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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인터뷰-패션큐레이터란 무엇인가

패션 큐레이터 2010. 10. 7. 05:56

[직업탐색] 국내 1호 '패션큐레이터' 김홍기씨

패션큐레이터라는 단어 자체에서 오는 생소함에 고개가 갸웃한다. 하지만 유럽과 뉴욕등지에서는 이미 '뜨는 문화 직업군'로 꼽히고 있다. 국내 패션큐레이터 1호 김홍기씨를 만나 패션큐레이터란 어떤 사람인지, 패션큐레이터가 되는 법과 패션큐레이터의 영역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 /이경호 기자 ho@chosun.com

 

◆패션으로 삶의 화두까지 풀어내라

 

국내 패션큐레이터 1호 김홍기(http://blog.daum.net/film-art/)씨는 패션큐레이터에 대해 "패션과 미술로 정치, 문학, 심리학, 인간의 모든 생활을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국내에는 아직 패션큐레이터 양성기관이 없지만 영국이나 뉴욕에는 생각보다 많은 수의 패션큐레이터들이 활동하고 있다.

"큐레이터하면 대부분 미술사를 전공한 사람들이 미술관 등에서 활동하는 것을 생각하죠. 패션큐레이터는 패션과 연관된 미술과 인문학, 건축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울러 전시·기획하는 사람입니다. 때문에 패션큐레이터는 미술뿐 아니라 패션과 건축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꼭 집어서 이런 전공을 해라라고 말하긴 어렵죠. 저 역시도 경영학을 전공했으니까요. 대신 미술과 패션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이면 좋겠죠."

경영학을 전공한 김씨는 패션바이어로 일하면서 전 세계 명품 브랜드들을 접할 기회가 잦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명품이 갖는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옷이 갖는 편리성은 물론, 예술성과 문화, 역사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미술관에 전시되는 유명미술·사진작품이 아닌 '옷만을 특화해 전시해보면 어떨까' 하는 고민이 패션큐레이터로의 길로 안내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1호 패션큐레이터로서 전시와 기획에 주력하기 보다는 패션큐레이터라는 직업 자체를 알리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때문에 다양한 자료집과 의상들을 수집하고 관련 의상에 관한 글을 쓰는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패션쇼는 있지만 패션 전시는 없죠. 이런 패션전시는 패션에 대한 삐뚤어진 우리의 시각을 바로 잡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또한 이 시대를 후대에 알리는 역사적 의미로도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명품을 예로 들면 명품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봉이 아닌 명품이 지닌 역사성, 옷 자체의 본질, 인간의 독특한 내면을 그려낸 철학 등을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또 그는 "패션큐레이터는 패션 자체를 예술품으로 보는 시각이 있어야 한다. 옷이 가진 삶의 의미가 패션 전시의 가장 큰 테마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복식큐레이터와 패션큐레이터는 달라

박물관에는 복식큐레이터가 있다. 복식큐레이터는 역사 속에 존재했던 모든 의상, 계급별 의상들을 복원하고 연구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패션큐레이터는 미래, 현재, 과거의 모든 의상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전달하는 사람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종종 어떻게 하면 패션큐레이터가 되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가장 어렵고도 말문이 막히는 질문이죠. 의상, 미술사 전공이어야 하냐는 질문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공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공은 경영학이 되어도 수학이 되어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간을 이해 할 수 있는 인문학쪽이었으면 합니다만, 이런 특정 전공에 얽매이지 말고 패션과 인간의 삶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그는 경영학 전공 후 패션유통 관련 일을 하면서 패션의 흐름과 역사를 알게 됐다고 한다. 때문에 원하는 일이라면 스스로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 찾아서하는 공부만큼 100% 내 것이 되는 공부는 없다. 신생 직업군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패션에 관한 자료는 무궁무진하다. 미술, 영화, 서양역사, 동양역사에도 존재한다. 학과가 없어서 포기할래하는 말 보다는 한번 개척해보자는 도전정신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큐레이터의 꿈을 지닌 청소년이라면 다양한 전시를 통해 편견 없이 문화를 접하고 패션관련 서적들을 읽어보며 조금씩 관심도를 키워가는 것이 좋다. 물론 패션관련 서적들이 어렵기 때문에 전문적인 서적을 권하진 않는다. 다만 소설 속 패션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나 소품, 색감에 대한 묘사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다독도 큰 도움이 된다.

