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샤넬-미술관에 가다

나 삐졌다, 눈 깔어!-이소연의 특이한 그림들

패션 큐레이터 2008. 7. 7. 01:47

 
이소연_Dot haed cloth_캔버스에 유채_165×135cm_2008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소연의 개인전에

다녀왔습니다. 사실은 홍콩에서 봤는데 이제서야 글을 올리네요.

작가 이소연은 자신의 모습을 빌어서 독특한 그림언어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제가 그녀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옷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작가가 마음에 들기 때문입니다.

 

 
이소연_Infusion_캔버스에 유채_185×125cm_2007


저는 <샤넬 미술관에 가다>란 제 책의 서문에서

한 인간의 옷장에는 그의 역사가 묻어나온다고 글을 쓴적이 있습니다.

신발장에 가지런히 모아놓은 예전에 신은 구두를 보아도

그의 성격과 면모들이 드러납니다.

 

2년전이었나 함께 일하던 과장님 한분이

유독 스트레스가 쌓이면 구두를 맡겨 윤이나게 닦는걸 병적으로

좋아했답니다. 저 또한 그 닥달에 못이겨 여러번 구두를 닦아야 했는데요

구두수선까지 함께 하시는 할아버지는 제 구두코와 솔을 보시고선

성격이 급하겠다며 꾸짖곤 하셨습니다. 성격에 따라 구두의 형태가 함께

길들여지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이소연_Yellow helmet_캔버스에 유채_120×90cm_2008


“나는 옷과 악세사리, 소품들을 내 몸을 장식하는 장신구로

또는 풍경의 일부로 화면 속으로 끌어 들이고,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회화적 언어가 되도록 구성한다. 이것들은 내 기억과 경험의 구성물이면서 동시에 회화적 모티브로서

포즈, 공간 등의 다른 요소들과 결합되어 분명히 정의될 수 없는 미묘한 심리적 감상적 세계의 일부가 된다.

아직도 나는 이방인이다. 이 낯설음 속에서 나는 타인에 의해 관찰되어진다. 관찰 되어지는

나는 다시 그들을 응시 한다. 마치 그림 속의 내가 바깥세상을 주시하듯이...”

 

이소연 작가의 변




이소연_Tun lake_캔버스에 유채_150×230cm_2008

 

이소연의 그림 속엔 독일이라는 낯선 땅에서 보낸 10여년의 시간동안

그가 이방인으로써 느껴야 했던 낯설음과 소통의 어려움,

소외감에 진저리쳤을 자화상이 담겨 있습니다.

 

완벽할 정도로 무표정하게 표현된 작가 자신의 얼굴은

낯설기만 한 독일이란 공간에서 주변의 환경을 읽고 타협하고

해석하는 주체의 내면 풍경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환경 속에 놓여진 자신을 읽기 위해

전략적으로 패션이란 요소를 차용한다는 점이지요. 그녀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패션 악세서리와 피륙의 패턴은 마치 그녀가 보낸

시간의 특성을 기록하는 붓처럼 느껴집니다.




이소연_Gray Rabbit_캔버스에 유채_160×130cm_2007



1971년 경기도 안성 출생으로 2007년 독일 뮌스터 쿤스터 아카데미를

나왔습니다. 같은 꿀이세대의 작가를 보는 일은 기분이 좋습니다.

괜히 알것 같고 이해할수 있을 것 같은 세대론적 교감이나

교집합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아 더욱 좋아하죠.

 

겨울 내내 꼈다 벗었다는 반복하며

망설였던 아이보리색 벙어리 장갑을 볼 때마다

가슴 한구석 답답하게 풀어내지 못하고 응어리져 있는 내 마음의

구석진 이면을 볼수 있었듯, 그녀의 초록과 검정 스트라이프 머플러엔

왠지모를 쓸쓸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괜찮아....잘 해낼거야'

라며 자신에게 말을 건내는 작가의 모습이 녹아있는 듯 합니다. 제 해석이 너무 자의적인가요?

그냥....우겨볼랍니다. 오늘은 무슨 옷을 입어야 할까.....또 고민하네요.

 

OBS 방송 특별취재에 응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넷 문화와 우리 사회의 변화를 다루는 프로그램인데

인터뷰를 여러차례에 걸쳐 하나봐요. 그래서 오늘은 후덥지근한 여름

잘 입지 않는 정장을 입어야 할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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