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태평양 함대의 주둔지인 블라디보스톡 항입니다.
스탈린은 여기를 가리켜 결코 얼지않는 부동항, 황금뿔의 바다라고 불렀다고 하죠.
하긴 동방을 정복하라는 그 의미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러시아는 이 얼지않는 바다가 필요했을 겁니다.
좌편으론 이미 산업항으로서 그 면모를 갖춘 블라디보스톡 항의
풍광들이 들어옵니다. 예전 러시아 여행을 하시는 분들이
한국의 중고 버스를 러시아에서 발견하고 그걸 사진으로 남겨온 분들이 많은데요.
이제 그것도 과거의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러시아 전역엔 아직도 신촌, 잠실, 목동이
표기된 옛날의 한국버스가 있습니다만, 이제 법적으로 중고 자동차 수입을 막았다고 하네요.
겨울이라 그런지 기대했던 태평양 함대의 위용은
그저 겨울 바다위에 휴한기를 보내는 고기배들과 함께 놓여 있어
약간 초라해 보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최근들어 러시아 정부의 태평양 함대 긴축으로 인해
군인들은 정부가 마련하는 아파트를 얻는데만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지요.
이런 불만들이 하나하나 가중되어 군인 집단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합니다.
1992년까지 이 태평양 함대는 일반인에게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었다고 하죠
그만큼 비밀에 쌓여있었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일반인들이
들어가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할수 있습니다.
1903-4년 러일 전쟁때 일본은 이 블라디보스톡의 아더항을
점령합니다. 구식 무기로 당시 일본과 싸워야 했던 대국 러시아는
자신의 자존심이 무참히 짓�히는 수모를 당해야 했죠.
일본 해군성에 걸린 이 그림은 당시의 풍모를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는 해군 기념관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두개의 숫자가 보입니다.
1941년이란 숫자가 왼쪽에 오른쪽엔 1945년이라고 금빛으로 장식되어 있지요.
바로 세계 제 2차 대전을 기념하는 기념물인데
러시아 전역에 기념관이 서 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러시아는 1941년에서
1945년 까지 정확하게 4년동안 2천만이 넘는 국민을
전쟁을 통해 잃어야 했습니다.
이 해군 기념관 계단을 넘어 쭈욱 자작나무가 보이는
길을 걸으면 왼편엔 전장에서 죽어간 병사들과 장교들의 이름이
하나씩 새겨진 기념비가 보이고(사진의 왼쪽입니다)
그 기념비도 회색과 검정색 화강암으로 구분되어 있는데요
회색은 장교, 검정색은 무명용사를 위한 것입니다.
이름없이 전장터에서 조국을 지키기 위해 선혈을 흘려야 했던
많은 병사들을 위해 "그대들의 이름은 알지 못하지만 그 희생은 헛되지
않을거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결국 망자의 핏방울 위에
공허한 정치적 수사학만이 아스라히 새겨 있는 셈이죠.
C-56 잠수함의 전면을 찍어보려고 앞에 걸어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구형 잠수함을 현재 박물관으로 변형시켜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지요.
50루블을 내야 하는데, 사진기를 들고 갈 경우 50루블을 더 내야 합니다.
뒤편에 해군 박물관이 보이지요.
원래는 루터 교회였는데, 여기를 박물관으로 변화시켜
그 예전 총포나 다양한 무기들을 전시해 놓고 있습니다.
이 C-56 잠수함은 세계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10척의 구축함을 격침시킨 화려한 이력을 가진 잠수함입니다.
미국은 자체의 모든 정보력을 동원해 이 잠수함의 내부와 도면을
빼내려고 노력했지만 수포로 돌아갔었다고 하더군요.
이미 박물관으로 변해버린 잠수함은
기관 내부와 잠수함의 가장 큰 매력인 어뢰 발사기를
그대로 공개해 놓고 있습니다.
네이버나 다른 사이트들을 봤는데, 아직 이 잠수함 사진은 공개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물론 있다면 정정해야죠) 어찌되었든 국내 최초로 공개합니다.
흔히 Red Banner 급의 잠수함이라고 합니다.
잠수함도 그 속도와 장착 어뢰의 수준, 공격력에 따라
여러가지로 나누는데요. 최근 톰 클랜시의 소설에 나오는 핵으로 움직이고
크루즈 미사일을 장착한 잠수함을 가리켜 파파급 잠수함이라고 한다지요.
