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갤러리 아트링크에서 열린 <유니폼, 전통을 입다> 展 오프닝 파티에 다녀왔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매년 우리의 의, 식, 주 문화를 테마로 하여 선보이는 기획전의
일환입니다. 한국 전통문화의 현대화, 혹은 세계화란 화두를 고민한지는 오래지만, 여전히 고답적인 접근방식
으로 우리의 복식을 푸는 경우가 많아 항상 실망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전시는 지금까지의
어느 전시와 달리, 확실한 방향성, 적어도 유니폼이란 옷의 형식을 빌어 한복의 선과
미를 적용하려는 노력을 선 보였다는 점에서 가치를 높이 살 만합니다.
이번 전시의 핵심내용은 우리의 공공 문화유산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우리만의
미감을 자랑하는 유니폼을 디자인하는데 있습니다. 일년에 한국에 찾아오는 외국 관광객의 숫자만
100만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 적어도 조선왕조의 뿌리가 있는 서울의 풍경은 어떻습니까? 너무나 척박합니다.
풍경이란 문화재 유적이 보전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오랜 아취어린 우리내 정서와 미감을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탓에, 공공 문화유산의 관리원이나 가이드들의 복장은 하나같이 천편일률이죠.
일본여행을 해본 분들은 잘 아실겁니다. 호텔이나 온천 투숙객들에게
주어지는 유타카의 풍모를요. 그만큼 복식만큼 그 나라의 미적 정서를 잘 전달해주는
매개가 없을 터인데, 우리는 항상 이런 작은 1인치를 채우고 매워, 문화상품의 전체적인 질을 올리는
작업을 게을리해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차세대 디자이너들에게 한복의 가치와 더불어
한복 유니폼을 통해 문화유산의 가치와 미감을 더욱 높이려는 시도입니다.
우리는 일본을 '여우'라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을 보면 그 여우같은 충성심에 마음이 소롯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만큼 중앙정부는 교토를 중심으로 전통복식연구 단지를 형성해 대단위 자본을
투자했고 기모노의 현대적 계승과 재해석을 위해 유관 업체들에게 '동기부여'를 위한 부과세
감면 혜택 등, 다양한 민관 협력체계를 형성했습니다. 부러운 것이고 우리가
배워야 할, 밉상인 일본이지만, 배워서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그래서 칭찬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면모입니다.
우리시대의 디자이너, 어찌보면 제 어린시절 가장 존경한
디자이너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진태옥 선생님이 전통 배자를 응용해 만든
실크 블라우스입니다. 얼마나 자태가 고운지요. 단아한 느낌에 누빔과 전통 손바느질이
배어나는 천의 질감 위에서 우리내 감성이 마구 피어나는 것 같습니다.
진태옥 선생님은 언제 뵈어도 항상 장인의 풍모를 가진 분이에요.
흔히 실용한복, 생활한복이란 미명하에 많은 시도가 있었습니다.
한복을 하시는 분들은 지나칠 정도로 원형에 대한 욕구가 강하셔서 형태파괴를
일절하지 않고 디테일의 변주와 소재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한복을 만들려고 하셨지요.
그러나 보니 몇번 보면 질리고 마는 디자인과 소재 차이만 나는 작품이
허다하게 인사동 골목에 즐비하게 걸리고 말았습니다.
이번 전시는 지금껏 보여준 진부함의 옷을 벗고
신인 디자이너들에게 대폭 기회를 주어, 그들의 참신함으로
한복의 선과 미를 마음껏 변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만난 한국의 신인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영국 유학출신입니다.
이번 기획을 준비하시면 자문하셨던 조효순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니 강한 전통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디자인 강국으로 성장한 영국의 철학과 그 배경에서 공부한 이들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함이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한가지 아쉬운 것은 조효순 선생님 같은 분들이
한국 복식사의 전문가라서 한복의 미를 규정하거나 이를 덧입히는데는 뛰어나신지 모르겠으나, 유니폼의
문화적 형성과 그 의미를 한복을 통해 얼마나 잘 전달했는지는 약간 의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시작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부분에 대한 냉철한 비평을 썼다가 그냥 지웁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큐레이터
에게 소곤소곤 이야기 하도록 하지요. 그래도 지금까지 본 한복 활용 전시 중에서 이번 게 제일
좋았습니다......정말이에요.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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