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있던 3일 동안
열심히 미술관들을 돌아다녔습니다.
단순하게 풍광만을담고 온다는 생각을 하고 떠난 여행은 아니었습니다.
국립 미술관 외에도, 제3 세계 작가들을 개발하고 싶은 욕심에
상업 갤러리들도 많이 가보았고,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선,
패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가 단골로 있다는
유명 갤러리에 가서 대표랑 오랜동안 러시아 미술시장과 좋아하는
그림 유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었지요. 지금 보시는 사진은 우크라이나 대학의 모습입니다.
붉은색 기운이 도는 벽면이 인상적이죠.
이번 키예프 여행은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현지 우크라이나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 디자이너로 일하는
분이 관광길에 동행해 주셔서 특히 큰 도움이 되었고요.
지금 보시는 길이 바로 키예프의 인사동격인 안드레이스키입니다.
다양한 민속물품도 팔고, 화가들이 직접 그림을 들고 나와 고객들에게
파는 곳입니다. 일류 화가들의 그림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화가협회 소속 작가
들의 작품이니까 한번 �어보고 가기엔 충분하지요.
1747년에서 1754년에 걸쳐 건축된 바로크 양식의 성 앤드류스 교회입니다.
이곳 안드레이스키에 자리잡고 있고, 이곳의 랜드마크이기도 하죠.
흔히 안드레이스키를 가리켜 북방의 몽마르트라고 부른답니다.
다양한 기념품 가게와 갤러리,
미술관들이 즐비한 거리, 안드레이스키엔 항상
우크라이나의 멋스러운 정취를 느껴보려는 관광객들로 붐빕니다.
처음에 그저 뭐지....하고 찍었던 사진인데
이곳에선 아주 유명한 특산품이더군요. 뭐길래 붉은색 천 위에 저렇게 떡하니 올려놓았나
했지요. 불라바(Bulava)라 불리는 건데 코작족의 군대장의 지휘봉이나 왕의 홀을 의미한데요.
다시 말하자면 우크라이나 왕권을 상징하는 일종의 상징인 셈이지요.
모스크바의 아르바뜨거리처럼
이곳도 여름이 되면 부산하게 다양한 민속공연도 열리고 화가들의 거리 스케치들도
자주 볼수 있나 봅니다. 겨울이라 다소 한적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그림들이 양옆으로 즐비하게 놓여진 거리를 걸으니
마치 거리 미술관에 와 있는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일러스트 작품들을 좋아하다보니
눈이 가서 한컷 찍었습니다.
다음은 우크라이나 국립 미술관에 들러서
작품전을 보았고, 다행이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유명한 감독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사실 사전 정보가 없이 전시를 봤기 때문에 제대로 적어오질 못했어요.
감독의 여러 스틸사진이며, 의상디자인 작품들도 있었는데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우크라이나 여행은
치열하게 보낸 러시아 횡단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였습니다.
물론 가는 길이 힘들었고 (벨라루스라는 나라의 비자없이 멋도 모르고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우크라이나로 가는 열차를 타서, 무비자로 걸려 된통 혼이 나야 했습니다)
어려웠지만 어찌되었든 이곳에선 이번 여행중 가장 편안하고 여유있는
시간들을 보낸 셈이 되었네요.
우크라이나에선 미식가이신 법인장님 덕에
아주 좋은 레스토랑을 많이 갔습니다. 오늘은 그중 한곳을 소개할께요.
리슐리외란 퓨전 레스토랑인데 주로 프랑스 요리와 일식 요리를 나누어서 제공합니다.
레스토랑 분위기는 좀 젊은이들이 가기에 좋은 곳이고요.
연인들도 많이 보이고......저는 좋더군요.
메뉴판에는 프랑스 중상주의 시절 수상인 리슐리외의
초상이 하나하나 다 걸려있어요. 이 사람이 외 프랑스 식당의 이름이 되었는지는
저도 약간 의문이긴 한데, 되돌아보면 이 당시 프랑스가 유럽 내에서 그리 잘 사는 나라가
아니였거든요. 리슐리외를 비롯해 중상주의 철학이 득세하면서
프랑스는 본격적으로 사치품 시장의 패권을 쥐게 되요. 패션 산업이 발전한 것도 이때고
덩달아 거울 및 향수 제조, 프랑스 음식이 브랜딩 되기 시작한 초기였답니다.
