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큐레이터의 서재

슬기돌이 비키를 기억하세요?-바이킹의 패션을 연구하다가

패션 큐레이터 2010. 7. 30. 20:35

 

 

서양 복식의 역사 전반을 통사로 다루려 하다보니 지금껏 복식사에서 미쳐 간과했던 부분들, 혹은 지역의 복식들도 관심을 갖게 됩니다. 최근 바이킹에 관련된 자료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바이킹 하면 떠오르는 건 예전 어린시절 TBC란 방송국에서 해준 <슬기돌이 비키>란 만화영화입니다. "슬기돌이 비키는 바다의 왕자, 비키는 용감한 꼬마 바이킹 얼어붙은 저 바다로 닻을 올려다....."며 시작하던 노래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저 바이킹이란 것이 해적의 이미지로 알려져 있는 게 사실이지요. 바이킹은 9-11세기 사이 스칸디나비아 출신의 해양 상인들이죠. 유럽과 북동쪽 해안 각지에 정착해 살면서 자신만의 독특하고 견고한 조선기술을 후세에 남겼습니다. 평화적 무역활동을 하면서 살아갔던 부분에 대해서는 서술을 하지 않거나 일부러 배제한 탓에 오늘날 까지도 바이킹 하면 해적 이미지가 너무많이 남아 있지요. 역사를 보면 어느 시대나 해상무역이 활발했던 지역은 당대의 옷이 화려합니다. 다양한 지역에서 들어온 산물을 이용해 패션에 적용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복식학자 톨 에빙의 <바이킹 시대의 복식>은 바로 이런 점을 철저하게 파고드는 저술입니다. 절반 정도 읽었을 뿐인데 너무 흥미롭네요. 단 칼라 이미지는 전혀 없고 지금까지 바이킹 관련 자료들 중, 새롭게 발견된 고고학 유적을 통해 면밀하게 당대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그들이 패션이 얼마나 견고하고 화려했던지, 놀랍습니다. 서구의 이미지 중, 의외로 부정적인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근대 유럽인들의 상상을 통해 재구성된 이미지란 걸 배우게 됩니다. 그런 식으로 과거 속 인간을, 사회를 타자화 하면서 자신들을 부각시키려는 못된 버릇. 바로 근대 유럽인들의 나쁜 심뽀가 아닐 수 없죠. 바이킹이 활동했던 스칸디나비아 지역 이외에도 그들의 복식이 카피된 걸 보면 그들의 의상이 상당히 매력있고 깔끔하며 다양성에 기초한 패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느 시대를 이해하려고 할 때, 특히 복식사는 당대의 유물로서 남아있는 텍스타일을 면밀하게 살펴봅니다. 그 문양과 무늬들을 살펴야 하고 옷의 제작방식과 방적 기술의 수준을 살펴봐야죠. 아무래도 핀란드를 비롯해서 바이킹 관련 박물관들을 한번 쯤 다녀와야 하지 않을 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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