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F 2010 에 다녀왔습니다.
아침일찍 서둘러 코엑스 전시장으로 향했지요.
오늘 하루 아트 페어를 비롯, 5시부터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작가 오노데라 유키의 개인전 오프닝까지 참석해야 했습니다.
세계적인 규모의 아트 페어들을 다 가봤습니다. 한때 위용을 떨치던 바젤 아트 페어
부터 영국의 프리즈 아트 페어, 올 10월에 열릴 아트 베를린도 가고 싶네요,. 아트 페어란 말
그대로 미술견본시장입니다. 미술계의 한 흐름을 알기 위한 필수적인 행사이자,
트렌드를 해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참가해야 하는 시장입니다.
이제 한국의 KIAF도 완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번에는 영국을 주빈국으로 하여 현대 영국미술과 더불어
예전에 보지못했던 인도네시아 작가의 작품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3시간 여 동안 백색 빛 큐브로 구성된 견본시를 이잡듯 돌아다니며, 눈 속에
맺힌 그림들을 기억해내고, 작가를 리서치하며 돌아다녀봅니다.
독일의 갤러리 클로제에 들렀다가 작년에 봤던
붉은 톤으로 전체를 마감한 한 그림 앞에 조용히 서 있었습니다.
스페인 출신의 살루스티아노의 그림입니다. 그는 세빌 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했습니다. 온통 화면이 붉은 기운으로 가득합니다. 화면을 메우는 레드의 향연은
그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외면을 약화시키기 보다, 더욱 투명한 색채가 되어
인간의 내면을 관객들에게 투영시키지요. 한 마디로 설명하기엔
레드의 기운이 너무 센 것일까요?
살루스티아노는 천연재료를 사용합니다.
코치닐을 이용해 강렬한 레드의 풍경을 그립니다.
청색을 위해서는 라피스 라줄리를 사용하구요. 이건 청금석이라
불리는 보석의 일종으로 그 가루를 갈아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화려한 배경
을 위해 유약을 30번 덧칠해 그렸습니다. 그림은 건축과 같이 일종의 성소와 같다는
작가의 생각이 반영되어서일까요? 현대판 종교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페터 한델의 그림도 눈에 들어옵니다.
그는 사진을 그리는 작가입니다. 초기 잡지나 광고 전단지에서
오려낸 사진을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후 상투적인 무 개성적
포즈와 면모에 실증을 느끼고, 화가는 스스로 모델들을 촬영한 후 이를 그림으로 옮겨내죠.
모델들의 조각같은 아름다움, 반누드로 그려진 작품은 피부색의 미묘한 변화와 머리카락에 드러나는
색의 섬세한 잔영을 통해, 에로틱한 긴장감을 화면 가득 토해냅니다.
미국 출신의 캐롤 포이어만의 극 사실주의 조각 작품입니다.
그녀는 이미 세계적으로 극 하이퍼 리얼리즘 계열의 조각으로 정평이 나있죠.
뉴욕의 모마와 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피렌체의 팔라조 스트로찌에서 회고전을
열었습니다. 표피위로 흘리는 땀방울까지 정교하게 묘사하여 살아있는 신체를
새롭게 보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내고 있습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의 게자 졸로치의 기괴한 조각 작품도 보입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콘라드 빈터의 작품입니다.
그는 색의 덩어리들이 서로 교작하고 번지면서 화면을
채우는 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가리켜
'색으로 위장된 세상'을 그린다고 하지요.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색감으로 가득한
세상, 그 속에서 중심을 보지 못하고 흔들리는 도시의 인간들과 생각의 무늬를 그려낸 건 아닐까요?
이 작품은 더 이상의 소개가 필요없는 프랑스의 거장
루이즈 부르주아의 작품이구요, 올 6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사실 99세가 되도록 열혈 작가로 살아간 그녀의 삶을 일종의 귀감이자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 작품보다 저는 부르주아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 조각작품이
더 좋은데요. '커플'이란 제목의 작품이 좋더라구요. 따듯한 느낌이 전해져서 그럴거에요.
어린시절, 아버지의 외도를 통해, 성에 대한 예민한 감각과 가부장에 대한 도전
적인 정신들을 키웠던 그녀답게, 그녀의 작품 속엔 남성과 폭력의
세계에 저항하는 여성 특유의 시선이 녹아있죠.
사진으로 확인하기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스위스 출신의
Marck의 비디오 조각 작품입니다. 그는 필름과 다양한 매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각과 영상 매체를 결합한 독특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기계영상의 반복과 손의 아우라가 필요한 조각을 결합해서, 반복되는 이미지 속에
갖혀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반추하도록 하는 작품이죠. 직접 보셔야 글의 느낌이 와 닿습니다.
이건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작품입니다.
어떤 그림인지 잘 아시죠? 바로 스페인의 화가 디에로 벨라스케즈의
<하녀들> 그림을 패러디 했습니다. 그는 원래 아일랜드 출신의 부모 아래 자랐는데
영국현대미술의 획을 그엇던 Young British Artist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개념 미술가이기도
했는데요. 이번 작품들은 이전과는 달리 공허한 패러디를 일부러 양산해서 시대의 껍질을
빈정대는 듯한 태도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별로 와 닿지는 않네요.
이외에도 16개국 160여개 갤러리가 참여해
5천여점 이상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으니 한번 들러서
보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저도 섬세하게 일일히 다 살펴보지 못해서
아쉬운 작가와 작품들이 많으니까요. 내일은 제대로 다시 돌면서 도록들을
현매하고 그림들도 몇장 구매하려고 합니다. 오늘 리뷰는 이 정도로 마칠게요......
하루 종일 걸어다녔더니 몸이 피곤하네요. 행복한 주말 저녁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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