물론 레스토랑과 카페가 하나둘씩 가스등 아래 만들어지기 시작한 때였지요.
아마 그런 영향들이 배어있으리라 혼자 추정해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은 문화사가 Joan De Jean이 쓴
The Essence of Style이란 책을 참고해 보시면 도움이 될거에요. 저도 이번에 책을 쓰면서
참조 했던 책인데요. 프랑스가 하이패션과 푸드, 멋진 카페와 스타일, 글래머란 상품을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 왔는가를 아주 재미있게 밝혀놓은 책입니다.
우크라이나 전통 맥주를 시켰습니다.
리빕스키(L'vivske)라고 하는데, 이 회사는 1715년에 설립된
우크라이나 내의 가장 오래된 맥주회사입니다. 첫맛은 시원하고 끝이 약간 단맛이 섞여 있어요.
이건 저번 음식 포스트에서도 보셨던 흘롑이랑 두가지 종류의 버터고요.
어디를 가든 정찬을 드시면 이게 나옵니다.
그날 각자 4명이 다양한 샐러드를 시켰어요. 저는 해물샐러드를 시켰습니다.
북해산 해물들과 생선들이 자주 요리에 등장합니다.
호박 수프를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즐겨먹는다고 해서
저도 시켰는데요. 아참.....여기서 주의 사항 한가지. 이곳에서 내놓는
대부분의 수프가 양이 많습니다. 처음에 멋도 모르고 드셨다가는 다른 식사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2명이 가면 1인분을 반반씩 담아서 달라고 하십시요. 아시아 사람들은
이런식으로 수프를 많이 먹지 않는다고 하면 그대로 따라줍니다.
오랜만에 캘리포니안 롤도 시키고
메인 정찬은 프랑스 보르고뉴 스타일의 스테이크를 시켰는데요
사진에 보시는 붉은고추를 조금씩 잘라서 함께 먹었는데 정말 매웠습니다.
그런데 그 맛이 약간 중독성이 있는지, 온몸에 맛이 각인되는 것 같습니다.
이 차는 딸기와 민트를 섞어서 끓여낸 차인데요.
이 레스토랑의 그날의 차였습니다. 권해주길래 마셨는데 색깔도 곱고
딸기와 민트의 향이, 싱그럽게 입속에서 퍼지는 것이 오전내내 걸어다니느라 지친
미각의 무늬를 다시 새롭게 조합해내는 듯한 힘을 발휘합니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함께 한 법인장님은 15년 가까이 외국생활을 하시면서 세계의 다양한 나라에서
사업을 하셨기 때문에 음식문화에 아주 밝으셨어요. 나름대로의 음식에 대한 생각을 들었는데
너무 좋아서 제가 몇자 받아 적었습니다.
그 나라의 음식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첫번째 예산이 인정하는 한도 내에서 가장 좋은 곳을 갈것
두번째 그 나라 특유의 냄새를 극복할 것.
세번째 첫번째 음식이 나오면 천천히 맛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을 가지고 먹어볼것
저는 두번째 이야기가 가장 와닿습니다. 그 나라 특유의 냄새를 극복하는 것이
음식문화를 익히는데 아주 필수적인데요.이를 위해 역발상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 사람들이 가장 먹고 싶어하는 요리의 냄새다'라고
생각하면 그만큼 타문화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생겨납니다.
딸기향이 가득하게 입속에 고여나는 시간입니다.
붉게 숙성해가는 삶의 시간을 떠올리고 싶을때
한잔 조용히 마셔볼 것을 권해봅니다.
사라 브라이트만의 목소리로 듣습니다. Winter Light. 아직도 선합니다.
함께 했던 시간 속에 아로새겨진 그 겨울의 빛이 있었기에 행복한 시간의 사금파리들이......
내 영혼의 주위를 감싸고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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