가의 노트를 읽다가 눈물이 났습니다. 강용석도 어찌보면 사회적인 피해자구나, 우리가 흔히 '쓰레기'라 지칭하는 이런 사람들도 어찌보면 가장 적극적인 치유가, 사회적 껴안음이 필요한 존재일지 모른다고요.
"소유욕에는 묘한 폭력이 내재하고 있다. 인간의 소유욕은 타자존재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고 그 자립성을 부정함으로써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한다. 자신의 소유욕이 타자에게 어떠한 악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생각보다는 자신의 만족감부터 생각하는 것이다." 사퇴한 당신의 후를 지켜보겠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자신의 삶을 악화일로에 놓지 않길 바랍니다. 사회가 덥썩 물것 같은 캔디를 주는 정치인보다, 내면과 체질을 바꾸기 위해 긴 세월의 노정을 터벅터벅 걷는 어른으로 태어나시길 바랍니다. 잘가요 강용석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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