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패션, 예술의 패션(Passion)을 되살리다

패션 큐레이터 2011. 2. 8. 23:08

 

162   art in fashion
      패션, 예술의 패션(Passion)을 되살리다_김홍기

이번 달 월간 퍼블릭 아트 매거진에 작은 글을 하나 썼다. 제목은 패션, 예술의 패션을 되살리다 란 제목이다. 패션을 주체로 했는가 혹은 예술이 주체가 되었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왜 이 문장을 쓰는지 사람들은 잘 모를거다. 한국은 아직가지도 각 영역별 교차와 공유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문화다. 최근 들어 영역별 경계가 허물어지고 서로의 장점을 결합시킨 콜라보레이션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2008년 <샤넬 미술관에 가다>를 쓸 때만 해도 사람들은 패션이 주가 되는지, 혹은 미술이 주가 되는 책인지를 놓고 내게 질문하곤 했다. 항상 영역 내의 태두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더 많은 이 땅의 '모순적인' 태도 때문이다. 패션이 기존의 예술계에 바람을 넣건 혹은 그 반대건 뭐가 그리 문제인건지. 중요한 건 지금 두 분야가 함께 생산적인 담론을 만들기 위해 참여한다는 데 의미가 있는게 아닐까 싶다.

 

정보화란 이름 하에 모든 감성의 경계선이 허물어지는 시대, 패션기업들은 다른 감성을 껴안고 다른 영역에서 살아온 이들을 영입, 제품의 새로운 면모를 불러일으켰다. 이른바 콜래보레이션이다. 콜래보경제학이란 책을 여러 번 읽었지만 멋진 말은 많은 데 사실 뜬구름 잡는 소리도 많다. 결국 손을 잡는 건 돈을 벌기 위해서지 예술을 위한 건 아니니까 말이다. 한정판이란 이름의 유혹으로 초기엔 사람을 꼬드겼겠지만 누구나 한정판을 내 놓는 시장의 형세에선 이 콜라보레이션도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된 것이 아닐까 싶다.  한정이란 말은 그만큼 수요를 조절해서 시장에 내 놓음으로써 상품에 대한 독점성을 강화시켰다는 뜻이지만, 실제 시장의 규모를 놓고 볼때 소량생산된 로트 번호를 확인하지 않고는, 이 한정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

 

패션 브랜드 미소니가 컨버스사와 손잡고 디자인한 컨버스화

 

콜라보레이션이란 것도 결국은 세분화된 시장과 싸우기 위한 기업의 전략이다. 단기적 이익을 위해 손을 잡는가 혹은 장기적인 이미지 관리를 위해 손을 잡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자칭 예술경영이나 기획을 전공한 친구들은 이런 개념들이 인기를 끌면 이게 무슨 엄청나게 오랜동안의 대세가 될 듯, 열광한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경영자로 살아가면서 이런 인간들을 가장 싫어한다. 돈도 못벌고 조직에 피해를 입히는 자들이다. 이런 인간들은 어디를 내놔도 성과가 뻔하다. 일희일비하고 시장 상황에 질질 끌려다닌다. 그런데 더 짜증나는 사람들이 있다. 경영전략에도 무슨 '유행'이란 게 있어서 그저 어떤 해에는 무슨 전략을 또 다음 해에는 어떤 전략 운운하는 사람들이다. 나도 경영컨설턴트로 일을 했지만, 다들 사기에 속는 것이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들이 내놓는 전략을 찬양하지만, 실상 그 속을 관통하는 논리는 이전 것을 단어만 바꾼 경우가 허다하다. 한때 블루오션이란 단어가 얼마나 판을 쳤나? 맨날 무슨 블루오션을 향하여....를 떠들던 사람들. 알고보면 이미 필립스에서 94년에 가치혁신이란 개념으로 내놓았던 걸 그냥 단어만 바꾸어서 이렇게 사기를 친다. 왜 사람들은 새롭게 뜨는 단어에 열광할까? 경영학을 공부했고 지금도 공부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흔히 말하는 '뜬다'는 이론이나 체계에 휘둘리지 않는 작은 현명함을 얻게 되었다.

 

대학원에서경영관련 특강을 할 때 항상 내뱉는 쓴소리가 있다. 사례타령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꾸 새롭게 만들어진 경영사례를 공부하길 원한다. 물론 여기엔 하버드란 대학 브랜드의 가치가 영향을 미쳤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사례들은 내가 봐도 주옥같은게 많다. 내가 유학하던 시절에도 보통 200여개의 사례를 놓고 배웠다. 현실 논리에 발을 올려놓고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키 위함이다. 한국학생들은 사례를 읽으면서 팩트를 외우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사례연구의 가장 핵심을 놓친다. 토론과정을 통해, 사례연구란 텍스트의 행간을 채우는 것. 그것이 사례를 통한 경영학 공부의 토대이자 존재론이다.

 

 

중요한 것은 근간과 구조, 시장이란 역동적인 상황을 풀어가는 확실한 방법론이다. 물론 이 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다. 방법론의 차이가 단어의 미묘한 변화를 가져오고 경영상의 신조어들을 만든다. 사실 이 트랜드란 단어의 배후에는 항상 이런 모종의 장난질이 존재한다. 사람들이 왜 신진(?) 경영사례에 속냐면 이 사례를 그대로 현실에, 자신의 기업에 이식시킬 수 있을거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착각은 솔직히 '오빠믿지?'의 수준과 그리 다를게 없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어디에 속해있는가다. 매니저들은 이래저래 말 많은 것 보다, 문서 하나를 보고도 자신의 시장상황이 머리속에 깔끔하게 그려져야 한다. 말처럼 쉽지 않다. 얼마나 데이터와 싸워야 하고, 몸으로 체득해야 가능한거다. 요즘은 이상하게 MBA 출신들이 많아서 그런지, 현장형 매니저들은 안 보이고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매니저들이 정말 많이 늘었다.

 

회사에서 더 이상 MBA 출신을 뽑으면 안되는 이유다. 이 교육을 마치면 경영 전 과정의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각 이익 센터별 연결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맨날 경영대학원은 떠들어대지만 정작 거기를 졸업한 사람들의 깜냥은 생각보다 낮다. 말은 참 잘하는데, 정작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도 회계 부서와 맞짱을 뜰 수 있을만큼 회계정보를 읽어내는 사람, 별로 못봤다. 평균 경력 5년차들이 경영대학원에 많이 가는데, 도대체 회사에서 뭘 배운건지, 학교에서 배운거랑 현실의 학교에서 써야 할 것을 혼동하면 정말 곤란하다.

 

사례를 사례답게 공부하려면, 사례의 현실로 들어가야 한다. 패션 콜레보레이션도 마찬가지다. 어떤 전략이 어떤 시점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지, 그 효익의 기간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좀 계산이나 하고 글을 쓰면 좋겠다. 맨날 뜬구름 잡는 멋진 수사학만 남발하면 그 이론은 현실에서 언제든 폐기되고 만다. 어떻게 된게 파이낸스와 마케팅을 동시에 잘 알아야 한다는 말의 뜻을 이해하는 매니저들이 이렇게도 없는지.......오늘 특강은 정말이지 화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