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책 읽기의 황홀

그가 보고 싶다-소설 '장국영이 죽었다고' 리뷰

패션 큐레이터 2008. 11. 18. 23:04

 

책 이야기-북 칼럼니스트 김홍기

<장국영이 죽었다고> (문학과 지성사)

<김선우의 사물들>(눌와)

 

오늘은 어떤 책을 준비하셨나요?

 

이 방송을 들으시는 시간이 8 40. 차 한잔 내어놓고 그날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정리하기 마련이지요. 오늘은 여러분의 오늘 해야 할일에 두 권의 책을 올려놓습니다. 소설가 김경욱의<장국영이 죽었다고> <김선우의 사물들> 에세이를 준비했습니다. 차를 마시며 보기에 좋은 책들이죠.

 

<장국영이 죽었다고>라는 제목이 눈길을 끄네요. 최근 최진실씨의 사망소식 때문에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겼었는데, 홍콩배우 장국영씨의 죽음도 못지 않았죠. 저자 소개부터 해주시죠.

 

소설 <장국영이 죽었다고>를 쓴 김경욱은 오늘 소개하는 단편작품으로 2004년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했고요. 현재 울산대학교에서 문학을 강의하고 있는 현직 작가입니다. 지금까지 4권의 소설집을 냈습니다.

 

어떤 작품들을 담고 있는 소설집인지 소개해 주시죠.

 

<장국영이 죽었다고>는 인터넷 시대의 뿌리 내리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삶을 포착합니다. 이 작품은 만우절에 자살해버린 홍콩스타 장국영을 모티브로 해서 여기에 신용불량자가 되어 회사에서 밀려나고 가정조차 깨져버린 한 남자의 삶과, 그 남자가 인터넷을 통해 접속하게 되는 한 이혼녀의 삶이 교차됩니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나누는 대화를 통해 그들은 같은 날 장국영의 <아비정전>을 보았고 같은 날 결혼을 했음을 알게 되죠. 소설은 끝까지 이혼녀의 정체가 남자의 이혼한 아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지게 하지만 답을 주진 않습니다. 41일 만우절에 일어난 사건인 만큼 거짓말 이길 원했던 사람들의 희망사항과 당시의 모습이 담겨있죠.

 

이외에도 다른 작품들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죠

 

<당신의 수상한 근황>이란 작품에선 보험사기 범죄를 다루는 직원이 등장합니다. 보험금을 노린 교통사고로 인해 말을 하지 못하는 딸과 아내로 인해 더욱 세상을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타인의 취향>에선 가출한 아내에 대해 회상을 하며,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젊은 여인 J와 하룻밤을 보내려다 헛물 키는 남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비를 위한 알리바이에선 한달 동안 꼼짝 않고, 침대에 누워 72개 채널을 돌리며 텔레비전을 보는 남자를 통해 텔레비전이 현실을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텔레비전이 현실을 만드는 전도된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책 마무리 해주시죠

작가 김경욱의 작품 속에는 목적성을 상실한 인간의 모습이 자주 등장해서 책을 읽다가 힘이 빠지기도 합니다. 최진실씨의 죽음으로 인해 동일한 경험을 하고 있지요. 이럴수록 맘을 되짚고 우리 안의 목표의식, 삶에 대한 중요성을 성찰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제 두 번째 책으로 들어가지요 <김선우의 사물들>이라 저자가 누구인가요?

 

김선우씨는 시인입니다. 어른들이 읽는 동화도 쓰고 <도화 아래 잠들다>란 시집으로 현대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김선우의 사물들은 그녀의 두 번째 산문집 입니다.

 

<김선우의 사물들>은 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이 책은 시인 김선우가 바라보는 일상의 작은 사물들에 대한 묘사로 가득합니다. 사물들에게 말걸기라고 할까요? 지나치게 예민하고 수줍거나 자기 보호벽을 가진 작가가 사물을 통해 자신에게 말을 거는 과정이 드러납니다. 숟가락, 거울, 의자, 반지 촛불, , 시계, 소라껍데기, 부채, 생리대, 화장대 휴대폰 등등의 일상의 사물을 글로 표현하면서 너무 흔하게 보면서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사물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가 있나요?

