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릭 컬렉션을 바로 지나 코너를 막 도는데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무슨 일인가 가봤더니 패션 화보
촬영을 하고 있더군요. 누구보다 이런 현장에 익숙하기도 하고, 별 다를바
없지만 땡볕 아래, 땀흘리며 겨울의상을 입고 촬영에 임하는
모델이 눈에 들어와서 몇 컷 찍었습니다.
어디를 가건 느끼는 거지만 모델들의 몸매를 보고 있으면
확실히 일반인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주먹만한 얼굴에 너무나 길게 쭈욱 뻗은 다리......가냘픈 허리
하긴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모델이란 직업은 작업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여야 했지요.
그 모델과 사랑에 빠지기도 부지기수 였고요. 누군가에게 '형상'이 되어야 하는
존재였기에 그렇겠지요. 역사적으로 최초로 기록되고 있는 모델은
1852년 패션의 역사에서 최초의 쿠튀리에라 불리는 찰스
프레데릭 워스의 아내,마리 베르네 워스였습니다.
흔히 패션계의 모델은 4종류로 나뉩니다.
잡지를 비롯한 인쇄매체용 화보를 촬영하는데 주로
기용되는 이들을 프린트 모델이라고 하고, 런던과 밀라노 파리와
뉴욕 패션 위크와 같은 대규모 런웨이 행사를 위해 일하는 런웨이 모델
여기에 연예인에 가까운 고소득과 인기를 누리는 슈퍼모델이 있습니다. 슈퍼모델은
흔히 글래머 모델이라고 해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부각하는 속성의 모델과
건강한 이미지와 피트니스를 강조하는 모델로 나뉘지요. 이외에도
손과 발만 부분적으로, 자신의 신체부분을 이용하는 모델이
있을수도 있고요. 결국 자신들이 팔아야 할 제품의
이미지에 맞추어 신체를 조율해야 합니다.
영국 모델 에이전트 협회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여성 모델들의 몸매는 보통 34-24-34 in (86-61-86 cm) 이며
신장은 5 ft 9 in (1.75 m) 정도를 평균으로 잡습니다. 몰론 날씬하고 균형잡힌
몸선을 갖고 있어야 하지요. 남성 모델의 경우 선호하는 몸매의 기준은 183-188 cm
정도에 가슴둘레는 92에서 101cm 사이입니다. 이 또한 런웨이와 디자이너의
작품제작 성향, 디자인의 성격에 따라 피부색을 조금 더 낮추기도 하죠.
많은 여자분들이 슈퍼모델이나 패션 모델로 성공하고 싶어 합니다.
실제 제자들 중에도 수퍼모델이 있고요. 화려한 스크린과 화면 상의 삶을 동경하며
첨단 패션을 가장 먼저 입고 선보일 수 있다는 자부심등, 다양한 요소들이 그녀/그들을 끌어냅니다.
그러나 현실은 꼭 녹록치만은 않습니다. 미국 통계청에서 발행된 자료를 보면 2010년 미국 내에서 잡지화보와
커머셜 관련 패션 모델을 하는 이들이 받는 돈은 시간 당 15불 정도입니다. 세계적인 금융 및 재무정보 제공사인 마켓 와치는
직업 모델의 세계를 이미 미국 내 10개의 최악의 직업 중 하나로 뽑을 정도로 현실은 버겁습니다. 경험이 많은 모델은
시간 당 200-500불 사이의 돈을 받지만 그 나마도 에이전트에 20퍼센트 이상의 수수료를 공제해야 하니
실제로 모델에게 돌아오는 돈은 얼마되지 않지요. 런웨이를 상대하는 최고급 모델들은 백만불
이상의 연봉수준을 자랑하긴 하지만 이 또한 여행비와 비행기값, 식대 및 호텔값 등
모두다 그녀의 비용에서 공제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또한 비용 부분이
적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물론 비용부분만을 생각해선 안되죠.
모델이 된다는 것은, 패션의 영감을 불어넣는 존재로서
모델은 그 자체로 잡지사 에디터나 사진가, 각종 산업계 전문가들에게
픽업이 되기도 하고, 스스로 셀리브리티의 길을 걷게 될 행운을 얻기도 합니다.
여성 모델들이 꿈꾸는 화장품 회사의 모델이 될 경우 낮게는 30만불에서 200만불 사이의
고소득을 얻게되니, 누구나 이런 꿈을 꾸는 건 무리가 아닐 겁니다. 화보
촬영현장을 보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패션은 항상 다른 산업보다, 2개의 시즌을 먼저 살아내야 하는
운명을 갖고 있기에, 여름 화보촬영엔 당연히 겨울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화보 속 화려함과는 달리, 땀흘리며, 메이크업 지워질까봐 언제든 대기하고 있는
코디네이터들과 함께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는 거겠죠.
특히 한국에서도 많은 런웨이 모델들이 열악한 삶의 현실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친 경우도 많고, 그만큼 화려하면 그
이면은 더욱 어둡다는 걸 많은 분들이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느 분야나 정상의 자리에 서기까지는 다 어려운 것이고, 정상으로
갈 수록 자신이 기댈 수 있는 발의 면적은 점점 더 좁아지는 겁니다.
흔히 어떤 판이 '좁다'라는 말은 올라갈수록 작업할 수 있는
이들의 숫자가 한정되어 있고, 그만큼의 재능을 가진 이들이 소수라는
뜻도 됩니다. 모델이라고 뭐 다를바가 없겠지요. 모델을 하다가 사진작가로 전업해
세계적인 작가가 된 사라 문이나 한국에서도 패션 디자이너로 반열에 들게 된 루비나 선생님
같은 분들을 보면, 꼭 모델을 통해서 런웨이에 서야만 한다는 부담감도 지워졌으면 합니다.
사진기 앞에서 패션을 입고 서다보니, 카메라와 대화하는 방식을 얻게 되고,
자신의 시선을 사진에 입힐 수 있었다는 사라문.
자신이 모델로서 수도 없이 타인의 옷을 입다 보니
느꼈던 것들을 옷에 토해내 자신만의 라인을 구축한 디자이너가
될 수도 있다는 점. 물론 최근엔 자신의 이름을 빌어 인터넷 쇼핑몰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이 또한 너무 자칫 경쟁이 심해지면 또 다른 방식의 생존들이 모색되리라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모델을 할 때, 그가 입고 있는 옷이 첫번째요, 그 옷을 입은 나를 죽이되,
옷과 하나가 되도록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이는 훌륭한 모델이 되어 런웨이에서
남을 거라는 점입니다. 당신이 입는 옷을 보고 '내꺼하자'는 맘이
들도록 입는 당신. 그가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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