"스트리트 패션을 통해서도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어요. 청소년기부터 '어떤 공부를 해서 이런 학과를 가라'고 조언하고 싶진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패션을 보며 생각하고 과거의 복식사를 통해 그 시대를 이해하고 다양한 전시를 보며 패션으로 연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다보면 패션큐레이터로의 기본적 자질을 갖춰가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패션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삶입니다. 삶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관찰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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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인터뷰가 나왔군요.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제 자신에 대한 기록이려니 하는 마음으로 남겨봅니다. 그날 비가와서 머리 스타일도 이상하네요. 2020년 개원을 목표로 한국의 패션과 미술의 아카이브를 만들겠습니다. 제 나이 48이 되겠군요. 패션이란 것이 그저 '옷 잘 입는 법'을 가르치는 기술이 아님을. '무슨 무슨 패션쇼에 초대받았어요'를 남발하는 자칭 파워블로거가 되기 위해 선택한 것도 아님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패션이란 시대의 외피입니다. 미술 전반에 이르는 논리와 시대의 미적 이상, 건축과 도시의 역사, 소비와 성찰, 이 모든 것이 하나가 될 때, 그 시대의 패션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기사를 읽다보니 조금 바로잡아야 할 내용이 있군요. 영국과 미국에서 패션 큐레이터가 뜨는 문화직종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왜 제가 회사를 못 관둘까요? 왜 지속적으로 패션전시 기획만 하지 못하고 강의에 방송에 글쓰기에 매진할까요? 그만큼 이 영역이 많은 이들에게 미지의 분야이고 따라서 소득이 높다는 식의 착각은 버려야 합니다. 외국이야 상대적으로 패션 큐레이터라 할 만한 사람이 많겠지만 그래봐야 대학원 과정에서 7명 겨우 뽑아 가르칩니다.

 

블로거로 활동하면서 흔히 '돈'이 되는 테마를 고르지 않았습니다. 미술과 복식사, 양쪽이 다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제 자신에게 되뇌이는 건, 한 길을 가는 사람을 세상은 꼭 기억한다는 겁니다. 세상의 통념을 깨고 개념을 벼리고 다른 것과 섞어 새로운 것을 추출하는 연금술사가 될 때, 세상은 더 좋은 무대가 되겠지요. 적어도 제 뒤를 이어갈 이들에게요. 외국의 미술관을 다닐 때마다 부러웠습니다. 미술관에 들어와서 스케치 하는 아이들, 장식미술관에 놓인 수많은 컬렉션들 그대로 묘사하면서 아이디어를 얻는 아이들. 우리는 왜 이렇게 가진게 없는지. 문화 선진국이 되기 위한 초석은 다름 아닌 지금까지의 유산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아카이브에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게 없으니 맨날 쉽게 쉽게 남의 것 베끼는데 익숙하고, 오랜동안 시금석을 통과할 체력을 갖지 못한 것이고, 결과적으로 현대의 클래식을 만들지 못한거죠.

 

다음 주엔 서재 한 켠을 더 확장해야겠습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올 텍스타일과 세계복식 책들을 꽂아두려면요. 정부에서 지원해 꾸려가는 패션 정보도서관도 그 내용을 보면 허접하기 짝이 없습니다. 정부 욕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항상 민간의 힘으로 부족분을 채워왔던 나라니까요. 어깨는 무겁지만 누군가는 해야할 것 같아서요. 지금 당장은 돈도 안되고 뭔 미친짓인가 하는 소리도 듣지만, 제가 모으는 것들이 후진양성에 도움이 되고, 그들의 상상력이 성장하고 이로 인해 상상력이 부로 환원되는 그 날이 반드시 올거라는 걸. 저는 오늘도 믿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