공개한 이 잠수함은 이미 노후한 과거의 잠수함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협착한 공간 속에서도 어떻게 그렇게 기민하게 움직이며
연합군측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을 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더군요.
'유령'이나 '크림슨 타이드'같은 잠수함 소재의 영화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사실 이번 잠수함 내부 구경에 많은 기대를 갖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구형이라 해도, 그 성능의 모태가 되는 설계 방식은
거의 비슷하다고 하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한번 쯤 들러서 보셔도 좋을듯 해요.
저로서는 손을 뻗을 수 없이 협착한 공간에서 오랜동안 지내는 일은
어려울듯 해서 아마 잠수정 생활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했을것 같습니다.
토/일/월 3일은 문을 열지 않으니 주의하시고요.
모르스 단파 무전기를 통해 교신하는
병사의 모습을 왁스로 만들어 한켠에 전시하고 있습니다.
말씀드렸든 이 잠수함은 구형 디젤 엔진으로 움직이는 잠수함이구요.
왼쪽 사진은 그 엔진 내부를 찍은 것이에요.
잠수함의 역사를 살펴보니, 당시 잠수함의 설계 문제를 놓고
유럽과 미국의 입장이 아주 달랐다고 하더군요. 흔히 Single Hull 대 Double Hull이라고 해서
수압과 수중 내의 움직임을 완화하기 위한 선체 설계를 놓고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도 충돌이 불가피 했답니다. 결국 미국은 싱글 러시아와 독일은
더불 구조를 가게 되는데, 각자 장단점은 있다고 해요. 러시아의 경우는
이중으로 선체를 설계 하기 때문에 고도의 용접기술이 필요했다고 하네요.
어뢰를 발사하던 튜브또한 보실수 있고요.
러시아 여행을 하면서 참 수도 없이 많은 전쟁 기념관들을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념의 수호란 미명하에 죽어 갔고, 국가는 이를 시간의 박제 속에
집어 넣어 박물관으로 만든 것이죠. 스탈린 그라드 전투를 비롯한
세계 대전의 참화 속에서, '여기에 오는 자 희망을 버리라'는 피끓는 메세지를
그들의 헌화문 앞에서 읽어낼 수 있는 것은
그 전투의 참상이 너무나도 강렬하고 충격적이기 때문일 겁니다.
전쟁을 통해 수 없이 많은 민중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스탈린은
전쟁을 미화하고, 그 와중에도 자신의 공적을 치켜세우기 위해 스탈린 그라드 전투라
명명했지요. 하지만 그의 실각 이후 다시 볼가(전투가 일어났던 도시) 그라드 전투로 바뀌었고
스탈린 동상들은 하나씩 거리에서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블라디 보스톡을 여행하는 이틀째날
머리가 많이 아프고 열이 났습니다. 추위와 피곤함이 약간씩
온 몸에 배어날때쯤.......이 잠수함을 타고
그저 바다 깊이 잠기고 싶다는 음험한 욕망을 가져보기도 했지요.
내 마음은 수심 몇 미터까지 잠항할 수 있을까요. 그리움이 밀려왔습니다.
잠수함 내에서 승무원과 한컷 찍었습니다.
이 사람들 항상 한국사람인걸 잘 알아봅니다. 카리예냐고 묻지요.
그렇다고 하면 항상 담배 좀 달라고 합니다. 혹은 돈을 줄테니 한국 담배를 얻을 수 있느냐고
하더군요. 제 후배가 다행히 몇 개비 있어 주었습니다.
저번주 아버지가 대장수술을 받으셔서 계속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웠습니다.
원체 노령이신데다, 오랜동안 아프셨거든요. 수술 결과가 아주 좋네요.
아직 통증은 있다고 하시지만, 의사도, 환자였던 아버지도
아주 만족스러워 하십니다. 여행을 하면서도 아버지 걱정에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었는데 마음 한구석 짐을 덜게 되어 다행입니다.
이번 여행은 참 고맙고, 감사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다가오는 3월도 그렇겠지요? 그렇게 되리라 믿으면 반드시 이루어질거에요.
이번 주 활기찬 아침 맞이하세요. 사라 브라이트만의 목소리로 듣습니다.
La Calif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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