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대신 인형과 살고 싶은 너에게

 

박종영_Marionette8_홍송, 미송, 인조안구_120×80×50cm_2010

 

독일 여행을 하다보면 흔히 말하는 섹스샵에 한번 씩

들르게 된다. 지금이야 지겹고 별 신기할게 없지만, 마케터로

세상을 누비던 시절, 처음 눈에 들어온 다양한 성기구들로 가득한 가게

풍경은 신기 그 자체였다. 자위기구의 종류도 놀라왔지만, 항상 눈길을 끌었던 것은

섹스 토이라 불리는 인형이었다. "도대체 저런 걸 사는 사람들은 누굴까?"란 자문하기 일쑤였다.

그냥 이벤트를 위해 갖다놓은 상품일거야......라고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실 구매자들

이 있다는 점에 놀라왔고, 한국에도 이미 온라인으로 이런 용도(?)의 인형들이 판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섹스토이에 사람의 혼이 들어가 생활하는 이야기는

이제 진부할 정도로, 배두나가 출연한 영화에도, 혹은 다양한 성적

판타지에도 등장하는 문화의 코드가 되었다.

 

박종영_Marionette9_홍송, 미송, 인조안구, 구동장치, 낚시줄_130×80×50cm_2010

 

인간은 왜 인형을 만들었을까?

역사책을 뒤져보니 고 이집트 시대에도 이미

아이용 인형들이 제작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주술적인

성격을 띄는 오브제로서 제작되기도 했던 인형은 인간의 삶에

꽤 여러가지 기능을 충족시키는 역할을 했다. 신학에는 신인동형설이란

주장이 있다. 흔히 신과 인간이 그 내적인 품성을 공유하고 있기에 서로 닮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럴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인간을 빚을 때, 자신의 생령을 불어넣었다고

주장하니, 그 생령속에 자신의 내면이 함께 투영된다는 보는 것은 당연한 문제일거다.

인간의 몸은 신이 거하는 성소이며 인간이 신을 지향하고 그를 닮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망임을, 인간은 역사를 통해 선연하게 보여준다.

 

박종영_Marionette-eye_홍송, 미송, 인조안구, 구동장치, 웹캠_각 50×30×25cm_2010

 

인형은 신을 닮고 싶은 인간이, 자신을 닮아줬으면 하는 마음을

투사하기 위해 만든 사물이다. 박종영의 목각인형들을 볼 때마다 사뭇 놀란다.

인간을 닮았다기 보다 마치 백화점 속 마네킹을 나무의 목질을 이용 잘라 만든 듯한 느낌이다.

 

박종영_Marionette-ear_홍송, 미송, 구동장치, 음향감지센서_50×30×25cm_2010

 

인형들을 보고 있자니 내 안의 무의식이란 세계를 보는 것  같아

인형의 몸을 만지는 순간들이 대면대면했다. 섹스토이를 가지고 살아가는

남자들의 심리도 그럴것이다. 여전히 여기엔 실제 여성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억압된

욕망, 좌절된 마음의 풍경이 담겨 있는가 하면, 성적 환상과 관련을 맺는 죄의식과 터부를

인형에게 투사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형은 절대로 표정을 바꾸지 않으며

동일한 감정을 담은듯한 무표정한 정서의 가면을 쓰고, 인간을 맞이한다.

 

 

박종영_Marionette3_나무, 인조안구, 구동장치, 푸쉬버튼스위치, 낚시줄_가변크기_2007

 

작가 박종영이 제작한 마리오네트는 요즘 인기를 끄는

구체관절인형이다. 최근에 등장하는 인형의 추세 자체가 거의 사람의

역활과 내용을 함께 나누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말도 하고 눈을 깜빡이는 건

기본이다. 구체관절을 갖고 있어서 인간은 언제나 자신의 의지대로, 인형의 몸을 꺽어

자신에게 봉사시킬수 있다. 예전 연기공부를 할 때였지 싶다. 에드워드 고든 크레이그란 연출가가

주장하는 '배우는 초인형이다'라는 주장을 공부한 적이 있다. 무대 위에 배우는 마치 인형처럼

연출가가 투사하려는 모든 욕망을 대리해 표현하는 존재라고 주장한다. 흔히 연기보다

연출의 우위를 주장하는 자들의 주장이긴 하지만, 결국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거대한 인간사회가 움직이는 원리가 보인다. 즉 움직이는 인형으로서의

배우만 볼 뿐, 그를 움직이게 하는 손의 실체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박종영_Marionette project Ⅲ_홍송, 구동장치, 동작감지센서, 낚시줄_110×100×50cm_2010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그 속의 구성원들을 무대 위 인형처럼

부리려는 자들의 욕망으로 가득차 있다. 권력이란

미망의 힘을 통해, 사람을 통제하고, 자신의 입맛에 들도록

관절을 움직이며 살려 한다. 우리 자신에게 물어보자, 누군가에게

이런 욕망을 가진 적이 과연 한번도 없었느냐고?

 

그런 당신에게 다시 한번 묻는다.

당장......가슴 속 아무리 쓸어담아도 상처나지

않는 단단한 목질의 인형보다, 뜨거운 피 흘리는 인간의 '

곁으로 가서, 더욱 사랑에 빠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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