 

중학교 시절 미래의 내 남자를 보기 위해 장독대 위에서 입에 칼을 물고 거울을 보던 소녀, 갓 등단한 풋내기 시인 시절, 한눈에 반해 동거를 시작한 페르시아산 아기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 새 옷을 입기 위해 일부러 넘어져 바지를 찢던 기억, 닳을 대로 닳은 러닝셔츠로 만든 걸레에 대해 느낀 창피함 등, 지은이 자신의 이야기면서 사실 우리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를 둘러싼 사물들이 새롭게 보이고, 나와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글로 써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실 거에요.

 

책에 등장하는 멋진 묘사 중 소개하고 싶은 사물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죠

의자에 대한 묘사가 너무 좋아서 여러분께 발췌해서 읽어드리고 싶어요. “네 개의 다리를 숨김없이 드러내놓은 의자는 관능적이다. 의자의 관능은 자유분방한 상상력으로 삶의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진짜 의자들은 춤추며 꿈꾸는 보헤미안이다. 의자는 직립의 기술을 습득한 인간이 최초의 출발지를 찾아가는 여정에 놓인 사물이다여러분은 어떤 의자에 앉아있나요?

 

묘사문을 듣다 보니까 저를 둘러싼 사물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책 마무리 해 주시죠.

 

가을이 깊어갑니다. 깊어간다는 건 우리를 둘러싼 사건과 사물들을 이전의 시선과 다른 방식으로 한번쯤 응시하면서 새롭게 다가올 삶을 계획한다는 것입니다. <장국영이 죽었다고> <김선우의 사물들> 모두 소통을 꿈꾸는 여러분이 따스하게 읽어볼 만한 책일 것 같습니다. 그리운 친구들에게 전화 한번 넣어주시는 것 잊지 마시고요.

 


<김선우의 사물들>이란 에세이를 읽으면서 소롯함을 느낄 만큼의 필력을 느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정지한 사물의 속살을 드러내고 속고쟁이를 벗겨낸 후, 언어의 옷을 입혔다고 해야 할까요. 시계에 대한 묘사, 시간에 대한 철학이 오늘 따라 제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정지된 시간에 대한 생각들, 그 시간 속에서 내가 하는 행동들의 무게와 책임감을 느껴보고 싶은 요즘입니다.

 

"자기의 나무를 가져본 사람들은 안다. 지상에 목숨을 부린 모든 생명있는 것들이 낱낱이 하나의 우주시계라는 것을, 인간에 의해 규정되기 이전의 약동하는 원시의 시간을 품고 하나의 목숨이 얼마나 위대해지는 지를,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자신만의 시계를 가지고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근면함이 시간을 돈과 투자개념으로 환산하는 물질주의와 내통한다면 시간은 파기되어야 한다. 필요와 효용과 생산성이 존재가치를 저울질하는 세상으느 어쩌면 끔찍하지 않은가. 시간이 소중한 것은, 삶에서 깨어 있는 시간을 적극적으로 향유하기 위한 것이지 일방적으로 계량화되는 물량주의의 방식으로 와서는 곤란하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죽은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 만끽하는 살아있는 시간이다. 자신의, 우리 몸속에 꽃 핀 시계를 들여다보아야 할 시간, 심장 박동 속에서 부드럽게 휘어지는 나이테의 시침을 만쳐보아야 할 시간, 때때로, 가능한 종종, 차고 있는 손목시계의 건전지를 빼놓아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제게도 이런 시간이 필요합니다.........라는 결론에 도달하네요. 저 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오는 모든 분들에게도 이런 시간의 시침이 필요한게 아닐까 싶네요. 부드럽게 휘어지는 시간 속에서 제 자신도 그래야 할텐데, 아직도 송곳니를 세운 면이 너무 많아 걱정입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그렇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